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점 넘은 교단… "교사들 피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지경"유가족 측 "학교 교육환경에 잘못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고쳐야"다수 교사들 "공교육 이미 무너져… 아동학대방지법 악용 사례 많아"교권보호위원회 요청해도 안 열려… "성폭력, 성희롱 굴레에 한숨만"
  • ▲ 20일 오후 신규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에서 열린 추모행사에서 추모객들이 교문 외벽에 추모 메세지를 붙이고 있다. ⓒ서성진 기자
    ▲ 20일 오후 신규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에서 열린 추모행사에서 추모객들이 교문 외벽에 추모 메세지를 붙이고 있다. ⓒ서성진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20대 새내기 여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 교육단체가 20일 과도하게 편향된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의 원흉이라고 비판하며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앞서 진보 진영이 제정한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존엄과 가치가 교육과정에서 보장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체벌 금지, 소지품 검사 금지, 종교자유 침해 금지, 집회 자유 보장, 임신 허용, 성평등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해당 조례는 현재 17개 시·도 중 경기·광주·서울·전북도교육청에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학부모와 교사들을 중심으로 학생인권조례의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초등학생이 임신해도 교사가 조치를 취할 수 없으며, 학생이 교회에 가자고 권유하는 어머니를 경찰에 고발, 또는 동성애 실체를 교육하는 교사를 학생이 신고하는 사건 등이 발생했다.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왜곡된 인권 의식과 과도한 학생인권조례로 인한 교실 붕괴와 교권 추락 현실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국회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호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즉시 통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교육회복교사연합도 "학생인권조례로 인한 교사들의 피해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서울시교육청 소속 교사들이 학생들의 신고로 억울함을 당해도, 학교에서 각종 폭력에 시달려도 그것은 모르는 일처럼 행동해온 것이 서울시교육청"이라고 비난했다.

    교사연합은 이어 "격려하려고 학생의 어깨만 토닥여도 성폭력·성희롱이라는 굴레를 쓰게 되고, 교사를 폭행하는 학생의 손목을 잡아 방어만 해도 아동학대로 몰리게 된다"며 "학생인권조례를 반영한 학교생활규칙을 만들라고 협박성 공문을 수 차례 내려보내고 점검하는 교육청은 정말 교육적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학생인권조례는 시급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교원조합(대한교조) 조윤희 상임위원장은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아동학대가 되는 상황을 직시해 보호법을 강화하고, 교권 추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받는 학생인권조례의 전면 개정이나 폐지를 추진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낭독했다.  

    이어 "사망 사건 발생 다음 날, 언론에 보도가 된 이후에서야 SNS에 명복을 비는 글을 올린 조희연 서울 교육감은 사망사고 발생 직후 책임 있는 담화를 발표하지 않은 이유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문제를 제기하며 교육부와 교육청이 이번 사건에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한 진상을 조사해야한다고 밝혔다

    교사노동조합연맹 역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의 유가족과 서울시교육청을 찾아 "학부모의 갑질이 됐든 악성 민원이 됐든,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됐든 이번 죽음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은 "학교(서이초)에서 나온 입장문을 보니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식으로 나왔는데 왜 사회 초년생이 학교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는지 정확한 답이 되지 않는 것 같다"며 "저희 조카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학교의 교육환경에 잘못된 것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고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 ▲ 20일 오후 신규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 추모행사에서 추모객들이 줄을 서 있다. ⓒ서성진 기자
    ▲ 20일 오후 신규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 추모행사에서 추모객들이 줄을 서 있다. ⓒ서성진 기자
    현직 교사들 "손발 자르고 교육하는 현실… 고소당하기 일쑤"

    지난 6월30일, 최근에도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담임교사가 특수학교 학생 제자에게 교실에서 폭행을 당해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가해 학생 엄벌을 촉구하는 교사 1800명의 탄원서가 제출되기도 했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퇴직한 전국 국·공립 초·중·고 교원 중 근속연수 5년 미만은 589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303명)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또 지난 5월 교사노조 설문조사에서는 교사 87%가 최근 1년 사이 사직이나 이직을 고민했고, 26.6%가 최근 5년간 교권침해 사안으로 정신과 치료·상담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학교폭력 등 갈등상황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이 아동학대방지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 현장 교사들의 전언이다. 

    이날 추모를 위해 현장을 찾은 한 여교사(30대 후반)는 "공교육이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학교조차 고인이 된 선생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며 "학부모도, 학교 관리자도 교사 탓을 하는 이 세태가 교사들이 아이들을 사랑해서 가르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여교사는 이어 "그러다보니 학교에서도 (아이들은) 선생님보다 학부모의 말을 더 듣는다"고 덧붙였다.

    하얀 꽃을 들고 현장을 방문한 또 다른 교사(30대 후반)도 "일을 하다 보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분들이 계신다"며 "그런 분들에 대한 대비책이 없어 작은 행동 하나 잘못하면 고소를 당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한편, 멀리 여의도에서 서이초를 찾은 영신초 교사들은 "줄을 똑바로 서고 차례를 지켜서 안전하게 추모를 하는데도 학교 측에서 방문증을 달라는 등 과잉 대응을 한다"며 "시위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추모만 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대응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영신초 교사들은 그러면서 "같은 동료로서 슬퍼하자고 온 것인데 이런 식의 반응은 이해할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