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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명 칼럼] 꼼수가 느껴지는 KBS의 '재난전문채널' 계획

불성실 재난보도를 '플랫폼' 탓으로 돌리는 KBS나태하고, 굼뜨고, 정치지향적인 조직문화가 진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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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12-27 10:59 | 수정 2021-12-27 10:59
며칠 전 2·18안전문화재단과 KBS 공동 주최로 열린 안전학술 세미나와 관련한 기사를 읽다가 한숨을 푹 쉬고 말았다. 발제자들의 이런 저런 지적보다 재난보도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대하는 KBS와 방통위 측의 한심한 발상 때문이었다. 요컨대 문재인 정권 방송농단의 핵심 기둥이라 할 방통위와 KBS가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재난에 대한 보도를 핑계로 국민 세금을 또 뜯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보였다는 얘기다.

내용인즉 방통위가 이미 8월에 KBS에 ‘재난전문채널’ 신설 등을 골자로 한 재난방송강화 종합계획을 발표했는데, KBS 1TV와 2TV 외에 지상파다채널방송(MMS) 방식의 재난전문채널을 만들어 재난정보를 24시간 신속·정확하게 전달하도록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내용을 상세히 전한 기자협회보 기사에 의하면 쉽게 말해 갑자기 지진이나 폭우 등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굳이 정규방송을 끊지 않고 제3의 채널을 통해 재난방송을 하면 된다는 의미다. 방통위가 현재 시범서비스 중이며 내년 법제화를 거쳐 2023년부터 본방송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방통위와 KBS는 굿 아이디어라고 서로 좋아 박수쳤을지 모르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좀 모자란 아이디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왜 그런가. 다음과 같은 가정에서 상식적으로 판단해 해보자.

만약 KBS 특별방송으로 나훈아 씨가 테스형을 부르며 국민의 심신을 다독이고 있을 때 강원도 쪽에서 강도 8이상의 지진이 발생해 도로가 꺼지고 사람이 다치는 아비규환의 상황이 벌어졌다 치자. 아니면 갑작스런 테러로 인해 다리가 폭파되면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치자. KBS는 나훈아 콘서트 방송을 중단하고 지진사태, 테러사건에 관한 방송을 당장 해야 한다.

KBS가 2019년 4월 강원도 고성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욕을 먹었던 건 재난전문채널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고성에서 시작된 대형화재가 번져 국가재난사태 급으로 커졌는데도 산불발생 4시간이 넘어서야 허겁지겁 특보체제로 전환하는 늑장대응이 문제였다. 현지 주민들은 그 시각 보도전문채널이나 SNS를 통해 산불 소식을 접할 동안 KBS는 ‘오늘밤 김제동’ 생방송을 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잔머리 굴리지 말고 기본으로 돌아가야

공영방송 KBS가 국가재난주관방송사로서 임무를 망각하고 선동에 미쳐 대깨문이나 좋아하는 방송을 중단시키지 못하고 계속 틀어댔던 것이 지탄을 받았던 것이었다. KBS가 집권세력과 지지층 눈치를 보지 않는 방송이었다면 그런 안이하고 무능한 방송으로 국민에게 욕을 들어먹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KBS의 보도방향이나 태도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떤 개선점이나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도 않는데 재난전문채널을 턱하니 만들어 놓은들 재난보도를 잘 할 수 있다고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KBS가 지금과 같은 어용방송 노릇이나 하는 한 어림없는 얘기다.

세미나에 참석한 KBS 김 모 재난미디어센터 팀장은 다음과 같은 의견을 냈다고 한다. “재난이 주5일제도 아니고 주말이나 심야라고 안 나는 게 아니니 전천후로 대응할 수 있는, 응급실 같은 조직과 플랫폼을 만들어야 재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재난정보가 많은 사람에게 도달하게 할 수 있다.” “24시간 운영이 목표가 아니라 적시에, 또는 돌발시에 대응할 수 있는, 어떤 유형의 재난이건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필자는 KBS가 그동안 재난보도 방송을 잘 하지 못한 이유를 플랫폼 탓으로 돌리는 건 핀트가 어긋난 얘기라고 생각한다. 플랫폼의 문제가 아니라 나태하고 굼뜬 조직문화, 직원 다수가 하는 일 없이 고액연봉만 누리는 방만한 경영, 국민을 위한 방송이라기보다 권력에 빌붙어 자기 밥그릇이나 늘리려는 정치지향적 조직문화가 진짜 문제라는 얘기다.

많은 국민은 강규형 전 KBS 이사 사태가 증명했듯 KBS란 조직은 밥 먹고 하는 일이란 정치투쟁뿐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다. 그런 마당에 KBS가 국민을 위한다는 핑계로 MMS(하나의 주파수를 쪼개 여러 개의 채널을 만들어 동시에 방송을 송출 하는 것) 방식의 재난전문채널을 만들어봐야 달라질 게 없다. 오히려 채널을 KBS3, KBS4, KBS5 이런 식으로 늘려 인력과 돈이 더 필요하다고 수신료나 올려 달라 할 게 뻔하다. 이건 KBS 공영성을 높이는 게 아니라 KBS를 더욱 정치적으로 타락시키고 망치는 일이다.

재난보도를 강화하겠다는 게 KBS와 방통위의 진심이라면 정치투쟁조직이나 다름없는 KBS 특정 노조세력을 불리고 가뜩이나 삶이 고달픈 국민으로부터 수신료를 더 올려 뜯어낼 작정이 아니라면 다른 방식을 취하는 게 옳다. 한마디로 기본으로 돌아가는 얘기다. 예능이나 드라마와 같이 다른 민영방송과 경쟁할 생각을 접고 그 인력을 축소하고 비용을 줄여 재난보도나 BBC 다큐와 같은 우수한 공영 프로그램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그런 과감한 개혁 없이 KBS가 재난보도를 강화하겠다고 낸 현재의 아이디어는 재난보도가 필요할 때 ‘오늘밤 김제동’을 중단시키는 게 아니라 채널 하나 더 만들어 재난보도는 그쪽으로 돌리고 대깨문 선동방송은 그대로 하겠다는 의미나 다름이 없다. 다시 말해 KBS의 몸집을 더 불리겠다는 발상이라는 얘기다. KBS의 몸집이 불어난다는 것은 KBS 기득권 세력인 언론노조의 이념적 정치적 장악력이 더 커진다는 의미와도 같다. 절대 안 될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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