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현재, 비영리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부정 29건 발견… 8건만 환수나머지 21건은 경고·개선·주의조치 뿐… 8건도 일부 금액만 돌려받아민화협 임직원·회의 참석자에 수백만원… 지역통일센터는 예산으로 선물
  • ▲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연합뉴스
    ▲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연합뉴스
    통일부가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급한 국고보조금 가운데 2020년부터 현재까지 원래 용도와 다르게 사용된 부정집행 사례를 29건 발견하고도 절반도 안 되는 8건(27.5%)만 환수 처분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통일부는 3년간 민간단체에 지급한 보조금 총액 관련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국회의 요구에도 구조조정을 언급하며 자료 제출에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통일부가 대북지원부 같은 역할을 해왔다"며 변화를 주문한 이유도 통일부가 그간 주요 업무와 관련해 안일한 태도로 일관한 것 때문이라고 여권은 지적했다.

    통일부, 국고보조금 부정사용 29건 발견

    통일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통일부 소관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집행 실태 조사·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통일부는 2020년부터 현재까지 국고보조금을 부정적으로 사용한 사례 총 29건을 발견했다.

    통일부는 그러나 절반에 못 미치는 8건과 관련해서만 환수를 통보하고, 나머지 건에는 경고·개선·주의 등의 조치를 했다. 국민의 혈세로 집행된 예산이 부정적으로 사용됐음을 인식하고도 약한 수위의 처벌에 그친 것이다. 8건도 전체가 아닌 일부 금액을 대상으로만 보조금을 뱉어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2020년 국고보조금 부정집행 조사에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정책위 의장 등 임직원은 동북아문화교류국제회의 등 18건의 자체 행사를 진행하면서 사회비·강사료 등 명목으로 사례비 469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민화협 보조금 집행 지침에 따라 보조사업과 관련해 소속 직원에게 사례비 지급은 불가한데도 이를 어겼다고 통일부는 지적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이에 따른 조치사항으로 "협의회 대표 상임의장은 앞으로 자체 보조금사업을 진행하면서 소속 임직원에게 보조금으로 사례비를 지급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하기 바란다"고 통보했다.

    민화협이 대학생 통일캠프 기획회의 등 5건의 자체 회의를 진행하면서 참석자에게 회의 수당 명목으로 사례비 205만원을 지급해 보조금 집행 지침을 위반했음에도 이 역시 주의 조치로 끝났다.

    위반 정도가 심하다는 건만 환수 조치

    2021년 감사 자료에서는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연합회) 이사장 등 임직원이 2019년 2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납북자 가족 면담 후 식사' 등의 명목으로 사전에 내부 서류(일시·장소·목적·대상 기재) 등을 작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총 398건, 3516만7000원의 업무추진비를 △주말·심야시간대 △정육점·건어물 상점 △주류 구입 △주점 등 유흥업소에서 사용한 내역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일부는 사용자 개인 카드로 먼저 결제 후 나중에 개인 명의 통장으로 해당 금액을 이체하는 방식으로 정산하기도 했다.

    이는 '보조사업 정산보고서 작성 지침' 제5조(보조사업비의 불인정 기준) 6항과 9항에 명시된 증빙서류가 미비하거나 위조된 경우, 지출원인행위 미이행에 해당한다. 아울러 연합회의 국고보조금 집행관리 지침에 있는 보조사업비 불가업종 사용, 불가피성 입증 없이 휴일 사용 금지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통일부는 지적했다.

    통일부는 그러나 398건, 3516만7000원의 위반 사례 중 유흥업소 및 영수증 없이 집행한 17건, 189만9000원과 관련해서만 "위반 정도가 심하다"며 국고보조금을 반환하라고 공지했다.

    다만 연합회 관계자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해당 식당은 호프집 겸 음식점이었는데 왜 유흥업소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보조금 카드를) 유흥업소에서 긁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선결제건 관련해서도 통일부에 확인받은 사안"이라며 "(당시) 예산을 받을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했더니 통일부가 '그러면 대표님 카드를 쓰고 예산이 나오면 그걸로 받으라'고 주무관이 승인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빙서류 미비 등에 대해서도 "직원들이 (일을) 배우면 나가고 해서 항상 서류가 미비하다. 직원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는 연합회가 주유비·통행료·숙박비 등 여비 총 143건, 937만4000원을 사용한 사례와, 행사계획 없이 회원 방문 등에 사용할 목적으로 선물 21건(1595만9000원)을 구입해 임의로 나눠준 사례도 국고보조금 부정집행으로 적발했지만 모두 경고 처분에 그쳤다.

    2022년 감사 자료에서도 지역통일교육센터가 비상근 직원 출퇴근에 출장 여비를 집행한 건 등을 발견했지만, 주의·시정 등의 처분을 내리고 일부 금액만 환수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북한이탈주민 지역적응센터가 센터장 활동비를 용도에 맞지 않게 내부 직원 선물을 구입하는 데 예산을 썼고, 업무 매뉴얼에 규정이 없음에도 사무실 임차료를 부정적으로 지출한 사례를 적발했지만 모두 주의 처분만 했다.

    조직개편 예고에 국회 자료 요구도 비협조

    국민의 혈세인 국고보조금 부정집행과 관련해 소극적 처분을 내린 통일부는 최근 국회의 관련 자료 요구에 비협조적으로 대하기도 했다. 

    통일부는 지난 3년(2020~22)간 국고보조금 부정집행 총액을 문의한 안철수 의원에게 일주일 넘게 '해당 자료를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일 "통일부는 북한지원부가 아니다"라고 질책한 이후 쇄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닌 '자포자기' 심정을 드러내며 자료 요구에 비협조적으로 대한 것이다.

    여권에 따르면, 당초 통일부는 이번주 조직 규모를 줄이는 개편안을 단행할 예정이었지만, 김영호 통일부장관 후보자 임명 등 시기를 고려해 다음달 초에 이뤄질 전망이다. 

    조직이 정비되고 역할이 재정립된 윤석열 정부 통일부는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여권은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