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설립된 데이터리서치‥ 2014년 KNA 창간해한길리서치 소장·前대표… KNA 편집인·발행인 맡아국민의힘 "한길리서치 소장이 '데이터리서치' 운영""데이터리서치, 정치현안만 조사‥여심위 검증 피해"데이터리서치 "국민의힘 일방 주장, 사실관계 왜곡"
  • ▲ 여론조사기관 '데이터리서치' 홈페이지 캡처.
    ▲ 여론조사기관 '데이터리서치' 홈페이지 캡처.
    최근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주장에 공감한다는 응답자가 52.7%에 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업체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 '미등록 업체'라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검찰 조사에 대해 "신뢰 못 한다"는 의견이 57.6%라고 발표한 조사기관 역시 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업체 명단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해당 조사기관이 여심위에 등록된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의 '관계사'일 가능성이 거론돼 조사기관 운영자가 여심위의 통제를 피하기 위해 미등록 업체를 따로 만들어 운영해 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여심위 미등록 업체가 '이재명 검찰 수사' 여론조사


    지난 26일 쿠키뉴스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검찰의 수사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낮은 걸로 드러났다"며 "여론조사 전문기관 데이터리서치가 지난 23~24일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물은 결과, 57.6%는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고 보도했다.

    이 외에도 쿠키뉴스는 "이 대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압수수색을 두고 '정치탄압'이라는 의견이 과반을 넘었고, 대장동 의혹 특검 요구가 높았다"는 등 상대적으로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했다.

    그런데 해당 조사를 실시한 데이터리서치는 28일 기준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기관 명단에 없었다.

    데이터리서치라는 여론조사기관이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한 건 2019년 2월부터다. 처음엔 폴리뉴스가 정례적으로 데이터리서치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2020년부터 쿠키뉴스가 바통을 이어받아 데이터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를 기사화했다.

    흥미로운 점은 쿠키뉴스가 데이터리서치의 조사 결과를 보도할 때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의 해설을 단골처럼 인용했다는 점이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여론을 전달한 이번 기사에도 홍 소장의 견해가 어김 없이 실렸다.

    한길리서치 소장, 언론사 'KNA24' 편집인 등재


    1993년 홍 소장이 설립한 한길리서치의 현재 대표는 홍계영 씨로 확인된다. 데이터리서치의 대표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데이터리서치의 연혁을 보면 한길리서치와의 연관성을 발견할 수 있다.

    데이터리서치의 전신인 코리아씽크탱크는 2014년 통계·여론·빅데이터 전문 언론사 'KNA(현 KNA24)'를 창간했는데, 현재 홍 소장이 이 회사의 편집인을 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매체의 발행인으로 등재된 마현애 씨는 2020년 한길리서치가 여심위에 등록할 당시 한길리서치의 대표이사였다.

    2019년 데이터리서치의 조사 결과가 처음 언론에 소개될 때 이를 의뢰한 곳도 KNA였다.

    특히 한길리서치와 데이터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한 KNA24의 기사가 총 78건에 달하고, KNA24와 데이터리서치가 같은 사무실(서울 여의도동 소재)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3개사가 사실상 '한 회사'이거나 '관계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데이터리서치, 한길리서치 소장 '운영설' 돌아

    이와 관련, 데이터리서치를 한길리서치의 홍 소장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한 국민의힘 ICT미디어진흥특위 공정미디어소위는 27일 배포한 성명에서 "얼마 전 논란이 됐던 넥스트위크리서치와 동일하게, 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 업체를 운영하는 인물이 자회사를 만들어 조사내용에 대한 검증과 책임을 피해가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공정미디어소위는 "이 업체는 1000명의 국민을 상대로 조사했다고 주장하지만, 자료에는 조사대상 1000명의 성별, 연령별, 지역별 분포만 나와 있을 뿐 실제로 몇 명을 조사했다는 것인지, 가중값을 어떻게 적용했다는 것인지가 전혀 적시돼 있지 않다"며 "이미 편견이 내재된 질문을 함으로써 결과를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응답률 역시 6.9%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ARS조사 응답률이 통상 4% 내외인 것을 미루어 볼 때 현재 ARS 여론조사 시스템에서 이 수치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중론"이라고 소개한 공정미디어소위는 "이제 여론 조작과 왜곡을 걸러낼 장치가 더 시급해졌다"며 "전문성이 결여된 업체의 난립으로 민의 왜곡이 횡행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등록 업체의 '불량 여론조사' 대책 마련 시급"


    공정미디어소위는 "제도의 허점을 노리고 '여론조사'를 빙자해 '여론선동'을 획책하는 일부 여론조사 업체들의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며 "선관위는 선거 관련 조사가 아닌 정치현안 조사에 불과하다며 수수방관하지 말고, 규정의 허점을 악용하는 악의적 여론몰이 방지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업체는 매번 조사를 실시할 때마다 표본 선정, 접촉 현황, 가중값 적용 방법, 설문지, 응답률 등의 자료 일체를 여심위에 제출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검증 받아야 한다.

    반면 미등록 업체는 이러한 통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여론조사를 실시해 발표할 수 있다. 대통령 탄핵이나 정당 대표 적합도 등 정치 현안을 묻는 것도 가능하다. 선관위와 무관한 조사이므로, 추후 여론조작 여부를 살피기 위해 조사 녹음파일 등을 6개월간 보관하도록 하는 규정도 지킬 필요가 없다.

    다만 대선·총선·지방선거 후보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 등 선거 관련 여론조사는 공표할 수 없다.

    데이터리서치 "여심위 우회하기 위해 만든 기관 아냐"

    한편, 데이터리서치는 김종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의 발언을 인용한 국민의힘 ICT미디어진흥특위 공정미디어소위의 성명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김 비대위원의 말대로 여심위를 우회하기 위해 만든 조사기관이 아님을 밝힌다"고 쿠키뉴스를 통해 해명했다.

    28일 데이터리서치는 "선관위 여심위(중앙여론조사심위위원회) 여론조사 등록제도가 2017년부터 시행됐는데, 법인명을 교체하긴 했으나 여심위 등록제도 시행보다 5년 이전인 2012년에 설립된 여론조사기관"이라며 "'선관위 등록 여론조사 기관이 미등록 자회사를 만들어 조사 내용에 대한 검증과 책임을 피해 간 수법이 반복되고 있다'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여심위가 공직선거와 관련된 조사를 심의하지만 일반적 사회여론 조사까지 심의 규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근거로 '과도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데이터리서치는 "여심위는 공직선거와 관련된 조사를 심의·규제하는 곳이지 일반적 사회여론조사를 심의 규제하는 곳이 아니"라며 "공직자 선거조사와 달리 일반사회여론조사는 조사기관과 언론사들이 나름 보도준칙을 따르고 있다. 조사개요와 의뢰관계, 설문지 등을 모두 공개하고 있으며 이번에 보도된 조사도 그 관행에 따라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