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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재갈법' 대안으로 만든 자율규제기구… 언론사 '이중 규제' 우려

언론 7단체, '언론재갈법' 대안으로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 제시"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반대" 자율적 심의·제재…자정력 강화 강구이용자 불만 접수 후 '조정', 규약 위반 시 '벌금'… 언중위 업무와 겹쳐

입력 2021-12-28 18:12 | 수정 2021-12-28 18:12

▲ 지난 9월 2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언론단체장들. ⓒ강민석 기자

소위 '언론재갈법'으로 불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반대해 온 언론현업단체들이 보도로 야기된 피해 구제와 분쟁 조정을 자율적으로 하는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 설립을 대안으로 제시해 주목된다.

허위보도로 야기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언론사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손해배상제를 기존 언론중재법에 도입하자는 여당의 '타율규제' 법안에 맞서, 언론현업단체들(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여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전국언론노동조합·방송기자연합회)이 '자율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대안책을 내놓은 것이다.

지난 24일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 연구위원회가 발표한 설립 초안에 따르면 언론보도에 대한 불만이 접수되면 기구 내 '자율조정인(옴부즈퍼슨)'이 조정 업무를 수행하고, 규약 위반 사례가 확인되면 '자율규제위원회'가 언론사에 대한 제재 부과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이 같은 언론자율규제기구의 기능은 정정·반론보도·손해배상 등의 방법으로 언론보도 피해를 구제하는 언론중재위원회나, 언론규약과 방송법 등을 어길 시 제재를 가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신문윤리위원회 등의 기존 업무와 크게 다르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언론진흥기금이 투입되는 신설 기구가 기존 기구들과 업무가 중복돼 사실상 세금 낭비 우려가 있고, 자율규제라는 명목으로 언론사로부터 분담금을 받는 기구가 거꾸로 언론사들을 이중·삼중으로 옥죄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율조정인'이 분쟁처리‥ '자율규제위원회'가 규약위반 담당"

이날 온라인 세미나를 통해 2개월 간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 연구위원회는 "언론 7단체(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여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전국언론노동조합·방송기자연합회)가 공동으로 설립하는 자율규제기구는 비영리 사단법인 형태로 운영되며 언론보도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자율조정인'과 최고 의결기관인 '자율규제위원회', 이들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구성한다"는 기본 구조를 공개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옴부즈퍼슨'으로 불리는 자율조정인은 언론 실무나 언론 연구, 분쟁처리 경험 등 전문성을 갖춘 사람 중에서 공모를 받아 자율규제위원회가 선임한다. 5명을 선임하되 업무량에 따라 7명까지 확대할 수 있다. 자체 모니터링과 이용자들의 피해 신고를 토대로 언론사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조정 업무를 수행한다.

자율규제위원회는 외부추천위원회가 추천하는 9명의 전문가로 구성되며 자율규제의 기초인 규약과 각종 운영 규정을 제정한다. 자율조정인들이 처리한 사안을 바탕으로 언론사에 대한 제재 부과 여부를 결정하는 등 감독 업무를 수행한다.

재원은 공적 역할을 감안해 언론진행기금 등의 공적 재원을 투입하고, 참여 언론사로부터 분담금을 받아 재정 건전성을 확보한다. 참여 언론사가 규약을 위반하면 제재금을 부과하고, 반대로 규약을 준수한 언론사는 분담금을 감면해준다.

규정 위반 시 정정·반론보도·사과, 노출중단 등의 시정을 결정하고, 권고·주의·경고·제재금 부과 등의 제재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시정 결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벌점을 부과하고, 벌점이 누적되면 제명도 가능하다.

이러한 자율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위원회는 △자율규제준수 인증 추진 △각종 언론상과의 협력 체계 구축 △각종 공적 기금 지원 관련 인센티브 부여 △정부광고 배정 관련 인센티브 부여 △포털 등 외부 기업 및 기관과의 협력 체제 구축 등을 제시했다.

"언중위·방심위와 '중복 규제' 우려… 심의기구 통폐합 필요성 대두"


그러나 세미나에 참여한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언론사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따르게끔 견인력이 있어야 하는데 언급된 인센티브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 보도(초안 나온 '언론자율규제기구' 현실 적용과 불가능 사이)에 따르면 이날 김 회장은 "언론사들은 의무는 많은데 혜택은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고 언론사 입장을 대변한 뒤 "실효적 제재가 들어가려면 포털과의 관계설정을 제시해줘야 한다"며 '당근'과 '채찍'이 확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홍준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은 "분쟁이 있을 때 자율조정인으로 안 되면 또 중재위를 가야 한다. 결국 한 단계 더 늘어나는 문제가 생긴다"며 사실상 이중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과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도 "규제 중복 측면에서 기관 간의 영토싸움이 우려된다" "방심위‧언론중재위와 관련해 당장 이중‧삼중 규제를 받는다는 문제 제기가 있을 것 같다"는 의견으로 언론 심의·제재 기구의 통폐합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같은 주장에 조사연구를 이끈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통폐합 문제를 해결하려면 통합기구 실행이 더욱 늦어질 것"이라며 "이 연구위원회가 실질적인 법적 규제를 피하려고 하는 임시적 행위 아니냐는 의심들을 많이 하는데, 위원들의 전체적 생각은 빨리 출범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중복 규제를 우려하는 지적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접수된 사안은 처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이대로 가다가는 더욱 강한 타율규제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중재위, 방심위와 중복규제 문제는 업무 위탁이나 MOU 등 여러 방안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시작은 민간 자율규제… 궁극적으로 정부 언론통제 심화될 것"


한편,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28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말이 민간협회고 자율이지, 결국엔 정부 지원금을 받아 운영하게 돼 있다"며 "민간 '자율규제'라는 명목으로 시작했지만 궁극적으로 정부의 언론통제가 더 심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황 교수는 "언론중재법 개정에 대한 반발이 심해지자 '국가가 관여하지 않는다'며 우회적으로 시민단체를 내세운 것일 수도 있다"며 "그동안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던 언론 7단체(관훈클럽·대한언론인회·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여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 가운데 보수적인 관훈클럽과 대한언론인회가 빠지고,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방송기자연합회가 새롭게 들어가 자율규제 기구를 만들겠다고 나선 점도 석연찮다"고 지적했다.

또 황 교수는 "원래 여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얘기가 나온 이유는 여권에 비판적인 '보수 유튜버'를 견제하고 제재하기 위함이었다"며 "이날 세미나에서 '언론의 범주를 확대하고, 유튜버나 1인 미디어를 자율규제기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해석해볼 수 있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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