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이나 안보실에서 개입한 정황 이제야 밝혀져… 끔찍한 사건 조작"부실수사 정도가 아니라 거짓수사… '해경왕' 행정관, 해경 인사 개입""친문 의원 보좌관 출신 해경왕, 해경청장 인사에 개입… 모르면 별 못 달아"
  • ▲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 친형 이래진씨와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월북조작 혐의 고발장 접수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 친형 이래진씨와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월북조작 혐의 고발장 접수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 씨 유족이 당시 청와대의 개입으로 거짓수사가 이뤄진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해경 조직 밖 인사들에 의해 수사 방향이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이대준 씨의 친형 이래진 씨는 28일 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청와대가 개입해서 월북으로 몰아가고 끔찍하게 사건을 조작한 것을 어떻게 생각했겠는가"라고 개탄했다.

    이씨는 "민정수석이나 안보실에서 개입했다는 정황들이 이제야 밝혀졌다"며 "해경에서 수사를 잘못했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처음에는 저희도 상당히 당황했다. 구체적으로 여러 사람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해경을) 압박하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부실수사 정도가 아니라 거짓수사, 수사 개입 정황들이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 ▲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 ⓒ정상윤 기자
    ▲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 ⓒ정상윤 기자
    이씨를 포함한 유족 측은 이날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에 해양경찰청 소속 간부들을 추가 고발했다. 

    고발 대상은 서주석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과 윤성현 전 해경 수사정보국장(현 남해해양지방경찰청장), 김태균 전 해경 형사과장(울산해양경찰서장), '해경왕'이라고 불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등 4명이다. 적용한 혐의는 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허위공문서 작성 등이다.

    사건 당시 '월북에 방점을 두고 수사하라'는 청와대 지시를 해경에 전달한 '해경왕'으로 불리는 A행정관이 해경 인사에 적극 개입했다는 정황도 이날 드러났다. A행정관은 더불어민주당 친문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전해진다.

    해경 관계자에 따르면, A행정관을 모르면 '별'을 못 단다는 말이 해경 간부들 사이에서 돌았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A행정관이 전화로 '앞으로 모든 인사를 나와 상의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A행정관은 유족 측이 20일 고발 대상이라고 밝힌 김홍희 당시 해경청장의 승진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청장의 승진은 2020년 해경 최초로 치안감에서 두 계급 승진해 청장이 된 이례적 인사로 꼽힌다.

    A행정관은 2020년 초 청와대 내 해경 담당 부서가 국정상황실에서 민정수석실로 바뀔 당시부터 해경을 전담했다고 한다. A행정관은 24일 변호인을 통해 "수사 방향 등 의견을 전달한 바 없다"고 반박한 상태다.

    이씨는 A행정관의 근황과 관련해서는 "아직 모른다"며 "계속 언론에서 추적하고 있다는 것만 안다"고 말했다.

    고발 대상에 포함된 현직 간부들과 관련해서는 "오늘 고발장을 넣었고, 내일 우리(유족 측)가 검찰에 (고발인)조사를 들어간다"며 "그때 가서 검사에게 (적극적인 수사) 요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