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주요 쟁점에 대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 했다"며 정치적 결단 촉구청구권자금 경제개발에 썼는데… 김명수 대법원이 '청구권협정' 뒤집어前 외교부 고위당국자 "또다른 당사자인 우리 정부도 피해자들에게 사과해야"左성향 단체들 "'2018년 대법원판결 집행' 안하면 尹대통령·박진 장관 탄핵해야"
  • ▲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1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가 열리는 바이어리셔 호프 호텔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열고 있다. ⓒ외교부
    ▲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1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가 열리는 바이어리셔 호프 호텔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열고 있다. ⓒ외교부
    한일 외교장관이 1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MSC) 참석을 계기로 만나 양국 최대현안인 '강제동원(징용) 배상 문제' 등을 논의했다.

    박진 외교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이날 오후 7시 10분부터 35분간 뮌헨안보회의가 열리는 바이어리셔 호프 호텔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5월 이후 다섯 번째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다.

    외교부는 "양 장관은 강제징용 문제를 포함한 한일 간 주요 현안 및 상호 관심사에 대해 그간 구축해온 신뢰를 바탕으로 진지하고 심도있는 의견을 교환했고 정상간 합의에 따라 조속한 현안해결과 관계개선을 위해 외교당국 간 각급에서 긴밀한 협의가 지속되고 있음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주요 쟁점에 대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 했다"면서 "일본 측에 성의 있는 호응을 위한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고 서로 입장은 이해했으니 이제 서로 정치적 결단만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징용배상 문제의 쟁점은 '2018년 대법원판결'의 원고인 징용피해자들을 위해 한국 정부가 조성하는 기금에 피고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이 참여할지와 일본 측이 진정성 있는 사죄를 할지다. 앞서 정부는 피해자 인사들과 함께 4차례에 걸친 민관 협의회를 열고 해당 판결의 '제3자'인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기금을 마련해 원고인 피해자들에게 판결금(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을 마련했다. 

    1965년 협정 체결 당시 日, 피해자 개별배상 제안↔한국, 거절하고 청구권자금 일괄 수령해 경제개발에 사용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일본이 한국에 유무상 5억 달러를 배상금 차원에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양국이 청구권 문제를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제2조 제1항)"하기로 합의했다는 입장이다. 

    당시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자국의 원호법에 따라 직접 배상하겠다고 했지만, 우리 정부(장면정권과 박정희정권)는 청구권자금의 총액을 정부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받기를 선택했다. 이후 우리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받은 청구권자금을 소양강댐과 경부고속도로 등 건설, ㈜포스코(옛 포항종합제철㈜), 한국도로공사·한국전력·코레일·KT&G·외환은행(현 하나은행)·한국수자원공사 등 16곳에 투입하는 등 거의 대부분을 경제개발에 사용했다. 

    日,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 검토… 나오토 총리, 식민지배 반성하며 문화재 1300점 반환

    일본은 "일본의 통절한 사과와 반성"이 담긴 1998년 '김대중-오부치(小淵) 선언'을 계승을 계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범좌파 진영은 '강제동원'이라는 개별사안에 대한 일본의 사과를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1993년 고노 담화 △1995년 무라야마 담화 △1998년 '김대중-오부치(小淵) 선언 △2010년 간 나오토 담화 등을 통해 과거사에 따른 사죄의 뜻을 밝혔다. 특히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강제병합 100주년을 맞은 2010년 '식민지배가 한국인들의 의사에 반해 강제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인정하고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과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정부는 이후 조선왕실의궤 등 1300점에 달하는 문화재를 반환한 바 있다. 
  • ▲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상희 의원 등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일본의 강제동원 사죄 및 전범기업 직접배상 촉구 의원 모임 출범식에서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상희 의원 등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일본의 강제동원 사죄 및 전범기업 직접배상 촉구 의원 모임 출범식에서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정부 사과에는 선 그은 외교부… "일본에만 책임 돌리나"

    그러나 한일청구권협정과 징용문제의 또 다른 '당사자'인 우리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은 채 "일본의 더욱 성의 있는 호응"만을 촉구하고 있다. 전 외교부 고위 당국자들은 "그동안 일본이 수차례 사과했던 만큼 추가 사과를 받아내기는 쉽지 않을 거"이라며 "또 다른 당사자인 한국 정부는 정작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으면서 일본에만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양국 정부가 피해자들을 충분히 존중하지 않은 데 대해 공동으로 사과할 계획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현재 일본 측에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하는, 그리고 보다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하는 방향으로 우리 정부와 협의를 지속해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국민들도 피해자들에게 빚을 진 셈인데 우리 정부도 기금에 참여할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정부가 기금에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이미 민관 협의회에서 '그러한 방안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 우리 피해자 측의 기본 입장이었다"며 "저희는 이런 피해자 측의 입장을 유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피해자들과 뜻을 함께해온 범좌파 진영이 정부를 또 다른 '가해자'로 규정하지는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임 대변인은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의 기금 참여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좌파단체들 "'2018년 대법원판결 집행' 않으면 尹대통령·박진 장관 탄핵해야"

    좌파성향 시민단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같은 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특별간담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정의당·무소속 의원 51명으로 구성된 '일본의 강제동원 사죄 및 전범기업 직접배상 촉구 의원모임'을 향해 '강제동원 정부 해법안 철회 결의안'과 박진 외교부장관 '탄핵안' 발의를 촉구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주제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운영위원장 겸 전국민중행동 정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이 결의안이 채택됐음에도 불구하고, 전 국민적인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박진 장관이 이 굴욕적인 강제동원 해법안을 밀어붙인다면 국회에서 박진 장관의 탄핵안도 발의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국언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제3자 변제안'을 골자로 한 정부 해법을 '한·미·일 삼각공조'와 연관지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의 최종 장애물이 제거됐다"고 비난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2018년 대법원 판결'을 집행하지 않으면 대통령과 행정부가 "당연히 탄핵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