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정, 지난해 교육위서 "킬러 문항 때문에 애들이 사교육으로"민주당, 최근 "킬러 문항 폐지한다고 사교육 없어지나" 尹 비난與 "여전히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는 내로남불 작태 못 버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해 앉아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해 앉아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해 9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이른바 '킬러 문항'으로 불리는 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해야 한다고 교육부에 촉구한 것으로 22일 드러났다. 민주당 의원들은 당시 이런 킬러 문항이 '불수능'으로 이어져 사교육을 유발한다고도 지적했다.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을 수능에서 제외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킬러 문항을 없애라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풍파를 일으키고 있다"는 최근 민주당 지도부 주장과 배치되는 의견이다.

    野, 과거 "교육과정 바깥 문제 관리 못하니 사교육 강화"

    지난해 9월16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강민정 민주당 의원은 "대부분 수능의 경우에는 킬러 문항 때문에 난이도의 강도가 확 높아졌다"며 "학교에서 안 배운 것이 수능 문제로 나오니까, 그것을 학교에서 못하니까 아이들이 사교육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이어 "결국은 교육과정 바깥에서 수능 문제 출제를 엄격하게 관리 못하고 있기에 사교육의 문제도 사실 근본적으로 해결이 안 되는, 오히려 강화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2021년 9월 강 의원이 발의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개정안은 교육부장관이 수능이 선행학습을 유발하는지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해당 연도 및 이후 시험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강 의원은 당시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 "현행법은 대입 전형에서 대학별 고사를 실시하는 경우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 또는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선행학습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며 "수능에 관해서는 적용 가능한 별도 규정이 없어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장상윤 교육부차관은 강 의원의 발언에 "문제 인식은 저희도 동의한다. 킬러 문항 같은 경우에는 사실 교육과정을 벗어났다기보다는 그 안에서 난이도 조절 내지는 변별력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재차 "킬러 문항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핵심적인 쟁점은 아니다"라며 "문제는 수능이 교육과정의 범위 바깥에서 출제돼서는 안 된다는 명시적인 법적 근거를 둘 것인가 말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서동용 민주당 의원도 "불수능,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문항, 오류 있는 문항들에 대한 시비들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뭔가 책임 있는 답을 내놔야 할 것 아니냐. 현상은 반복되고 있다"고 거들었다.

    당시 교육위 채수근 수석전문위원도 "수능의 범위 및 수준을 고등학교 교육과정 내로 명시하고, 수능 시험 전에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선행교육으로 인한 부작용의 발생을 예방·시정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尹대통령 지시 이후에는 "킬러 문항 없앤다고 사교육계 안 없어져"

    '킬러 문항'을 지적하며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하는 고난도 문제들로 인해 사교육의 근본적 해결이 안 된다는 민주당 의원들 주장은, 최근 윤석열정부 교육정책을 비판하는 당 지도부 의견과 배치된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사교육비 문제에 대한 근본적 인식이 필요하다"며 "수능의 킬러 문항을 없앤다고 사교육계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말로 단순하게 사안을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없애는 거창한 교육개혁을 생각하고 있는지 몰랐다"며 "킬러 문항을 없애라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킬러 문항을 없애 '불수능'을 '물수능'으로 바꾼다고 해서 기승을 부리는 사교육이 억제되고, 공교육이 정상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도 같은 날 서면 브리핑에서 "교육계에서는 킬러 문항 폐지가 물수능을 만들고 오히려 사교육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민의힘은 수능 킬러 문항 배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공약한 사안이라며 민주당을 향해 정부 비판을 위한 혼란 가중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사교육 의존도 높은 수능, 초고난도 문항 출제 금지' 이 문구는 언뜻 보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같아 보이지만, 민주당이 지난 대선을 앞두고 발간한 정책공약집 23페이지, 154페이지에 수록된 내용"이라며 "민주당의 공약집에 적시된 것과 똑같은 내용을 대통령이 되짚은 것인데 민주당은 연일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김 대표는 이어 "민주당이 여전히 내로남불의 작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아니다라는 비뚤어진 인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