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조례 일부개정안, 12월31일 의결… 65명 참석해 55명 찬성표시장 등 공무원 발언 시 의장 허가 받도록 규정… 퇴장 후 재입장 땐 사과 지시에 응해야서울시 "의회가 시장 발언 제한할 권한 없어" vs 시의회 "단체장의 의회 존중 제도화"
  • ▲ 지난해 12월 31일 서울시의회에서 제304회 임시회 본회의가 열리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시의회 제공
    ▲ 지난해 12월 31일 서울시의회에서 제304회 임시회 본회의가 열리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시의회 제공
    서울시의회가 시장에게 '발언 중지'와 '퇴장'을 명령할 수 있는 조례안을 의결하면서 새해 벽두부터 서울시와 의회 간 갈등이 커지는 모습이다. 시는 이 조례안과 관련 "민주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한 시의회의 폭거"라고 반발하며 재의를 요구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31일 열린 본회의에서 '서울특별시의회 기본 조례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조례 제52조는 시의회 본회의나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시장·교육감 등 공무원이 발언하고자 할 경우 미리 의장이나 상임위원장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했다. 허가 없이 발언하면 발언이 끊기거나 퇴장 당할 수도 있다. 이 조례 제60조는 퇴장당한 공무원이 회의장에 재입장하려면 의장·위원장의 사과 지시에 응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본회의 참석 의원 65명 중 55명 찬성… 기권·반대 각 5명

    시의회는 전체 110석 중 민주당이 99석을 차지한 상황이다. 당시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 65명 가운데 55명이 찬성했다. 그외 5명은 기권, 5명은 반대표를 던졌다. 반대표를 던진 시의원 가운데 3명은 민주당 소속이었다.

    이 조례안은 지난해 9월3일 열린 시의회 임시회 시정질의 과정에서 오 시장이 민주당 소속 이경선 의원으로부터 제대로 된 답변 기회를 얻지 못하자 본회의장에서 퇴장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시는 이번 조례안과 관련,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압도적 의석 수를 앞세워 행정부와 시의회 간 견제와 균형을 일거에 무너뜨린 폭거"라고 반발했다. 

    서울시는 이창근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시장도 시민이 선출한 엄연한 대의민주주의의 주체"라며 "시의회가 이를 부정하며 시장의 권리를 제약하는 것은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市 "행정부 위에 군림하려는 권위적 대못"

    이 대변인은 "이번 조례 개정은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훼손하고 행정부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권위적인 대못"이라며 "의회는 시민을 대표해 행정부의 정책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시장이 발언할 자유까지 제한할 권한은 없다"고 덧붙였다.

    시의회도 같은 날 "원활한 의사 진행을 도모하고 관계 공무원이 의회를 존중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했다"고 맞섰다. 

    김정태 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단체장이 막강한 행정력을 동원해 의회를 무시 또는 경시해온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며 "단체장에 대한 발언 중지와 퇴장 규정은 이런 사태를 방지하고 단체장의 의회 존중을 제도화하는 조치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해당 조례안이 위헌 소지까지 있다고 판단해, 이를 다시 검토해 달라고 시의회에 되돌려보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여당이 절대다수인 시의회의 '월권'이라는 견해다.

    서울시, 해당 조례안 재의 요구 예정

    서울시 관계자는 3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의회의 의결이 월권이거나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면 그 의결사항을 이송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이유를 붙여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장 등이 사과를 해야 회의에 다시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 헌법 제19조가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재의에서 해당 조례안이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서울시는 재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면 대법원에 기관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의결 집행을 정지하는 집행정지결정도 신청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