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무기 ‘포세이돈’ 탑재한 잠수함 사라져… 핵무기 사용할 수도" 伊 매체 보도러 “우리가 핵무기 사용할 거라는 서방진영 주장은 ‘허언’… 관여할 생각 없어”
  • ▲ 다른 잠수함과 '벨고로드'함을 비교하는 영상의 한 장면. 맨 위가 '벨고로드'함이다. ⓒ러시아 프라우다 유튜브 채널 캡쳐.
    ▲ 다른 잠수함과 '벨고로드'함을 비교하는 영상의 한 장면. 맨 위가 '벨고로드'함이다. ⓒ러시아 프라우다 유튜브 채널 캡쳐.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와 영국 언론들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불어 핵추진 수중드론 ‘포세이돈’을 사용한 북극해 핵실험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동향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또한 서방 언론의 보도를 두고 “허언”이라며 일축했다.

    美CIA 국장 “러, 핵무기 사용하려는 실질적 동향 파악 못 해”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윌리엄 번스 美CIA 국장은 지난 3일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실질적 동향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푸틴이 핵공갈 하는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번스 국장은 “미국 정보당국은 아직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이 임박했다는 실질적 증거를 보지 못했다”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핵위협을 심각하게 생각해 관련 징후와 신호를 예의주시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번스 국장은 그러면서 “제가 정책결정권자는 아니지만 핵무기 사용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긴밀하게 소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英·이탈리아 언론 “러 핵장비 우크라로 이동…핵어뢰 장착 잠수함 사라져”

    CBS가 번스 국장에게 이런 질문을 한 이유는 지난 2일부터 유럽 언론이 내놓은 보도 때문이다. 2일 이탈리아 ‘라 레푸블리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이하 나토)가 회원국과 동맹국들에게 ‘러시아가 최후의 날 무기(doomsday weapon)라 불리는 포세이돈 시험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는 경고 첩보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포세이돈을 탑재한 러시아 잠수함 K-329 ‘벨고로드’함이 북극해를 향해 출항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 같이 전했다. 러시아가 카라해(러시아 중앙부 북쪽 북극해)에서 핵어뢰 시험발사를 할 것이라는 내용도 전했다. 매체는 이어 고위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해당 해역에서 무력시위를 통해 핵무기 사용의지를 드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세이돈’은 100메가톤(Mt·TNT 1억t)급 핵탄두를 장착한 핵추진 수중드론이다. 말은 수중드론이지만 사실상 핵어뢰다.

    이어 3일에는 영국 더타임스가 “신형 병력수송차량과 장비를 실은 대형 화물열차가 러시아 중부에서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며 러시아가 핵무기 관련 장비를 우크라이나 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주장을 전했다.

    신문은 “이 열차가 러시아군에서 핵무기 유지·관리, 수송 등을 담당하는 총참모부 제12총국과 연관이 있다”는 폴란드 국방전문가의 의견도 소개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움직임이 무력시위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평가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서 저위력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러 다목적 핵추진 잠수함 ‘벨고로드’함과 핵어뢰 ‘포세이돈’

    이탈리아 매체가 ‘최후의 날 무기’라 부른 ‘포세이돈’은 2015년 러시아 언론의 실수로 실체가 드러난 전략무기다. 당시 러시아 국영방송이 실수로 ‘프로젝트 09852’ 설계도면 스케치를 보도했다. 스케치에는 “적의 경제적 역량에 치명타를 가하기 위한 해안지역 공격용 전략무기”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 ▲ 한때 언론에 공개돼 큰 파장이 일었던 '포세이돈' 설계도면 스케치. ⓒ러시아 밀리터리 애널리시스 영상화면 캡쳐.
    ▲ 한때 언론에 공개돼 큰 파장이 일었던 '포세이돈' 설계도면 스케치. ⓒ러시아 밀리터리 애널리시스 영상화면 캡쳐.
    러시아 측은 당시 “이런 무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정했다. 그러나 2018년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향후 미국을 압도할 무기”라고 공개하면서 존재를 확인했다. 알고 보니 ‘프로젝트 09852’는 포세이돈을 탑재할 잠수함 ‘벨고로드’함의 계획명이었다.

    포세이돈은 길이 24m, 폭 1.6m 크기로 장착한 소형원자로를 이용해 자체 추진을 한다. 사거리는 1만km에 달한다. 바다에서 자율항행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장착한 핵탄두는 애초 수십 Mt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나중에 100Mt급을 탑재한 사실이 확인됐다.

    포세이돈은 ‘벨고로드’함에서 직접 목표를 향해 발사할 수도 있지만 잠수함에서 먼저 발사한 뒤 심해에서 잠복하다 본부 명령이 떨어지면 적의 항만이나 해안가 도시를 타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핵추진이라 소음이 적은 데다 목표 3km 앞에서 시속 180km로 가속해 돌진하기 때문에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하다는 게 러시아 측 설명이다. 러시아의 계획은 포세이돈을 32기 생산해 2021년부터 주요 함대마다 실전 배치한다는 것이었다.

    이탈리아와 미국 언론들은 “포세이돈을 해안가에서 폭발시키면 높이 500m의 방사능 쓰나미가 일어나 목표가 된 도시는 초토화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군사전문가들은 과연 ‘방사능 쓰나미’만으로 적을 굴복시킬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한다. 미국이나 유럽 해안 대도시를 완전히 수몰시키려면 포세이돈 한두 발로는 어렵고, 그렇다고 여러 발을 쏘기 위해 잠수함이 접근하면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다는 지적이다.

    ‘벨고로드’함 또한 과대평가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들은 이를 최신형 잠수함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실은 ‘오스카-Ⅱ’급 후속이다. ‘오스카’급 잠수함은 냉전 시절 소련이 미 해군 항모강습단을 격파하기 위해 만든 공격 잠수함이다. 소련은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벨고로드’급 다목적 공격 잠수함을 1992년부터 건조하려 했다. 하지만 소련 해체와 경제위기로 계획은 무산됐다. 이 계획은 푸틴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부활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8년 3월 ‘벨고로드’함의 개발 완료를 발표했다. ‘벨고로드’함의 실전 배치는 2022년 7월 이뤄졌다.

    이 잠수함은 길이 184m, 선체 폭 13.5m, 수중배수량 2만 4000t로 세계에서 가장 크다. 다만 전략핵잠수함(SSBN)이 아닌 다목적 잠수함이어서 P-700 그라니트 초음속 대함순항미사일과 포세이돈을 함께 탑재한다. 포세이돈은 최대 6~8기 탑재할 수 있다.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은 탑재할 수 없다.

    러시아가 현재 ‘벨고로드’급 잠수함을 1척밖에 보유하지 못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생산한 포세이돈의 숫자 또한 계획한 32기에 훨씬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러 크렘린궁 “우리가 핵무기 사용한다는 서방의 주장은 허언”

    한편 러시아 크렘린궁은 4일 “우리가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는 ‘허언’”이라고 반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이 임박했다”는 서방언론들의 보도와 관련해 “서방 정치인과 국가원수들이 언론을 이용해 핵 관련 허언 기술을 연습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꼬며 “러시아는 이에 관여할 뜻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러시아 측의 이 같은 반박에도 서방진영에서는 이들이 우크라이나 지역에 소형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계속 나온다. 지난 9월 30일 합병조약에 따라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자국 영토로 간주하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