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사멘터리 추적’… 월남 참전용사들 양민 학살, 기정사실화해서 방송1972년 베트남서 전사한 고 박유근 중령의 아들, 박민식 보훈처장"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버지는 나라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나의 영웅""KBS, 32만5000 참전용사와 그 가족 욕보여"… "정중한 사과" 요구
  • ▲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이종현 기자.
    ▲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이종현 기자.
    KBS가 지난달 방송한 다큐멘터리에서 한국군이 베트남전쟁(이하 월남전) 당시 민간인을 학살한 것처럼 묘사했다. 이를 두고 국가보훈처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항의하며 KBS에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박민식 “KBS, 32만5000명 참전용사와 그 가족 욕보였다”

    박 보훈처장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참전용사들은 학살자가 아닙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박 처장은 글에서 “KBS가 한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월남전 참전용사 모두를 학살자인 양 매도하는 편파적인 방송을 했다”고 비판했다.

    박 처장의 부친은 1972년 월남에서 전사한 고(故) 박유근 중령이다. 자신이 월남전 참전용사의 아들임을 밝힌 박 처장은 KBS를 향해 “아버지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늘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돌아가신, 저의 영웅이셨다”면서 “제가 학살자의 아들이 아니라 참전영웅의 아들이듯, 대한민국 32만5000명의 젊은 장병들도 국가의 부름에 한 번뿐인 청춘을 바친 영웅들임을 잊지 마시라”고 강조했다.

    박 처장은 “수신료를 받아 운영되는 국민의 방송 KBS가 대한민국 국민 32만5000명을 학살자로 모는 현실에서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은 KBS 수신료 고지서를 받고 과연 어떤 생각이 들까”라고 의문을 표한 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이라면 전쟁의 비극을 이분법적으로 재단하고, 전쟁의 한 단면만을 침소봉대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참전용사들도 전쟁 피해자”라고 전제한 박 처장은 “그들도 나라의 부름에 젊음과 생을 바치고 조국 발전에 밑거름이 된 희생자”라고 강조했다. 

    박 처장은 그러면서 “KBS가 32만5000명의 월남전 참전 유공자와 그 가족을 모두 욕보였다”며 KBS에 정중한 사과를 요구했다.

    보훈처 “KBS, 월남전 민간인 학살 의혹을 기정사실로… 편파방송”

    앞서 보훈처는 KBS에 월남전 참전용사들의 의견을 반영한 추가 방송 편성을 요구했다. 지난 4일 보훈처는 월남전 참전용사의 민간인 학살 의혹을 제기한 KBS의 ‘시사멘터리 추적’의 8월7일자 방송 ‘얼굴들, 학살과 기억’ 편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보훈처는 “(KBS는) 월남 민간인 학살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는 편파적인 방송을 했다”면서 “월남전 참전 유공자의 지원과 명예 선양을 관장하는 주무부처로서 심각한 유감을 표하며 공정한 방송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훈처는 “현재 월남전 참전 유공자들의 거센 반발과 함께 대규모 항의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BS가 보도한 관련 내용은 현재 소송 중에 있어 최소한 소송 당사자 간 균형 잡힌 반론권이 보장돼야 하는데, 공영방송인 KBS는 일부 베트남인의 주장에 방송시간 대부분을 할애하고 월남전 참전 유공자 측 반론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보훈처는 KBS에 월남전 참전 유공자 측의 반론을 반영한 추가 방송 편성을 요구했다.

    보훈처는 “앞으로도 월남전 참전 유공자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국방부 및 월남전참전자회 등과 필요한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 ▲ 월남전 참전 한국군의 모습. ⓒ유튜브 채널 '코리아 디펜스 블로그' 영상 캡쳐.
    ▲ 월남전 참전 한국군의 모습. ⓒ유튜브 채널 '코리아 디펜스 블로그' 영상 캡쳐.
    이와 관련해 KBS ‘시사멘터리 추적’ 제작진은 “피해 마을에서 생존한 베트남 주민들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고, 올해 안에 1심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라며 선고 결과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과 월남전 참전 유공자회의 견해를 담은 후속편을 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남전 참전 한국군이 양민 학살했다”는 주장… 대부분 근거 없어

    “월남전 참전 한국군이 현지 양민들을 학살했다”는 주장은 20여 년 전 한겨레신문 기사에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월남참전전우회는 물론 국방부까지 나서서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이런 주장은 ‘카더라’로 묻히는 듯했다.

    하지만 ‘월남전 참전 한국군 양민 학살’ 주장을 굽히지 않던 일부 좌파 인사들은 이런 저런 사진자료를 가져와 증거라고 들이밀기 시작했다. 

    확인 결과 전쟁 당시 남베트남군의 소행이거나 베트콩(남베트남인민해방전선·북베트남 공산당을 추종하던 무장 게릴라)이 한국군 군복을 훔쳐 입고 저지른 만행 또는 일본 극우세력이 사진설명을 조작한 것들이었다.

    한국군이 전쟁 당시 양민을 학살했다는 근거는 베트남공산당의 주장을 제외하고는 찾기 어렵다. 베트남공산당은 북베트남군이나 베트콩의 양민 학살이나 성범죄 등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반면 베트남 주민들은 베트콩의 양민 학살이 당시 심각했음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임에도 좌파진영은 2020년 4월 ‘한국군의 베트남 양민 학살’을 주장하는 베트남 사람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돕기 시작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원고인 베트남 사람을 돕는다며 베트남태스크포스(TF)까지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관련 재판에서 “해병대 대대장이 학살을 명령했다”는 증언이 단 한 번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베트남정부는 월남전 당시 양민 학살에 관한 미국과 한국 등의 공식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미국·한국과 공동 진상조사를 벌일 경우 당시 베트남공산당이 저지른 광범위한 양민 학살과 범죄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서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