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수보회의서 아프간인 수송, 백신, 재난지원금 언급… 언론중재법, 北 원자로 재가동 의혹엔 침묵
  •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강행처리 예고일인 30일에도 침묵을 지켰다. 

    여권은 "야권이 문 대통령에게 언론중재법에 따른 견해 표명을 요구하는 것은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며 적절치 않다고 주장하지만, 취임 후 언론과 관련한 발언에 투영된 문 대통령의 '언론관'을 감안한다면 지나칠 정도로 현안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 영변 핵시설에서 플루토늄 생산이 재개된 것 같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분석과 관련해서도 입을 닫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백신, 국민지원금 등의 현안과 관련해서만 언급하고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북핵 관련 현안은 아예 논제로 삼지 않았다.

    아프간인 입국, 백신 접종, 재난지원금만 언급한 文대통령

    문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우리나라를 도운 아프간인들과 가족들을 무사히 국내로 이송할 수 있게 되어 매우 다행”이라며 “인도주의적 책임을 다하는 인권선진국으로서, 어려운 나라의 국민들을 돕고 포용하는 품격 있는 나라로 발전해 나가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 계획 등 방역 대응과 추석 민생안정대책 추진과 관련한 발언만 내놨다.

    아프간인 수송과 관련 "군 수송기를 보내 분쟁 지역의 외국인들을 우리의 의지에 따라 대규모로 이송해 오고 국내에 정착시키게 된 것은 우리 외교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강조한 문 대통령은 “이송작전의 성공과 우리 국민들의 개방적이며 포용적인 모습이 국제사회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자평했다.

    또“(아프간인) 어린아이들의 교육환경 마련에 각별히 신경쓰고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문 대통령은 카불공항 폭탄테러와 관련 “정부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반인도적 범죄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국제사회와 함께 아프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서는 “부스터샷도 전문가들의 자문과 방역당국의 결정에 따라 고령층과 방역·의료인력 등 고위험군들로부터 늦지 않게 시작해 순차적으로 접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2세까지 접종 연령을 낮추고, 미접종자들에 대한 추가 접종이 이뤄지면 접종률은 80%에 다가가게 될 것이며, 다른 나라들을 추월하며 높은 수준의 접종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또 “코로나 상황과 방역 조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정부는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대다수 국민들께 1인당 25만원씩 드리는 국민지원금도 다음주부터 지급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靑, "언론중재법, 국회 논의 중 입장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아"

    한편, 청와대는 언론중재법과 관련한 견해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수주일째 같은 대답만 반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언론중재법 국회 처리에 따른 견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민주)당에서 전략적 판단을 하지 않을까 (판단한다)"라며 "청와대는 입장을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서는 국회 상황이 정리되지 않았는데 답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언론중재법과 관련해서 대통령이 참모회의 때 언급이 없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 청와대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한다"고 답했다.

    청와대의 이런 태도를 고려할 때 문 대통령이 언론중재법 국회 처리에 법안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침묵도 메시지"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표현대로라면 문 대통령이 침묵으로 여당에 힘을 싣는 것 아니냐는 추측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언론중재법 논란과 관련한 공식적인 의견은 없었지만, 법안 통과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은 수차례 나오기도 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 19일 “잘못된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 구제가 충분하지 않아 피해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적 노력도 필요하다”며 언론중재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영변 원자로 재가동 정황과 관련한 질문에 "(해당 사실이) 갑자기 알려진 사실이 아니고 이미 청와대는 내용 다 파악하고 미국과 공조하에 그런 문제를 예의주시해왔고 지금도 그렇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