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김형오 "젊은 꼰대 따로 없어"… 권성동, 의총 결과 거론하며 결단 촉구당 의원 11명, 의총 소집 요구했으나 불발… 이준석 "거취 변함 없다" 사퇴 거부
  •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일 오전 국회에서 2022년 신년인사말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일 오전 국회에서 2022년 신년인사말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지도부와 원내 지도부 총사퇴 등 쇄신론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이준석 당 대표의 '백의종군' 요구가 빗발친다.

    이미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 측과 갈등을 벌이며 상임선대위원장 등 보직을 내려놨으나, 이 대표의 책임론이 지속해서 제기되면서 대표직 사퇴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대표직 유지하며 코너로 몰린 이준석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당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하고 결정된다면 저는 따르겠다"며 "대선 국면에서 원내 지도부가 차질을 빚은 적이 없다. 오히려 당 지도부에서 여러 불협화음이 나온다거나 차질이 있었던 것"이라고 책임을 통감했다.

    '당 지도부 사퇴라면 이 대표의 사퇴까지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김 최고위원은 "대표의 사퇴 여부는 대표가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저는 개인적으로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느끼기 때문에 의총에서 총사퇴 결의에 따르겠다"고 답했다.

    앞서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선대위 전면 쇄신론을 펼치면서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 김기현·조경태·김도읍·박주선·김민전·이수정·이용호·스튜류커바디나 공동선대위원장, 임태희(총괄)·원희룡(정책)·주호영(조직)·임이자·김상훈(직능)·권성동(종합지원)·김수민(홍보) 총괄본부장,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 등이 자리를 내려놓고 백의종군을 택했다.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서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 의장 등 원내 지도부는 물론 소속 의원 전원이 당직을 내려놓으며 선대위 전면 쇄신이 필요하다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뜻에 호응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제 거취에는 변함이 없다"고 사퇴론에 선을 그은 바 있다. 이 대표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과 잦은 충돌로 내홍이 계속되며 지지층이 피로감을 느꼈고, 윤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였다. 선대위 갈등의 중심에 있었던 이 대표의 책임론이 대두되는 이유다.

    "이준석, 일련의 언동으로 국민 지지 잃어"

    김경진 선대위 공보특보단장도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 내 10명 중 7~8명은 이준석 대표가 백의종군해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이 대표가) 일련의 언동과 행동으로 인해 당원뿐만 아니라 국민의 지지를 많이 잃었다. 이준석 대표 없이는 2030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얘기는 과대포장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이 대표의 사퇴론이 나온다'는 지적에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어제 의총 결과가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당직 일괄 사퇴'라는 결론에 따라 이 대표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민전 공동선대위원장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제기한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언급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현재 단계에서는 의혹일 뿐이지만 성상납 의혹을 받는 대표가 선거 기간 당을 책임진다는 것은 국민의 지탄을 받기 쉬운 것도 사실"이라며 "적어도 선거 기간만이라도 이준석 대표가 스스로 직무정지를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아름다운 정치가 아닐까"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원로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전날 블로그에서 이 대표를 향해 "대표직을 가진 채 잠적·잠행하고 돌출행동하며 자기 뜻을 관철하는 행태를 보고는 적잖이 실망했다. 기성 정치인 뺨치는 수법"이라며 "젊은 꼰대가 따로 없다. 당과 후보에게 상처만 남긴 채 이준석 대표는 '싸움꾼'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참석 의총서 백의종군 요청하기로

    이 대표가 당 인사들의 사퇴 압박에도 움직이지 않자 소속 의원들이 나섰다. 재선 송석준 의원 등 11명은 이날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다. 소집 사유는 '당 쇄신 방안 논의 및 대선 승리 전략 모색'이지만, 사실상 전날 김기현 원내대표의 권유로 의총에 불참한 이 대표에게 직접 백의종군을 요구하기 위한 자리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의총은 불발됐다. 쇄신안이 전날 결정됐으니 일단 윤 후보의 결단을 기다려보자며 김 원내대표가 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어제 세 시간 반 동안 의총을 했는데 또 하느냐"며 "(선대위 쇄신) 사안의 주인공은 윤석열 후보"라고 강조했다.

    당 의원들은 5일 오전 10시에 의총을 열기 위해 다시 한번 소집 요구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한 재선 의원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앞서 의총에 이준석 대표가 불참했기 때문에 모시고 얘기를 들어보자는 것"이라며 "이준석 대표의 백의종군 요청을 포함한 여러 현안이 논의되는 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방위적 사퇴 요구가 빗발치자 이 대표는 "찾아와서 말씀을 주시면 논의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