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일전쟁이 터지자 이승만은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국제연맹서 펼친 이승만의 ‘만주침략 고발’ 외교가 불을 질러 만장일치로 일본의 만행 규탄이 나온 뒤, 국제연맹을 스스로 탈퇴한 일본이 마침내 ‘상하이사변’을 조작하여 중국 본토를 공격하였다. 이승만이 바라는 미-일 충돌의 시간이 다가오는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하와이 한인기독교회의 신축을 서둘러 추진한 이승만은 광화문을 본떠 지은 교회 축성식을 마치고, 한인기독학원 운영체제를 정비하여 이원순, 김노디 등 측근들에게 맡겼다. 
    그리하여 1939년 11월10일 정오, 이승만과 프란체스카는 여객선 메소니아호에 올라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호놀룰루를 떠난다. 망명 27년을 살았던 ‘하와이의 이별’은 21년이 흐른 뒤 4.19하야 직후에야 ‘망명아닌 망명’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 ▲ 1938년4월 준공한 하와이 한인기독교회. 광화문을 본떠 이 교회를 지어놓고 이승만은 망명 27년만에 하와이를 떠나 워싱턴으로 옮긴다.ⓒ연세대이승만연구원
    ▲ 1938년4월 준공한 하와이 한인기독교회. 광화문을 본떠 이 교회를 지어놓고 이승만은 망명 27년만에 하와이를 떠나 워싱턴으로 옮긴다.ⓒ연세대이승만연구원
    ◆세계2차대전 폭발...이승만은 ‘미국을 가르치는 책’을 쓴다

    1939년 9월1일 독일의 폴란드를 기습 이틀후 3일엔 영국과 프랑스가 독일에 선전포고하고 참전한다. 일본의 중국침략 전쟁에 이어 제2차 세계대전이 폭발한 것이다. 

    서둘러 워싱턴에 도착한 이승만은 급박한 국제정세의 새로운 전개에 심장이 불탄다.
    “미국이 일본을 공격할 미-일전쟁의 때가 왔다. 아니 미국이 일본을 공격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승만은 영어로 미국인들에게 호소하는 책을 영어로 쓰기 시작하였다. 
    구미위원부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싼 주택을 할부로 산다. 워싱턴 시내 각국 외교공관들이 몰려있는 거리 노스웨스트 지구에 자리한 아담한 2층 벽돌집에 이승만 부부는 12월30일 입주했다. 국립동물원이 바라보이는 호비트 스트리트(Hobert St. N.W.) 1766번지, 밤낮으로 동물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산책과 기도 속에서 이승만과 프란체스카는 역사적인 작품 저술에 몰입한다. 

    “동양문제에 대하여 미국 대중은 몽매해서. 일본이 한국을 합방한 사기극, 만주병탄, 중국 침략 정책을 영문세계에 알려주기 위해 영문으로 썼소”([태평양주보] 리박사 영문서책, 인터뷰, 1941.8.23.) 이런 이승만의 말처럼 [JAPAN INSIDE OUT]이란 제목을 붙인 이 영문 책은 모두 15장으로 구성, 하버드와 프린스턴대학 출신의 국제법-국제정치학 박사답게 방대한 각국 자료를 분석 해설 평가함으로써 국제평화와 세계 자유를 위한 역사성 및 현장성이 설득력을 발휘하는 실증적 정치사상서이다. 
    이승만은 그동안 축적한 동서양의 지식과 유창한 영문실력과 타고난 문장력을 동원, 발등에 떨어진 국가위기를 외면한 채 ‘잠자는 미국’을 일깨우는 국제정세 해설서이자, 자유정신의 철학서, 임박한 전쟁의 경고장, 아주 쉽게 풀어 불을 지르는 고급 선전 선동서를 썼다. 
    특히 미국의 대외정책과 외교의 오류, 전통적 먼로주의의 시대착오적 패착들을 신랄하게 파헤쳐 미국인들의 공감을 불러냈다.

    이승만은 무려 16개국의 역사적 정치적 정세변화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였으며, 프란체스카는 책의 전문을 세 번이나 다시 타이핑하느라 손가락이 짓무르기까지 했다고 한다. 
    29세 때 집필한 옥중 명작 [독립정신]과 함께 이승만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JAPAN INSIDE OUT: The Challenge of Today]는 대한민국 건국 직후에 나온 [일본 내막기], 그 뒤에 [일본 군국주의 실상] [일본 그 가면의 실체] 등으로 세 번 번역되었다. 1956년에는 일본에서도 [나의 일본관]이란 제목으로 발간되었다. 
    국내에서 가장 최근에 [일본의 가면을 벗긴다]란 번역본이 시판중이다. 몇몇 대목을 소개한다.

  • ▲ 1941년 발간 영문저서 [JAPAN INSIDE OUT]표지. 오른쪽은 비봉출판사의 번역판ⓒ뉴데일리DB
    ▲ 1941년 발간 영문저서 [JAPAN INSIDE OUT]표지. 오른쪽은 비봉출판사의 번역판ⓒ뉴데일리DB
    ★“일본이 조선에 불붙인 산불, 미국을 태우려 다가오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쓴 동기가 전쟁을 위해서가 하니라 평화를 위해서임을 말해두고 싶다. 나는 가끔 오해를 받아왔다. 동양문제를 논의할 때면 ‘자네는 미국이 일본과 전쟁하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았다.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반대로 나는 미국이 일본과의 전쟁을 회피하기를 바라며, 지금이라도 미국이 전쟁을 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승만은 2천년 유교문화를 향유하는 한민족이 얼마나 평화를 사랑하는지를 에로 들면서, 그 평화를 깬 것은 일본임을 역사적으로 풀이한다. 그래서 미국에게 경종을 울린다.
    “미루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산불을 저절로 꺼지지 않는다. 불길은 하루하루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수년전 여러분(미국인들)은 불행의 희미한 속삭임만 들었을 뿐이다. 그것은 마치 화성이나 다른 항성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얼마후 시커먼 연기 기둥이 솟는 것이 보였고 불길이 구름에 빛나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도 매우 멀리 떨어져 있어서 여러분은 근심이나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벌써 그 불 기운을 느끼기 시작했다. 너무 가까이 와서 편안히 앉아있을 수 없게 되었다. (중략, 중일전쟁 피해사례 인용)...여러분은 이제 동양에 건설한 조계지를 포기해야만 한다. 여러분의 사업상의 투자, 선교본부, 병원 등 소유 기관들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중략)...이런 일들은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런데도 여러분은 아직도 산불이 멀리 있다고 믿을 수 있는가? 지금도 여러분은 ‘한국인과 만주인과 중국인들이 자신들을 위해 싸우게 내버려두라. 우리가 관여할 바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서문).

  • ★세계 유일신(神) 숭배 전쟁국가 일본, 선과 악의 ‘아마겟돈’을 막아라

    “일본은 유일신의 국토이며, 일본민족은 유일한 태양의 자손 야마토(大和)민족이오, 일본 황제는 유일한 신의 지배자이고 하늘의 황제 천황이다. 따라서 일본이 세계의 빛이 되어야한다. 그러므로 천황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전장에서 죽는 전사나 애국자는 그 순간 신이 되어 극락세계 신의 가족에 합쳐진다. 이 신토(神道) 기본사상 신비주의로부터 극단적 애국사상 국수주의가 발전되어 해외의 군사적 정복국가로 되었다. 이런 전쟁숭배 사상은 국가팽창이 그 목적이 됨에 따라 무사숭배(武士崇拜) 종교로 체질화하였고, 일본은 7천만의 전신(戰神)들로 이루어진 전쟁도구이다” (제1장 ‘일본의 성전사명과 전쟁심리’)
    이승만은 천황주의(Mikadoism)는 일본 열도, 일본 국민, 일본의 지배자가 모두 신이 만들어 내려보낸  전체주의적  신정일치(神政一致, theocracy) 특이체질임을 미국인들에게 가르쳐준다. 일본 고대사를 기록한 [고사기](古事記)와 [일본서기](日本書紀) 등 해박한 일번역사 지식을 인용, 일본 특유의 신권(神權)국가 형성역사를 해설한 이승만은 일본이 뼈속까지 우상숭배인고로 기독교 자유정신과는 완전 배치되므로 미-일전쟁이 난다면 그것은 “내가 35년전에 그 징조를 간파했고 근년에 미국인들에게 경고해온 ‘아마겟돈’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35년전‘이란 1905년 을사조약을 말하고, 아마겟돈(Armageddon, 요한게시록 16장16절)은 세계 종말의 날에 지구가 불타는 선과 악의 최후 결전이다. 따라서 이를 피하고자 한다면 미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이 책에 조목조목 제시하고 있다.

  • ▲ 워싱턴서 [JAPAN INSIDE OUT]을 집필하던 1941년 무렵 이승만과 프란체스카.ⓒ연세대이승만연구원
    ▲ 워싱턴서 [JAPAN INSIDE OUT]을 집필하던 1941년 무렵 이승만과 프란체스카.ⓒ연세대이승만연구원
    ★“미국이 조선을 버린 결과로 세계대전이 또 일어난다“

    일본의 세계정복 교본 ’다나카 메모리얼‘(田中 Tanaka Memorial)을 주목하라. 중국지배를 비롯, 세계를 천황질서로 통합하려는 전략을 기술한 괴문서, 만주침략부터 주목받게 되었다. 이승만은 이것이 독일 히틀러의 [나의 투쟁]처럼 일본의 대륙침략 교본이 되었다고 말하고, 그 발단은 미국이 1882년 조선과 맺은 ’조미상호통상수호조역‘을 파기하여 ’거중조정’(good offices) 의무를 저버리고 일본의 ‘강도행위’를 용인함으로써 한국이 주권을 상실함을 열강이 방관하게 되어 세계대전까지 일어나는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비판하였다.(제2장 ‘다나카 문서’)

    ★일본이 한쪽 뺨을 때리면 계속 다른 쪽 뺨을 대주는 영국과 미국.

    레이디버드호 & 페네이호 사건. 진행중인 중일전쟁에서 영국포함과 미국전함이 양자강에 정박중 공격당하고 침몰한 사건인데 영국 미국 양국이 일본의 거짓말을 알면서도 충돌을 피하려고 속아주고 양보한 ‘치욕의 평화주의’를 현장분석으로 비판 경고함.
    미국이 일본과의 배상금 협상에서 매번 굴복하는 자세는 ”일본이 계속해서 미국의 뺨을 때리더라도 미국은 꾸준히 다른 쪽 뺨을 내밀어야 하는 상호이해 하에서만 일본이 주장하는 ‘우호관계’에 부응하려 하는 것“이니 미국민의 권익은 무엇이냐고 따진다. 일본과의 협상에서는 ”힘을 보여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한다.

    ★일본의 선전술에 놀아난 미국 대통령, ”해군을 빨리 증강하라”
    일본은 진작부터 ‘태평양은 일본의 호수’ ‘일본의 뒤뜰’로 간주, 미국을 속여 전쟁준비를 해왔음에도 미국의 몬로주의가 이를 방관하여 침략의 산불은 턱밑까지 다가왔다고 했다. ”일본이 태평양을 제것인양 우선권을 행사할 때마다 모른 척 해온 미국은 일본의 공격을 받을 때가 닥쳐올 것“이니 해군력을 증강하라고 거듭 주장한다.
    청일전쟁이후 일본이 해마다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어 미국의 여론을 정복함. 그 결과 러일전쟁에서 시어도어 루즈벨트(Theodore Roosevelt)가 일본 손을 들어주었고, 한일병탄이래 반일기사도 사라졌으며 ‘반일’은 금기어가 되었다. 미국 민주주의 2대원칙 ‘표현의 자유와 관용의 정신’을 최대한 이용한 일본의 선전술에 무방비로 전락한 ”미국은 범국민적 선전기구를 발족하여 군국주의에 대항해야한다“고 주장한다. 

  • ★맹목적 평화주장 진보주의자들은 ‘제5열’과 같다

    미국의 반전주의를 비판. 전통적인 고립주의자(isolationist)들과 정신적 부채감에 빠진 진보주의자(liberal)들, 친 전체주의 파시스트(pro-facist)들, 6만명의 미국 공산당, 그리고 적대적 소수민족들이 극렬한 반전여론을 일으켜 ”미국에 국가재난을 초래하고 있다”고 고발한다. 
    “만일 미국인으로서 모든 전쟁을 비난한다면 워싱턴 기념탑이나 링컨 기념물들은 파괴되어야하고, 전쟁의 결과로 획득한 고귀한 유산 자유와 정의를 포기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평화주의자라 하여 자기나라를 위해 싸우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동정할 여지가 없다.
    국가의 방위, 국가의 명예, 국가의 독립을 위한 것인지 아닌지를 막론하고 모든 종류의 전쟁으 거부하며 평화를 주장하는 투쟁적 반전론자들은 제5열(the fifth column)과 같이 위험하고 파괴적인 것이다. 그들의 동기가 무엇이든 결과는 같은 것이다.”
    (‘제5열’은 스페인 내전에서 생긴 용어로 간첩, 내부의 적, 반역 등을 의미한다.-필자 주)

    ★소련을 세계 처음 ‘전체주의 국가’로 규정...“미국은 외로운 섬이 되었다”

    이승만은 당시의 세계 판도를 ’민주주의와 전체주의의 대결‘ 국면임을 꿰뚫는다.
    획기적인 주장은 “소련 공산주의가 히틀러의 나치나 일본을 신권 군국주의와 같은 인류의 적, 최악의 전체주의로 규정한다. 이것은 미국이 2차대전의 연합국으로서 소련과 손잡은 루즈벨트의 ’바보짓‘을 정면으로 고발한 것이며, 세계를 풍미하는 레닌-스탈린주의의 파멸성을 세계에 경고한 이승만의 탁월한 역사적 통찰력의 직격탄이었다.
    ”일본, 소련, 독일, 이탈리아의 전체주의가 서반구를 제외한 거의 전세계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으므로, 미국 민주주의는 전체주의 바다 가운데 떠 있는 하나의 섬이다. 모든 전체주의는 평화적 침투라는 익숙한 방법으로, 필요하다면 무력 침략으로, 미국 대륙에 뿌리를 내릴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승만은 앨라스카와 하와이가 위험하다고 경고음을 발한다.

    ★”미국을 행동하게 하자---지금 당장에 행동하게!!“

    ”민주주의 국가들은 그 리더십의 확보에 실패하였다. 독일과 일본, 이탈리아는 이미 세계를 3대 세력권으로 분리할것을 요구한다. 유럽은 독일과 이탈리아, 태평양에서 캘리포니아 해안까지 지배 일본의 지배하에 두고서, 미국은 먼로 독트린(Monroe Doctrine)의 원칙대로 미주나 지비하며 만족하라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 미주대륙은 정대 침범하지 않겠다는 비적(匪賊) 국가들의 약속을 믿고서 나머지 세계를 비적들끼리 나누어 먹도록 내버려둔다면, 큰 실책을 범하게 된다. 누가 저들의 말을 믿겠는가? 그것은 먼로독트린에 종지부를 찍는 일이 시작되는 것, 즉 세계 지배권을 확보하는 날 비적들은 “먼로 독트린 사문화”를 외칠 것이다.

    저들을 다루는 최선의 방법은 저들과는 약속도 하지말고 약속을 받지도 않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 저들이 이웃나라에서 무력으로 탈취한 모든 것들을 토해낼 때까지 경제적 제재, 금수조치를 취할 수 없다면, 미국은 저들을 공적(公敵)으로 낙인 찍힌 자들을 다루어만 한다.
    미국을 행동하게 하자! 지금 바로 행동하도록!“

    이승만의 결론은 명뱍하다. ’일본의 공격이 임박했으니 미국이 전쟁을 못하도록 선제하라”는 것이다. 유럽에서 소련과 독일이 싸우는 틈을 노려 일본은 반드시 미국을 공격할 것이며 “솔직히 말해서 미국이 일본과의 전쟁을 회피하거나 연기할 수 있는 시간은 이미 때가 너무 늦었다”고 말한다. 

    ◆출판 4개월후 일본의 진주만 기습...베스트셀러...미군부 ‘필독서’로

    세 번이나 고쳐 쓴 [일본의 가면을 벗긴다]는 교민들의 지원금을 받아 1941년 8월1일 뉴욕의 플레밍 H. 레벨(Fleming H. Revell Company)에서 출판하였다,. 
    이승만은 책이 나오자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과 부인 엘리노어 여사에게 먼저 보냈고, 육군장관 스팀슨(Henry L. Stimson), 국무장관 헐(Codell Hull, 1833~1944)을 비롯한 미정부 고위층과 국무성 관료. 그리고 미의회 등 친지들에게도 보냈다. 하와이와 본토 등 동지회에서 보급에 힘썼다. 
  • ▲ 노벨문학상 미국작가 펄벌. 오른쪽은 부천에 펄벅이 설립한 소사희망원 어린이들을 방문한 펄벅.('시니어오늘'게재 사진 캡처)
    ▲ 노벨문학상 미국작가 펄벌. 오른쪽은 부천에 펄벅이 설립한 소사희망원 어린이들을 방문한 펄벅.('시니어오늘'게재 사진 캡처)
    ★노벨문학상 펄 벅의 서평 “무서운 진실...미국인들이 꼭 읽어야 할 책”

    여러 신문과 잡지에 서평이 나왔다. 그 중에 3년전 노벨문학상(1938)을 받은 인기 여류작가 펄 벅(Pearl S. Buck,1892~1973)이 [아시아 매거진](Asua Magazine)에 기고한 서평은 정곡을 찔러 화제가 되었다. 

    “그것은 무서운 책이다. 나는 그덧이 진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기는 바라지만, 그것이 오직 너무나 진실인 것이 두렵다. 사실 이승만 박사는 일본에 정복된 나라의 한 시민으로서 전반적으로 놀랄 만큼 온건한 인물이다. 그는 공포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일어나고 있는 사실을 기술하고 증거를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만일 아시아에서 현재 일본이 계획하고 있는 ‘신질서’(New Order)에 대하여 권위있게 말할 수 있는 민족이 있다면 한국인들일 것이다. 
    나는 이 박사가 미국인들이 거의 알지 못하는 사실, 곧 미국이 1905년 수치스럽게도 한미조약을 폐기하였고, 그럼으로써 일본의 한국 병탄을 허용했다고 말해 준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이 박사는 ‘이것이 큰 불이 시작되는 불씨였다’고 말하고 있는데, 나는 이 말에 당연히 두려움을 느낀다. 그것은 만주사변보다도 더 일찍이 역사상 우리 세대로 하여금 인도에 대하여 불명예스럽게 만든 무자비한 영토쟁탈의 시작이었다. 미국인들은 이 사실을 알아야한다.
    왜냐하면 만약 그들이 그것을 알았더라면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사람은 거의 없었으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 나라의 대부분이 국민이 모르는 외교의 사악함을 말해주는 또 하나의 증거이다. 
    이 박사는 우리가 나치즘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해온 술책과 구실과 망상이 히틀러가 태어나기 전에 일본의 정책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미국인들이 반드시 읽어야할 책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그들을 위하여 집필된 것이고 지금이야말로 그들이 이 책을 읽어야할 때이기 때문이다. 거듭 말하지만 나는 이것이 진실임을 두려워한다.”

    펄 벅은 한국에 중국 만큼 애정을 쏟은 작가였다. 생후 석달만에 선교사 부모와 함께 중국에 가서 성장하여 중국의 전통적 지주 일가를 모델로 쓴 장편소설 [대지]를 발표, 노벨문학상을 받은 첫 미국여성작가이다. 이승만을 알게 된 펄 벅은 이승만의 건국 후에는 한국에 와서 활발히 복지사업을 벌인다. 부천에 있던 유한양행 소사 공장이 이사를 가자 유일한의 도움으로 그 부지를 매입, 1964년 한국펄벅재단 소사희망원을 설립하고, 1975년 문을 닫을 때까지 9년간 8번이나 소사희망원을 방문해 아이들을 직접 씻기고 돌봤다. 그때 한국을 배경으로 쓴 소설[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원제 [The Living Reed], 장영희 번역,1963)도 있다. 펄 벅은 서문에 “한국은 고상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보석 같은 나라”라고 썼다. 
    경기도 부천문화재단은 펄 벅의 소사희망원 한 동을 복원, 2006년 펄벅기념관을 세웠다.
  • ▲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불타는 미함정 아리조나 호.ⓒ위키피디아
    ▲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불타는 미함정 아리조나 호.ⓒ위키피디아
    ★일본의 결정적 패착! 진주만 공습(眞珠灣攻襲, The Attack on Pearl Harbor)=1941년 12월 7일 일요일 새벽(하와이 현지 시각) 항공모함 6척으로 편성된 일본의 연합함대가 미국 하와이의 오아후섬 북쪽에 바싹 접근하여 400여대 함재기가 진주만을 폭격, 미국 태평양 함대 기지는 쑥밭이 된다.

    이승만이 경고한 '산불'이 마침내 미국에 붙어 불태우기 시작한다.

    ‘선전포고 없는 기습’ 공격—미국 함정 12척이 침몰 파손되고 미군장병 2,334명과 민간인 103명이 사망한다. 다음 날, F. 루스벨트 대통령은 유명한 "치욕의 날 연설"로 의회의 '전쟁 참가법'이 만장일치 통과, 미국은 참전을 공식선언 한다.

    사실 일본은 미국과 전면전쟁에 돌입할 마음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단지 중일전쟁 이후 미국의 금수조치등 ‘경제제재’의 곤경을 벗어나기 위해 미국과 ‘평화협상’의 돌파구를 뚫으려는 고육책이었다. 그러나 그 경제제재는 순전히 일본의 야욕이 자초한 것이다. 유럽전쟁에서 식민국가들 프랑스나 네덜란드가 독일에 고전하는 틈을 노려 인도차이나 반도와 인도네시아 열도로 진격, 풍부한 전쟁자원을 탈취하였다. 이에 미국은 일본에 대한 석유 금수를 단행, 전쟁 에너지를 미국산 석유에 의존하던 일본은 ‘사무라이식 복수’의 칼을 빼고 말았다. 
    미국의 고립주의와 미국인들의 평화여론만 믿고 전쟁할 줄 몰랐는데 루즈벨트가 다음날로 선전포고, 만사는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초장의 승리에 만세를 부른 천황주의 일본군은 자기체면에 빠져 ‘가미가제’(神風신풍) 자살폭탄에 이르기까지 ‘성전’(聖戰)의 광란에 돌진하였지만, 막강한 미국의 전력-전략 앞에 다시는 승리를 맛보지 못한다.


  • ★이승만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미국 참전’--마침내 미국이 일본을 공격하여 이길 것임으로 꿈에도 소원인 ‘독립의 문’이 열렸다. 이승만의 소원을 일본이 들어준 셈, 그리고 가난한 독립운동가의 주머니에 모처럼 목돈이 들어오게 된다.
    처음 [JAPAN INSIDE OUT]이 발매되었을 때 부정적인 반응도 많았다. 일본과 한국의 역사를 모르는 미국 지식인들이나 반전주의자들은 “전쟁을 도발하려는 전쟁광의 책”이라는 둥 혹평까지 서슴치 않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4개월 뒤 일본이 진주만을 공습하자 하루아침에 반전이 일어난다. “이승만은 예언자”라는 칭송([임병직 회고록] 여원사,1964)까지  나오면서 책은 팔려나갔다. 중간을 거듭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런던에서도 출간되었다. 

    루즈벨트나 스팀슨이 이 책을 읽었다는 기록은 없다. 하지만 미국 육군은 이 책을 미군의 정훈교육 교재로 채택하여 ‘필독서’로 권장하였고, 영국 군부에서도 채용하였다고 한다.
    남편의 독립운동에 헌신하는 프란체스카에게도 잊을 수 없는 선물이 생겼다.
    결혼후 처음 선물 같은 선물, 이승만이 난생처음 인세에서 돈을 떼어내 아내에게 검은 색 드레스 한 벌을 사주었으니 얼마나 소중한 사랑의 열매인가. 프란체스카는 그 옷을 40여년간 입다가 며느리 조혜자(曺惠子)에게 물려주었다. 지금도 이화장에 전시되어 볼 수 있다. 

    ★이 책은 미국을 움직이고 세계 역사를 움직인 책이다. 왜냐하면 2년후 열린 카이로 회담에서 그 선언문에 ‘한국독립 조항‘을 넣는데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승만의 집요한 백악관 외교와 함께.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