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 공공기관 130곳 4일부터 도입… 권한 두고 정부-노동계 의견차노동계 "노동이사가 조합원 지위 못 가지면 권한 제한돼 '반쪽 임원'으로 전락"경영계 "노동이사제, 이사회를 노사 간 갈등의 장으로 변질시킬 수도 있어" 우려전문가 "노동이사제 아직은 시기상조… 의사결정 방해 안 되도록 견제장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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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지난 1월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졸속 도입 논란을 빚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4일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노동이사의 권한을 두고 정부와 노동계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윤석열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에 자칫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기획재정부는 4일 공공기관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노동이사제가 실시됐다고 밝혔다. 대상 기관은 한국전력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기업 36곳과 국민연금공단·한국무역보험공사 등 준정부기관 94곳 등 130곳이다.기재부 지침을 살펴보면, 이들 기관은 노조 대표가 2명 이내의 후보자를 임원추천위원회에 추천하는 방식으로 노동이사를 선임한다. 노조위원장이 직접 자신을 추천하는 것도 가능하다. 과반 노조가 없으면 근로자 전체 투표로 2명 이내의 후보자를 추천한다. 이후 임추위 추천 절차를 거쳐 노동이사 1명을 뽑게 된다.최종적으로 선임된 노동이사는 기업 의사결정에 노동자의 의사를 반영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다만 노동이사가 되면 노조에서는 탈퇴해야 한다. 노동조합법상 '사용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의 노조원 자격은 금지한다.노동계 "노동이사 권한과 책임범위 더 늘려야"이에 노동계는 "노동이사제가 시작부터 누더기가 되고 있는 형편"이라고 반발했다. 정부가 법이나 시행령이 아닌 경영지침에 노동이사의 '노조 탈퇴 의무'를 담았기 때문이다.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달 14일 기재부 지침에서 "노동이사가 노조와 단절된다면 근로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노동이사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며 "노동이사의 권한 제한 지침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노동이사가 노조를 탈퇴하도록 강제한다면 그 지위가 불명확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또한 노동계는 "노동이사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규정을 시행령으로 마련하고, 노동자의 요구사안을 이사회 안건으로 부의할 수 있는 '안건부의권' 인정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
- ▲ 지난 1월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해 첫 본회의에서 노동자 대표가 공공기관 이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노동이사제)에 대한 표결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경영계 "노동이사제, 경영상 의사결정 전문성과 신속성 저해할 우려 커"반면 경영계는 노동이사가 노동조합원 자격까지 갖게 된다면 임원·직원 이중 지위를 얻게 돼 결국 공공기관 방만경영을 심화할 것이라고 염려했다. 또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이사회가 자칫 노사 갈등에 매몰될 수 있다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월 앞서 발간된 노동정책 이슈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노사관계 현실을 고려하면 노동이사제는 이사회를 노사 간 갈등의 장으로 변질시킬 수 있다"며 "경영상 의사결정의 전문성과 신속성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경총은 최근 유럽 국가에서도 정치·경제적 상황 변화에 따라 노동이사제가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효율적인 의사결정 제한하지 않도록 견제장치 마련해야"우재원 공인노무사는 뉴데일리 통화에서 "노동이사제가 기업의 글로벌 경쟁이나 성장, 혁신 등에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우 노무사는 "근로자들이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지금도 대립적 노사관계로 인해서 기업이 주요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 노동이사들이 직접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면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우 노무사는 그러면서 "노동이사로 선정된 근로자들의 비전문성이 의사결정의 방향을 그릇되게 할 수도 있기에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