MBC 본사·지역사에 '중징계' 의결
  • 지난달 28일 열린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이하 '선방위', 위원장 백선기) 12차 회의에서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대전MBC '뉴스데스크'에 대해 법정제재인 '관계자 징계'가 최종 의결됐다. 선방위(혹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은 △'문제없음' △행정지도 단계인 '의견제시' '권고' △법정제재인 '주의'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 '관계자 징계' '과징금' 등으로 구분되는데, 법정제재부터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진행하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평가에서 감점 사유로 적용된다.

    지난 1월 29일 방송된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1심 무죄 판결과 관련해 사법농단 최초 폭로자로 알려진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만 출연시켜 일방적인 주장을 하도록 기회를 제공했다는 민원을 받고 심의 대상에 올랐다.

    이날 12차 회의에 의견진술자로 나온 MBC 라디오국 제작파트장은 "이번 사안은 선방위 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며 "어떤 근거에 의해 선방위에서 심의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손형기 위원이 사무처를 상대로 이번 안건을 선방위로 올린 이유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자, 사무처는 "민원인이 선거방송심의 특별규정 위반이라고 적시했기 때문에 상정한 것"이라며 "해당 방송이 선거방송에 해당하는지와 제재 여부는 규정에 따라 모두 선방심의위원들이 논의해서 결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권재홍 위원은 "선방심의위원회 활동 기간 중(2023년 12월~2024년 5월 10일) 발생하는 사회적 논쟁에 대해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위원회가 판단하면 다룰 수 있다"고 덧붙혔다.

    백선기 위원장은 "모든 민원을 안건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며 "선거 시기에 사회적 현안을 두고 각 정당에 유불리가 있느냐에 따라 포괄적으로 심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안건은 선거방송 심의 대상이 된다고 이미 9명 위원 전원이 1차 심의하고 의결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월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7년 사회적 논란이 됐던 '사법부 농단 사건'과 관련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제기된 7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은 지난 1월 29일 이 사건을 최초로 폭로한 이탄희 민주당 의원만 출연시켰다. 당시 방송에서 이 의원은 "이탄희가 의혹 제기한 것은 무죄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이건 허위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무죄) 판결은 비상식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진행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사법부의 수장이었고, 1심 판결을 내린 판사도 사법부의 일원 아닌가? 혹시 팔이 안으로 굽은 결과라고 해석해도 되나?"라고 유도성 질문을 던졌고, 이 의원은 "그렇게 해석하는 국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최철호 위원은 "심의 규정은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은 이해 관계자 일방의 주장만 반영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을 고려해 방송이나 언론은 재판 진행 중인 논쟁적인 사안은 가능한 주제로 다루지 않는다. 불가피하게 토론 주제로 삼는다고 해도, 이해 당사자 양쪽의 주장을 모두 소개해 국민이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탄희 의원의 일방적인 주장은 1심 재판부 입장에선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날 방송이 심의 규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형평성과 공정성을 위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MBC 라디오국 제작파트장은 "이번 안건은 선방위에서 검토할 사안이 아니"라며 "진술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관계자 징계'가 의결된 대전MBC '뉴스데스크(지난 1월 31일, 2월 1일 방송분)'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21대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공약이행 조사결과를 전하는 과정에서 임의로 공약 완료율만 소개함으로써 특정 정당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보도를 했다는 민원을 받고 심의에 회부됐다.

    보도 당시 대전MBC는 CG 제목은 '공약 이행 현황'으로 표시하고, 정작 방송에서는 '진행 중'인 공약을 모두 제외했다.

    대전MBC 제작진은 서면으로 제출한 의견진술서에서 "2분 남짓의 방송뉴스 특성상 한 화면에 모든 내용을 다 담을 수 없었다"며 "민주당 조한기 후보가 (성일종 의원의) 공약 이행률을 0%로 표시한 카드뉴스를 제작해 유권자에게 배포한 것은 대전MBC 보도를 왜곡한 것이다. 대전MBC는 민주당 조한기 후보에게 해명과 사과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답변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권재홍 위원은 "2분이라는 시간 제한이 편파방송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다"며 "정상적인 방송은 그런 시간 제한 속에서 공정하고 균형 있게 한다. 한마디로 설득력 없는 주장"이라고 질책했다.

    손형기 위원은 "대전MBC는 유권자들을 상대로 공개적으로 잘못된 보도를 하고 정작 해명과 사과 요구는 민주당 후보 개인에게 사적으로 요구했다"며 "이건 이번 사안에 대한 등가적인 후속 처리 방식이 아니"라고 질책했다.

    최철호 위원은 "이 사안은 대전MBC와 조한기 후보 둘 다 잘못했다"며 "MBC는 특정 정당에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매니페스토 자료를 임의적으로 가공했다. 더구나 예산이 반영된 공약 이행 사업들은 의미 있는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제외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 조한기 후보는 공당의 후보로 유권자들에게 경쟁 후보를 비난하는 유인물을 배포할 때는 먼저 사실관계를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한 최 위원은 "경위를 따져보면 조한기 후보의 허위 홍보물 배포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대전MBC임에도, 정작 MBC는 사과나 정확한 정정보도를 하지 않았고 장동혁 후보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언론사로서 매우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성일종 의원실은 "공약 10건 중 9건은 예산을 반영해 지역에서 사업이 진행 중이며, 1건은 입법 발의를 해 100% 추진 중"이라고 밝혔고, 장동혁 의원실은 "전체 30개 공약 중 20개 공약의 예산을 반영해 약 67%가 이행 중"이라고 공개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선방위는 △MBC '뉴스데스크(지난 1월 29·30·31일, 2월1·7일 방송분)'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지난 1월 31일, 2월 1일 방송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지난 1월 31일 방송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지난 1월 31일, 2월 6일 방송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지난 1월16·23·26일 방송분)' △평화방송 라디오 CPBC '김혜영의 뉴스공감(지난 2월 7일 방송분)'에 대해 각각 법정제재를 전제로 한 관계자 의견진술을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