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법원 "TV토론은 즉흥적… 일방적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 이재명 손 들어 줘2022년 '허위사실공표' 두 번째 재판… 허위성·고의성 여부와 발언 장소가 쟁점이재명 '백현동·김문기' 발언은 국정감사·인터뷰서 한 것… 검찰, 유죄에 무게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또다시 재판을 받게 되면서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대법원은 2020년 이번 사건과 유사한 혐의로 기소됐던 이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적극적, 일방적 허위사실 표명으로 볼 수 없다"며 2심 유죄 판결을 뒤집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가 중시한 판단의 잣대는 문제의 발언이 맥락상 즉흥적이었는지, 적극적인 허위사실 표명인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제한된 시간 내에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TV토론의 특성상, 이 대표가 상대가 제기한 의혹에 답하는 과정에서 돌발적인 발언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이번 재판에서도 '허위성'과 '고의성'의 여부, 무죄의 결정적 근거로 삼았던 발언 장소나 상황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국정감사장에서 "국토부가 협박했다" 발언

    이번에 백현동 개발 특혜와 관련해 이 대표의 발언 중 검찰이 문제 삼는 것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했던 발언이다.

    당시 이 대표는 "국토부가 공문으로 용도변경을 요청해 공공기관이전특별법에 따라 응할 수밖에 없었다"며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2015년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로 용도를 4단계 상향한 것이 국토부의 '협박'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이 발언 이후 국토부 노조는 정부세종청사에서 "백현동 부지 개발과 관련해 '국토부가 협박했다'는 발언으로 국토부 공무원들의 사기를 저하한 것을 사과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검찰은 백현동 부지와 관련해 국토부가 용도변경을 요청하거나 강요한 적이 없다고 보고 이 대표의 발언을 허위로 판단하고 있다. 또 이 대표의 발언이 공식적인 자리인 국정감사를 통해 이뤄진 만큼 검찰은 이 대표의 유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현지 보좌관(전 경기도청 비서관)이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현지 보좌관(전 경기도청 비서관)이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檢 "이재명 언론 인터뷰서 발언, 허위사실공표 분명"

    또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2월,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한 이 대표는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의 사망 소식을 접한 후 "제가 시장 재직 때는 몰랐고요. 그러니까 하위 직원이었으니까요"라며 "도지사가 돼서 재판받을 때 이 사람의 존재를 알게 됐고 전화도 꽤 많이 했고"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1월, 그가 김 전 처장과 함께 해외출장을 갔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보도 내용은 이 대표가 판교에 노면전차 도입을 추진함에 따라 12명의 시찰단과 함께 호주와 뉴질랜드로 출장을 갔는데 이 시찰단에 김 전 처장이 포함돼 있었다.

    또한 2009년 성남 야탑3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도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처장은 당시 성남정책연구원으로서 해당 세미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자 등의 진술과 김 전 처장의 휴대전화 등 압수물을 분석한 결과, 이 대표가 변호사 시절부터 김 전 처장과 교류했고 성남시장 시절에도 그를 알았던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김 처장이 2009년 휴대전화에 이 대표를 '이재명 변호사'로 저장했으며, 해외출장에서 공식 일정과 별개로 두 사람이 함께 골프를 쳤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검찰은 이 대표가 발언한 장소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토론회가 아닌, 사전에 질문 내용을 조율하는 방송사 인터뷰라는 점에서 김 전 처장과 관련한 발언은 분명한 허위사실공표라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 출석 거부한 이재명, 20쪽 질의서에 5줄 서면 답변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6일 20대 대선 당시 '대장동·백현동사업' 관련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받는 이 대표에게 "출석해 조사 받으라"는 내용의 소환 통보를 보낸 바 있다.

    이 대표 측은 그러나 "서면 답변서를 보냈기 때문에 소환 사유가 소멸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며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 측의 해당 답변서는 5줄 미만에 그쳤고, 내용 또한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검찰의 서면질의에 구체적 답변을 피한 채 소환 조사도 없이 재판에 넘겨진 만큼 '백현동·김문기사건'과 관련해 구체적인 혐의사실과 관련한 이 대표의 해명은 법정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이번 재판에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의 의원직은 박탈된다. 형이 확정된 때로부터 5년 동안은 선거권·피선거권도 잃는다. 당원 자격도 상실할 가능성이 커 당 대표직도 자동 상실될 수 있다. 즉, 법원의 판단에 따라 2027년 대선 출마 가능성 자체가 막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의 재판 절차는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초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