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경찰서, 26일 재단 관계자 소환"신문 열독률 조사 방식 바꾼 경위 추궁"
  • ▲ 표완수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 표완수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신문 광고지표'를 편법으로 집계, 신문 이용률과 동떨어진 자료를 정부광고주에 제공해왔다는 의혹이 한 대학생단체의 고발로 제기된 가운데, 경찰이 재단 관계자를 상대로 소환 조사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7일 세계일보에 따르면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신전대협')가 표완수 언론재단 이사장과 김영주 전 언론재단 미디어연구센터장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 사건과 관련, 서울 남대문경찰서가 전날 언론재단 관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언론재단 관계자들을 상대로 재단이 '열독률(熱讀率) 조사' 방식을 바꾼 경위에 대해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표 이사장은 이번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보도에 따르면 신전대협이 고발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부장검사 김현아)에 배당됐으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검찰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에 해당하지 않고, 이번 사건이 '의혹 제기성 고발'이라는 점 때문에 경찰로 사건이 이첩된 것으로 알려졌다.

    "'열독률 1위' 매체가 '신문 광고지표' 랭킹 15위"

    '열독률 조사'는 지난 1주일간 어떤 신문을 읽었는지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에게 묻는 것으로, 언론재단이 2021년 12월 30일 발표한 '신문·잡지 이용조사'에서 열독률 1위 매체는 조선일보(3.7355%)였다.

    지난해 말 언론재단이 발표한 신문·잡지 이용조사에서도 조선일보는 열독률 1위에 올랐으나, 정작 중요한 '신문 광고지표'에서는 15위로 내려앉는 '굴욕'을 당했다.

    신전대협에 따르면 언론재단이 2021년 말부터 '열독률 점수'에, 신문 이용률과 무관한 '사회적 책무지표'를 반영한 점수로 신문 순위를 새로 매기면서 ▲언론중재위원회 조정결과 ▲신문윤리위원회 심의결과 등에서 감점을 받은 조선일보 등이 광고지표에서 후순위로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적 책무지표는 신문의 '신뢰성'을 측정하기 위해 ▲언론중재위원회 직권조정 및 시정권고 건수 ▲매체자율심의기구 참여 여부 ▲자율심의기구에서 받은 주의·경고 건수 ▲편집·독자위원회 설치·운영 여부 등을 수치화한 것이다.

    당초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ABC협회의 인증부수를 정부광고 집행의 근거로 사용했으나 '유료부수 조작 의혹'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2021년 말부터 산하 기관인 언론재단을 통해 '열독률'에 '사회적 책무 점수'를 반영한 신문 광고지표를 만들어 정부광고주에 전달해왔다.

    "열독률 변별력 없애고 '사회적 책무 점수'로 서열 매겨"


    앞서 신전대협은 지난달 28일 "언론재단이 정부광고를 집행하면서 2021년부터 기존 열독률 조사를 변형하고 사회적 책무 가치 항목을 추가시키는 등의 조작·편법으로 신문 광고지표 순위를 바꾼 정황이 포착됐다"며 표 이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고발장에서 "언론재단이 기획한 '열독률 등급제 평가' 시스템은 '신문 열독률'이 6배 정도로 차이가 나도, 같은 점수를 얻게 되는 오류를 낳고 있다"며 "사실상 특정 언론을 위해 열독률의 변별력을 제거한 편법"이라고 주장한 신전대협은 "2021년 말 언론재단이 발표한 신문 열독률 조사에서 '1구간'에 포함된 A언론사와 B언론사의 점수는 모두 '열독률 등급제 평가'에 의해 만점으로 동일했지만, 실제 열독률 값은 각각 3.7355%, 0.1677%로 약 20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등, 언론재단이 도입한 '사회적 책무 점수 조사' 채점 시스템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신전대협은 지난 3일 "언론재단을 고발한 이후 언론재단의 '열독률 로우 데이터(raw data)'를 가공한 계산 과정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며 표 이사장 등을 추가 고발했다.

    추가 고발장에서 신전대협은 "언론재단이 기획한 '광고지표'를 책정하는 요인은 열독률 조사와 사회적 책무 가치 조사인데, 언론재단은 △특정요인에 가중치를 넣고 △열독률에 로그를 씌우고 △열독률을 총 5구간으로 구성하는 방법으로 기존 열독률 값이 6배 차이 나는 한겨례신문과 조선일보의 열독률 점수를 같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즉 '비정상적인 열독률 계산방법'과 열독률에 대한 '등급별 점수 책정'을 통해 사실상 열독률의 변별력을 없앤 것"이라고 단정한 신전대협은 "열독률의 변별력이 없어졌다면, 결국 '광고지표'를 결정하는 평가요인은 언론재단에서 새롭게 도입한 '사회적 책무'"라며 "열독률을 무력화시킨 상황에서 누가 왜 사회적 책임지표를 만들었고, 그것이 광고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 그 타당성을 반드시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전대협은 "특정 언론사를 위해 편법과 조작의 정황이 드러난 것도 모자라, 언론재단이 기획한 조사 방법 때문에 많은 예산이 낭비됐다"면서 "언론재단은 '기존 열독률 조사보다 표본이 10배 많아지면 그만큼 더 정확해 질 것'이라는 피고발인의 주장에 따라, 응답자가 13.2%(표본크기 6836명)에 불과한 '전국 5만명 국민 대상 구독자 조사'를 진행해 2021년 7억원, 2022년 13억원 등 2년 동안 21억원의 국민 세금을 낭비했다"고 비판했다.

    "열독률 조작으로 언론사 순위 바꾼 적 없어"


    이 같은 의혹 제기에 언론재단은 지난달 29일 본지에 보낸 입장문에서 "정부광고지표는 재단이나 광고주가 광고단가를 책정하는데 사용되는 자료가 아니"라며 "정부광고지표는 정부광고법 시행령 제4조(홍보매체의 선정)에 따라 정부광고주가 매체를 선정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광고 집행은 △정부광고주의 광고계획(타깃, 내용, 예산, 희망 지면 등) △매체별 광고 수급상황 및 매체사가 제시한 단가 △기존 가격 등을 종합 고려해 협상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한 언론재단은 "재단은 사회적 책임 지표를 40%로 하도록 강제한 사실이 없다"며 "열독률과 사회적 책임 등으로 구성되는 정부광고지표 배점 비율은 정부광고주가 자율 설정하고, 재단이 조작·편법을 통해 언론사별 순위를 뒤바꿀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언론재단은 "'재단이 열독률 조사에서 통계학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방법을 사용했고, 미디어연구센터장이 허위 자문을 하고 엉터리 통계조사 방법을 동원했다'는 내용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열독률 조사는 문체부의 정책적 결정에 따른 후속조치로 문체부와의 협의를 통해 재단이 시행한 것이고, 조사 설계 단계부터 결과 발표까지 모든 과정에서 전문가 자문을 거쳤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