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률 89.8% 가결… 1일까지 노정합의 안 되면 파업, 중환자실·응급실 필수인력은 남아
  • ▲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열린 '산별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뉴시스
    ▲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열린 '산별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다음달 9일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공공의료 확충과 보건의료인력 확대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총파업에는 코로나19 전담치료병상과 선별진료소 인력까지 참여할 방침이어서 의료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보건의료노조는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투표율 81.8%, 찬성률 89.8%로 총파업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지난 18~26일 진행된 찬반투표에는 조합원 5만6091명 가운데 4만5892명이 참여해 4만1191명이 파업에 찬성했다.

    26일 11시간 교섭에도 합의점 못 찾아

    이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현장의 인력부족 문제가 심화하면서 의료진의 피로도가 누적되자 공공의료 강화, 인력 확충,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해왔다. 핵심 요구사항은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공공병원 확충 △코로나19 의료인력 기준 마련 △생명안전수당 제도화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간호등급제도 개선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확대 △의사인력 확충 등이다.

    노조는 전날 오후 4시부터 이날 오전 3시까지 약 11시간 동안 복지부와 11차 노정 교섭을 벌였으나 핵심 요구 대부분에서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앞서 지난 17일 보건의료노조 산하 의료기관 136곳(조합원 5만6091명)은 중앙노동위원회와 각 지역 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들은 조정 기한인 다음달 1일까지 노정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같은 달 2일 오전부터 총파업 투쟁 및 공동 행동에 들어갈 방침이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 조합원들은 1년7개월을 버텼다"며 "그 전부터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일해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너무나 많은 업무들이 쏟아져 지금은 거의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호소했다.

    "이런 인력문제 해결을 위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부는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행동으로 보이지 않으면 변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파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나 위원장은 "정부가 인력 확충과 공공의료 확충 요구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예정대로 9월2일 오전 7시를 기해 전면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산별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산별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응급실·분만실 등에는 필수인력 배치… 코로나 선별진료소 등은 운영 차질

    보건의료노조는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신생아실 등 생명과 직결되는 업무에는 필수인력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노조에는 국립중앙의료원과 24개 지방 의료원은 물론 서울아산병원·고려대의료원 등 29개 대형 사립대병원 등 주요 의료기관 노조가 참여한다. 간호사·간호조무사·약사·기술기능직 등 의료인력 7만7000여 명이 소속했다.

    의료계에서는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으로 코로나 대응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했다. 보건의료노조의 63.4%를 차지하는 간호사들이 업무에서 손을 뗄 경우 코로나19 선별진료소 등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조는 안전한 파업을 지향하겠다면서도 코로나19 전담치료병상과 선별진료소 인력을 파업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정부는 파업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추가 협의를 진행한다면서도 실제로 파업이 진행된다면 비상진료대책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 "비상대책 마련… 파업 개시일 전까지 추가 협의"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파업 상황이 생길 경우에 대비해 중앙 차원,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비상진료대책을 마련해 대응할 계획"이라며 "일상적인 파업 상황과 더불어 지금은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이기 때문에 이것까지 고려해 파업 대책을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다만 "코로나19가 대유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정부와 보건노조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면서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 측에서도 앞으로 적극적으로 여러 추가적인 협의 노력을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9월2일로 예정된 파업 개시일 이전에 계속 논의해서 보건의료노조의 요구사항 중 수용 가능한 부분은 가능한 대로, 당장 반영이 어려운 부분은 중장기 논의를 할 것"이라고 밝힌 이 정책관은 "의료현장이나 정책 사항에서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한 사항은 계속 논의하는 방향으로 최대한 합의를 이끌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보건의료노조는 다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협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