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공동선언 연속성 확인… 바이든-文, 서로에 대한 감사 표하는 차원 이를 놓고 김어준, 탁현민, 정세현, 최재성 잇달아 '멋대로' 해석 정치적 의미 부여되자 백악관 부정적 기류… "文 면담 없다" 공식 부인
  • ▲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G20 정상회의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뉴데일리 DB.
    ▲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G20 정상회의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뉴데일리 DB.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박3일 일정으로 20일 한국에 도착했다. 

    야권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방한 때 경남 양산시로 내려가 문재인 전 대통령과 면담하고, 대북특사를 맡아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백악관이 19일 이를 공식 부인하면서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실제 면담 논의가 있었는데 소위 ‘친문인사’들이 이야기를 부풀리는 바람에 미국 측이 부담을 느껴 면담이 취소됐다”는 취지의 주장이 문재인정부 청와대 관계자들과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고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등이 20일 보도했다.

    “바이든, 방한 중 퇴임한 文대통령 만날 것” 이야기 시작은 청와대

    바이든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는 이야기는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부터 시작됐다. 

    계기는 지난 4월16일 “바이든, 방일 전 尹부터 만난다”는 중앙일보 보도였다. 이 보도를 확인해 주지 않던 문재인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바이든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 간 면담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청와대는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당선인과 일정을 마친 뒤 문 대통령도 만나는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퇴임 대통령과의 만남이기 때문에 무거운 의제보다는 서로 회포를 푸는 성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바이든-문재인 면담에 관한 한미 간의 논의는 2월부터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미국 측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쿼드’ 정상회의 기간 중 방한해 문 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고 알려오자 청와대는 “현직 대통령 간의 회담이 중요하기 때문에 새 대통령과 공식 일정이 끝난 뒤 추가 일정 조율이 가능하다면 (문 전 대통령이) 서울로 올라가 만나겠다”고 답하면서 면담을 추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과 만나려 했던 이유는 그의 재임 기간 한미공동선언을 합의한 데 따른 고마움의 표시에 가까웠다고 한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관계자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면담 논의에 관여한 전직 고위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만남은 지난해 합의한 한미공동선언의 연속성을 재확인하고, 서로에게 감사를 표하는 차원이었다”며 “(그러나) 최근 일각에서 나온 대북특사 논의를 비롯해 바이든 대통령이 양산까지 찾아와 문 전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는 등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문제의 시작은 더불어민주당과 좌파 인사들의 ‘설레발’

    바이든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과 만난다면 이는 한미동맹이 굳건하다는 모습을 보여 주는 차원에서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외교가에서 나온다. 그럼에도 이 면담이 깨진 이유를 두고 정치권과 외교가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그 주변에서 면담의 의미를 지나치게 부풀려 떠든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방송인 김어준은 지난 4월29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면담을 두고 “현직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을 따로 만난다는 것은 한 번도 없던 일”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인사나 하자고 이런 만남을 요청할 리가 없다. 차기 정부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이달 초 한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하시고 얼마 안 있다가 바이든 대통령이 만나자고 이야기가 왔다”며 두 사람의 면담을 홍보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면담을 전혀 다른 뜻으로 해석했다. 

    정 전 장관은 지난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처럼 바쁜 사람이 여기까지 와서 문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우정으로 만나는 게 아니다. 쓸모 있으니까 만나는 것”이라며 “김정은과 특별한 관계인 사람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그렇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북특사로 쓸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바이든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에게 ‘대북특사’ 역할을 맡아 달라고 부탁하러 오는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지난 18일 밤에는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YTN 라디오 ‘이재윤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때 문 전 대통령과 만나는 것은 아주 특별하고 이례적”이라며 “새 정권의 이른바 ‘정치보복’에 대한 하나의 (안전)장치라는 해석도 있다”고 주장했다. 

    자칫 “바이든 대통령이 국내정치에 개입하려 한다는 거냐”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는 주장이었다.

    이런 주장은 점점 확대재생산됐고, 미국 측에도 부담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전직 고위당국자는 “미국의 입장이 변한 배경을 구체적으로 알기 힘들다”고 전제한 뒤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회동에 과도한 정치적 의미가 부여되면서 만남 자체가 현직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실례가 될 수 있는 정치적 상황이 펼쳐졌고,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민감한 시기라는 점 등을 미국 측이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했다.

    “면담 의미 부풀려지자 美측 부정적 기류…일정 공개한 靑도 문제”

    외교가에서는 “양측이 추진했던 면담의 배경이나 취지와 전혀 다른 주장들이 나오자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백악관에서 문 전 대통령과의 회동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커진 것으로 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전직이라고는 해도 두 나라 정상이 만나는 일정을 확정되기도 전에 성급하게 공개했다는 지적도 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전직 청와대 고위당국자는 “정상 간 일정은 최종 확정 때까지는 발표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며 “문재인 청와대가 공식 브리핑을 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청와대 당국자를 통해 해당 사실이 먼저 공개된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결국 미국 측은 방한 바로 전날인 18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면담 일정이 없다고 공식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