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편의 봐준 대가로 금품·향응 수수혐의 받아法 "직무 관련한 뇌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김형준 측 "무리한 기소"… 고개든 공수처 무용론
  • ▲ 뇌물수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후 처음 기소한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공동취재) ⓒ연합뉴스
    ▲ 뇌물수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후 처음 기소한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공동취재)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이후 처음 기소한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같은 판결에 김 전 부장검사는 법정에서 오열하기도 했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김 전 부장검사와,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박모 변호사에 대해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친분 관계나 제공한 시기, 액수, 형태 등 비춰볼 때 김 전 부장검사가 직무에 대한 대가라고 인식을 못 했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여러 사정을 비춰봤을 때, 공수처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김 전 부장검사가 박 변호사로부터 제공받았다는 술값, 향응 또한 직무와 관련한 뇌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봤다.

    이들은 과거 서울중앙지검에서 함께 근무한 사이로 박 변호사가 변호사 개업한 이후에도 1년에 2~3회 만나는 등 친분를 유지했다고 한다.

    김 전 부장검사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으로 재직하던 2015~2016년 수사 편의를 대가로 박 변호사로부터 1093만5000원어치 금품·향응 접대를 받은 혐의로 지난 3월 기소됐다.

    지난 9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공수처는 김 전 부장검사에게 징역 1년과 벌금 3000만원, 추징금 1093만5000원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박 변호사에게는 벌금 10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제시된 증거만으로는 이들의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봤다. 김 전 부장검사가 일방적으로 술값 및 향응을 제공받은 게 아니라 박 변호사와 서로 제공한 사실이 있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당초 검찰은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하지만 2019년 김 전 부장검사의 자칭 '스폰서'라고 주장하는 김모 씨가 경찰에 고발하며 수사가 재개됐다. 이후 경찰과 검찰을 거쳐 최종 공수처가 넘겨받아 수사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김 전 부장검사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지난 3월 재판에 넘겼다. 이로써 이 사건은 공수처 출범 이후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깬 첫 기소 사례가 됐다.
  • ▲ 뇌물수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1호'로 기소된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지난 4월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첫 공판을 마친 직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강민석 기자
    ▲ 뇌물수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1호'로 기소된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지난 4월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첫 공판을 마친 직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강민석 기자
    '무리한 기소였다' 비판… 공수처 "법리적 의견 달라 항소할 것"

    선고 직후 김 전 부장판사 측 변호인은 취재진과 만나 "무리한 기소였다"며 "정치적 계산과 조직 논리에 따라서 수사와 기소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쓴소리를 냈다.

    변호인은 이어 "과거 2016년 대검 감찰팀에서 이미 징계까지 다 받았던 내용"이라며 "그런 사건을 2019년 검찰 개혁을 주장하기 위한 소재로 고발인이 고발하고 공수처가 기소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법정에서 눈물을 보인 김 전 부장검사도 감정을 추스른 뒤 "많은 세금과 공무원이 투입돼 신설된 공수처라는 조직이 정말 국민을 위한 것인지 많은 생각이 든다"며 "정치적인 논리에 따라 사실과 진실을 본인들에 유리하게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공수처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재판부 판단 내용 중 법리적으로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이 있어 항소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