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 개최… 학자·언론인·스타트업 대표 등 참석'인공지능 편향성' '뉴스 학습 데이터 저작권 활용' 등 논의
  • ▲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7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챗GPT와 미디어 생태계의 미래' 세미나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어윤수 기자
    ▲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7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챗GPT와 미디어 생태계의 미래' 세미나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어윤수 기자
    사회 전반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챗GPT가 언론산업에 미칠 영향을 전망하고 그에 따른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학자·언론인·미디어스타트업 대표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27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챗GPT와 미디어 생태계의 미래'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표완수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은 개회 및 인사말에서 "우리는 지금 급격한 기술 발전 시대에 살고 있다"며 "챗GPT가 미디어 생태계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논하고 거기에 따른 기회에 관해 토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표 이사장은 "방금 읽은 개막사는 챗GPT가 작성해 준 것"이라며 "오늘 행사 제목을 설명하고 개막사를 작성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자꾸 오류가 나왔다. 하지만 영어로 같은 질문을 하니 불과 2~3초 만에 괜찮은 내용이 나와서 번역한 후 읽어 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 편향성' 우려도 나와… "알고리즘 기획자가 데이터에 영향 미쳐"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동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챗GPT 시대 기자의 글쓰기'를 주제로 행사의 문을 열었다.

    기사 작성 알고리즘 로봇을 개발하기도 한 김 교수는 △인공지능과 미디어 △인공지능 뉴스의 미래 △인공지능과 인간의 역할과 책임 등과 관련해 발표했다.

    김 교수가 제시한 각종 연구자료에 따르면, 미디어 속 인공지능의 신뢰도를 높게 평가하는 목소리가 많다. 

    김 교수는 "심지어 단순히 상황을 요약하는 기술에서 개인화된 이야기를 전달하고 영상이나 음성·이미지· 인포그래픽 요소를 결합한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진화 중"이라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인공지능은 압도적인 신뢰도를 바탕으로 인간을 대체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인공지능의 힘은 자동화와 개인화에 있다"고 지적했다. 개개인이 원하는 기사를 인간보다 빨리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인공지능의 편향성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AI가 작성한 프로야구 기사는 주로 '타자'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지는데, 기사의 재료가 타자의 공격지표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사의 관점을 결정하는 데이터 분석이 타자 중심의 야구 통계방법론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즉, 초기 알고리즘을 기획한 연구진이 정한 규칙에 따라 분석에 사용한 데이터가 정해질 수 있어 편향성이 우려된다"고 우려했다.

    뉴스 데이터, 기계 학습에 활용하면 저작권 침해일까… "고품질 저널리즘 위한 '공정학습'에 해당"

    두 번째 발제는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가 '챗GPT 등 인공지능 기술과 저작권'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기반이 되는 학습용 데이터로 뉴스 데이터가 활발하게 활용되는 가운데 저작권 보호와 공정 이용을 둘러싼 쟁점과 대응전략에 관해 설명했다.

    이 대표는 "허락을 받지 않은 뉴스 데이터를 기계를 위한 학습에 활용하는 것이 공정이용에 포함되는가, 특히 유료 장벽 뒤에 감춰진 뉴스 데이터도 공정이용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는가 등의 의문이 나오고 있다"며 "이 이슈를 표피적으로라도 다뤄본다면 한국 저널리즘 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짚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인공지능의 학습 데이터는 '학습'의 인풋 측면에서 보면 저작권 보호 대상으로 바라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대표는 "고품질 저널리즘은 비용을 수반하게 마련이고, 이를 위한 재원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을 때 뉴스 생태계는 건강해진다"고도 주장했다.  희소가치가 있는 고품질 저널리즘 자산의 확대가 향후 뉴스 학습 데이터 시장에서 수익화 전략의 기본 프레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그 언론사만이 만들 수 있는 유니크하고, 신뢰도 높고, 품질도 좋은 뉴스 데이터가 가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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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언론진흥재단
    인공지능 무분별 사용 우려 제기… "활용 가이드라인 있어야"

    토론은 '챗GPT가 미디어업계에 가져올 변화'를 주제로 진행됐다. 김경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의 사회로 챗GPT가 뉴스 생산, 유통, 소비에서 어떻게 활용되며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 논의했다.

    토론에는 신한수 서울경제신문 전략기획부부국장, 이샘물 동아일보 디지털이노베이션팀장, 오세훈 커피팟미디어 스타트업 대표,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이 참여했다.

    신 부국장은 '챗GPT, 구원일까 재앙일까'를 제목으로 내걸고 토론을 시작했다. 그는 "사실 거창하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이런 제목을 사람이 썼다면 직접 설명이 가능하지만, 인공지능이 썼을 경우 문제가 생긴다"고 우려했다.

    신 부국장은 "챗GPT가 과연 기자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든다"며 "기자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이 대세가 된다면 어떻게 쓰는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기술의 개발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래야 향후 발생할 문제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 고유 역량 발휘 용이해져"… 저널리즘 본연의 기능 강화 기대도 나와

    이 팀장은 "언론계에서 일하고 있는 입장에서 AI 기반 업체들과 소통하며 느끼는 것이 많았다"며 "최근 챗GPT에 대한 관심은 챗GPT 자체가 아닌 인공지능의 잠재력에 대한 관심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팀장은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기자들의 업무가 더욱 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 전망했다. 데이터에 기반한 단순업무를 인공지능이 처리하면 인간 고유의 역량으로 저널리즘 본연의 기능이 강화할 것이라는 의미다.

    또 이 팀장은 챗GPT는 기술이 대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점이 어디인지 알려주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이 팀장은 "챗GPT는 잘못된 기사의 예시를 알기 위해 쓸 수 있다"며 "챗GPT는 공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제를 제시할 수 있지만 진실인지는 검증하지 못한다. 설령 잘못됐더라도 책임과 판단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이날 행사는 토론자들의 발표 이후 실시간 채팅으로 Q&A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