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NLL 포기' 발언 삭제 혐의… 검찰,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첫 기소1·2심은 무죄 판단… 대법 "서명 여부, 문서 종류, 업무절차 등 모두 고려한다면…""문서관리카드 대통령기록물로 봐야… 법리 오해 잘못 없다" 강조
  • ▲ 백종천(왼쪽)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 백종천(왼쪽)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폐기한 혐의로 기소된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비서관을 대상으로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28일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의 재상고를 기각하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논란은 2012년 10월 불거졌다. 당시 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문헌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언급하면서 문제가 확산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고의로 폐기됐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참여정부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감추고자 백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이 회의록 초본을 삭제했다고 판단해 그해 11월 이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 재판 과정에서 최대 쟁점은 회의록 파일이 첨부된 문서관리카드를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한 판단이었다.

    1, 2심은 '해당 문서가 결재가 예정돼 있을 뿐, 실제 결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결재권자의 결재가 있었는지는 서명 여부를 비롯해 결재권자의 지시, 결재 대상 문서의 종류 및 특성, 관련 법령의 규정과 업무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이미 회의록의 내용을 열람해 내용을 확인했다는 점, 회의록 내용을 e지원시스템으로 확인 후 문서관리카드에 서명을 생성했던 점을 감안하면 문서관리카드를 대통령기록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들은 후세에 남겨야 할 역사적 기록물들을 무단 파기해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