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가, 사용 가능한 달러 부족해 러시아 채무불이행 예상…실제론 모두 달러로 상환스위스 은행연합회(SBA) “러 권력형 재벌 ‘실로비키’, 스위스 비밀계좌 예치금 258조원”
  • ▲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이고르 세친.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 CEO다. 그 또한 실로비키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이고르 세친.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 CEO다. 그 또한 실로비키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러시아가 현지시간 지난 16일 만기를 맞은 국채 이자 1억1700만 달러(약 1416억원)을 달러로 다 갚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사회가 우려하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는 일단 넘겼다. 그런데 그 자금의 출처가 ‘비자금’이라는 주장이 스위스 은행업계에서 나왔다.

    러 “16일 만기 국채 이자 1억1700만 달러 모두 갚아”

    러시아 국영방송 러시아투데이(RT)는 러시아 정부가 16일 만기가 돌아온 2건의 달러 표시 국채 이자를 모두 갚았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채권자들은 달러로 이자를 받았다”고 전했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외화계정이 있는 미국 은행에 달러로 이자를 갚았다”며 “지급처리 승인여부는 이제 미국에 달렸다”고 밝혔다. 방송에 따르면, 실루아노프 장관은 “이 돈이 러시아 국채 투자자들에게 이자 등이 전달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 루블로 지급하기 위한 대안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국제금융가에서는 러시아가 국제은행결제시스템(스위프트)에서 퇴출된 상태여서 실제 쓸 수 있는 달러가 부족해 16일 만기가 되는 국채 이자를 못 갚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러시아의 외화표시 부채는 약 1500억 달러(약 181조3650억원)다.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명목상 6300억 달러(약 762조원)에 달하지만 스위프트에서 퇴출된 탓에 해외에 보관 중인 외환은 쓸 수가 없다. 때문에 러시아가 당장 쓸 수 있는 외화는 120억~300억 달러(약 14조5100억~36조29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3월 말까지 도래하는 국채 이자만 7억3000만 달러(약 8800억원)에 달해 금융가에서는 러시아가 채무불이행 상태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스위스 은행가 협회 “러 재벌, 스위스 예치 비자금 258조원”

    그런데 러시아가 16일 만기가 도래한 국채 이자를 모두 달러로 낸 것이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스위스 은행가 협회(SBA)의 주장을 인용해 이 ‘달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재벌들이 스위스에 숨긴 비자금일 것으로 추정했다.

    푸틴 대통령은 집권 후 자신과 같이 FSB(연방보안국) 출신을 최측근에 등용했다. 이들은 과거 옐친 정권 때 득세하던 올리가르히의 자리를 뺏고 부와 권력을 잡았다. 이들 또한 올리가르히임에도 제복 공무원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실로비키’라 불린다. 현재는 대부분이 미국의 금융제재를 받고 있다.

    스위스 은행가 협회는 17일 “스위스 은행들의 비밀계좌에 러시아 실로비키들의 재산 2130억 달러(약 258조원)가 예치돼 있다”고 폭로했다. 통신은 “이 같은 폭로는 고객 비밀 엄수를 최우선을 하는 스위스 은행들의 일반적인 행동과 다르다”며 “SBA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반대한다는 의미에서 관련 내용을 폭로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자 스위스는 오랜 중립 전통을 깨고 러시아 제재에 착수했다. 여기에 스위스 은행들이 참가한 셈이다.

    한편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마테아 마이어 스위스 사회민주당 공동대표는 “스위스 은행들에 예치된 러시아 실로비키들의 재산을 몰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마이어 대표는 “이 자금 대부분은 크렘린에 충성하는 실로비키의 돈으로 전쟁자금 조달에 도움이 된다”며 “실로비키의 재산을 압류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