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변하는 기자가 예의 없어"… 국민의힘 언론인 출신들 "무례, 몰상식" 지적
  • ▲ MBC 기자가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과정에서 슬리퍼를 신고 있는 모습. ⓒ김종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페이스북 캡처
    ▲ MBC 기자가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과정에서 슬리퍼를 신고 있는 모습. ⓒ김종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페이스북 캡처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기자회견(도어스테핑) 과정에서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과 설전을 펼친 MBC 기자가 슬리퍼를 신었던 것을 두고 국민의힘 언론인 출신 인사들이 "무례하고 몰상식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을 대표해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공식적인 자리에 슬리퍼를 신은 것이 부적절한 차림이었다는 주장이다.

    대통령 도어스테핑에… '슬리퍼' 신고 온 MBC 기자

    중앙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김종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22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MBC 기자가 슬리퍼를 신은 것과 관련해 "MBC에서는 국민을 대변해서 대통령께 물어본다고 얘기하지 않았나"라며 "대통령은 넥타이를 매고 정장을 입고 나와서 국민들 앞에 섰는데 질문하는 분은 슬리퍼를 신고 국민을 대변한다면서 서 있는 것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MBC 기자는 윤 대통령이 지난 18일 도어스테핑 과정에서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해 "악의적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자 "MBC가 무엇을 악의적으로 왜곡했다는 것인가"라며 따졌다. 윤 대통령은 이 물음에 답변하지 않고 집무실로 향했다.

    그러나 도어스테핑 과정에서 MBC 기자가 운동화나 구두가 아닌 '슬리퍼'를 신고 참석한 것이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확산했다. 

    MBC 기자는 윤 대통령이 자리를 떠난 뒤에도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과 언쟁을 이어가 빈축을 샀다. 

    이 비서관이 "들어가시는 분한테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하자, MBC 기자는 '질문하라고 (도어스테핑을) 만든 것 아닌가' '질문도 못하나'라는 취지로 반박하며 설전을 펼친 것이다.

    이에 대통령실은 21일 공지를 통해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도어스테핑 중단을 선언했다.
  • ▲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2022년도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타지마할 방문 관련 자료를 갖고 박보균 장관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DB
    ▲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2022년도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타지마할 방문 관련 자료를 갖고 박보균 장관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DB
    "아무리 급해도 기본" "난생처음 봤어"

    국민의힘의 언론인 출신 인사들은 이 같은 행태를 보인 MBC 기자의 차림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김 위원은 "무례하다고 생각한다"며 "(법원의 경우) 재판장에 슬리퍼를 신고 들어가지 않는다. 그리고 판사들도 다 법복을, 아무리 더운 날에도 법복을 입고 외국 같은 경우는 가발을 쓰기도 한다"고 짚었다.

    부산일보 편집국장을 거쳐 사장까지 지낸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슬리퍼 질질 끌고 대통령 도어스테핑 하는 데 나타나서 팔짱을 턱 끼고 대통령 뒤통수에 대고 따지듯 고성을 지르는 MBC 기자"라며 "그 장면을 보는 순간 기자 출신 선배로서 얼굴이 화끈거려 참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기자실에서 갑자기 나오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두둔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한 안 의원은 "대통령이라는 취재원을 대하는데 아무리 급해도 신발을 바꿔 신는 것은 기본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MBC 앵커 출신인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오후 페이스북에서 "'MBC 슬리퍼 사태'를 지켜보며 착잡한 마음이 든다"며 "국민과 더 가까이 소통하겠다는 대통령의 진심과 노력을 무례와 몰상식의 빌미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배 의원은 "대통령의 권위를 존중하는 것은 5년간 무소불위인 권력자라서가 아니다"라며 "국민이 선택하고 국민이 권위를 부여한 국민의 1등 대리자, 즉 국민 그 자체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배 의원은 그러면서 "이전 대통령 어느 분께도 슬리퍼를 신고 취재에 나선 기자는 없었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 때도, 박근혜·이명박·김영삼·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도 없었다"고 상기했다.

    서울신문 출신의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회견장에서 슬리퍼 신고 팔짱 끼고, 시비 걸듯 질문하고 소리 지르는 기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난생처음 봤다"며 "이렇게 언론 자유를 도 넘치게 누리면서 탄압 코스프레 하는 것은 기만"이라고 직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