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7년 응시자격 '관련분야 경력' '전문성' 강조올해는 '풍부한 지식과 경험 가진 분' 등으로 자격 완화임용계약 및 보수도 '성과평가결과 따라 결정'에서… '경기도지사 결정'으로 변경
  • ▲ 2017년도 경기관광공사 사장 공개모집 공고는 응모자격으로 관련분야 경력 8년 이상, 공무원 4급 이상 등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관광공사
    ▲ 2017년도 경기관광공사 사장 공개모집 공고는 응모자격으로 관련분야 경력 8년 이상, 공무원 4급 이상 등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관광공사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친분이 있는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임기 3년의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기관광공사가 올해 사장직을 공개 모집하면서 예년과 달리 '관련분야 경력'을 응모자격에서 삭제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커질 조짐이다.

    본지가 2017년 경기관광공사가 공고한 '사장 응모자격'을 확인한 결과, '관련분야 경력'은 반드시 있어야 하고, 고위 공무원 출신이나 박사 학위 소지자는 우대한다는 등의 자격요건이 명시돼 있었다. 그보다 앞선 2014년에도 고위 공무원, 박사 학위, 관련 분야 경력 등 응시자의 '전문성'을 응모자격으로 내세웠다.

    2014년, 2017년도 사장 모집에선 고위공무원, 박사학위 등 전문성 요구

    2014년 12월 1일에 올라온 공고는 △문화·관광분야 박사 학위 소지자로서 부교수 이상인 자 △문화·관광분야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자 △공무원 3급 이상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 △상장기업체 등에서 상임 임원급 이상의 직급으로 2년이상 재직한 경력이 있는 자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투자기관에서 상임 임원급 이상의 직급으로 2년이상 재직한 경력이 있는 자 등의 조건을 응모자격으로 걸었다.

    2017년 12월 21일 공고는 △공무원 또는 민간 근무경력 15년 이상으로서 관련분야 경력 8년 이상인 자 △박사학위소지자는 공무원 또는 민간 근무경력 12년 이상으로서 관련분야 경력 5년 이상인 자 △관련분야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자로서 정부산하기관·민간기업의 상임임원급 이상 또는 선임연구위원·부교수 이상의 경력이 3년 이상인 자 △공무원 2급 이상 또는 이에 상당하는 경력이 있는 자로서 관련분야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자 △공무원 4급 이상 또는 이에 상당한 직위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로서 관련분야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자 등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두 번의 공고 모두 임용자의 임용계약 및 보수는 △3년 계약(성과평가결과에 따라 1년 단위로 연임가능) △연봉은 임용대상자의 능력, 경력 등을 고려하여 협의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황씨가 사장으로 내정된 올해 공고의 경우 채용조건이 크게 완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7월 경기관광공사가 공고한 '사장 응모자격'은 △관광 마케팅ㆍ개발 또는 공기업 분야에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분 △경영자로서의 자질과 품성을 갖춘 분 △추진력, 소통, 공익성을 조화시킬 능력을 갖춘 분  △대외적 교섭능력이 탁월하신 분 △변화·개혁지향의 사업능력을 갖춘 분 등이었다. '관련분야 경력'과 '전문성' 등을 조건으로 내세운 예년과는 달리, '경영자로서 자질과 품성을 갖춘 사람'이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다는 식으로 채용 문턱이 낮아진 것이다.

    2021년도엔 지식과 경험, 품성, 교섭능력 등만 조건으로 내걸어

    특히 임용계약과 보수에 대한 권한은 경기도지사에게 일임했다. 계약기간은 3년이나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경영성과계약 이행실적 또는 직무이행실적 평가결과, 경영평가결과 등 고려해 경기도지사가 결정하고, 보수는 경기도지사와 협의해 결정하도록 했다.
  • ▲ 황교익씨가 사장으로 내정된 2021년도 경기관광공사 사장 채용공고에는 지식과 경험, 품성, 교섭능력 등만 조건이 걸려있다. ⓒ경기관광공사
    ▲ 황교익씨가 사장으로 내정된 2021년도 경기관광공사 사장 채용공고에는 지식과 경험, 품성, 교섭능력 등만 조건이 걸려있다. ⓒ경기관광공사
    황 내정자는 농민신문에서 전국사회부 팀장, 전원생활 편집팀 팀장, 행복의샘 편집팀 팀장을 역임했지만 이는 경기관광공사라는 공직과 관계가 없는 활동인 셈이다. 또 황 내정자는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사로 졸업해 박사 소지자가 아니며, 황 내정자는 향토지적재산본부 연구위원실 연구위원으로 근무한 경력만 갖고있다.

    황 내정자에게 유리한 채용조건으로 변경됐다는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지극히 이재명스러운 행동"이라고 일갈했다. 황 평론가는 "이재명 지사에게 도덕성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자신을 옹호하는 인물을 채용하려고 정관까지 바꾼 것이 아니냐"며 "이건 명백한 보은성 인사"라고 맹비난했다.

    '경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경변)'의 홍세욱 대표는 "경기관광공사는 특수성을 가진 공공기관으로 전문성이 우선돼야 하는 곳"이라며 "공정을 슬로건을 내세우던 경기도가 이번 인사를 앞두고 정관을 변경한 것은 누가 봐도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본지에 "자신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준 유명인사를 채용하기 위해, 갑자기 채용조건을 완화한데다 연임 여부나 연봉 협상에 경기도지사의 입김이 작용하도록 규정을 바꿨다면 그 의도와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조 의원은 "부적절한 인사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라며 "누가 채용공고 내용을 변경하도록 지시했는지 또 변경절차는 적절했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황교익 내정위해 정관까지 바꾼 명백한 보은인사" 비난

    그는 "공고 내용이 갑자기 변경된 것만 보더라도 누군가가 목적을 가지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과의 친분을 생각한 보은인사가 맞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기도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니 내용을 변경했겠지만, 공사 인사를 무작정 변경한 것은 공직자 윤리 위반이나 직권남용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지시와 개인적 친분을 쌓아온 황씨는 그간 이 지사의 형수 욕설 논란을 두고 '이해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는 지난달 30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빈민의 삶으로 그 주변에 욕하고 거칠게 사는 사람들이 많고 거친 삶, 그런 환경 속에서 살게 되면 그런 말을 자연스럽게 집어넣게 돼 있다"고 이 지사를 옹호하기도 했다.

    현재 경기관광광사 사장직은 지난해 12월 유동규 전임 사장의 사임으로 공석인 상태다. 경기도의회는 오는 30일 황씨에 대한 정책 능력 위주의 인사 청문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인사청문 결과보고서가 채택되면 이 지사는 다음 달 초 황씨를 사장으로 임명하게 된다.

    황교익 "사장 채용조건 변경, 나와 관계 없어… 보은인사도 아냐"

    한편, 황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2018년 채용때 기준과 달리 올해 규정은 완화가 되었다. 황 후보자에게 유리한 측면으로 변경됐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나와 관계가 없다. 내가 그 공모를 응하고 나서 뭔가 바꼈다고 하면 문제가 있다. 그러면 그건 문제가 있지만, 바뀐 규정 이후에 내가 그 공모에 들어갔다"고 답했다.

    또 "이낙연 캠프측에서 보은인사라며 내정 철회하라고 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정치적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다. 보은이라는 말이 은혜를 갚는다라는 것"이라며 "내가 이재명 지사한테 내가 은혜를 갚을 일이 없다. 마음을 빚을 지는 뭐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씨는 "서류 심사와 면접 심사를 봤다. 외부 인사 추천 위원들이 했다. 얼굴 1번 본 적 없는 분들에 의해 서류와 면접 시험을 통과를 했다"고 설명한 황 후보자는 "이것을 두고 특정인을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도의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황씨는 "이재명 도지사가 여권 후보 중 가장 강력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낙연 후보 측은)서로 비판을 하더라도 그리고 상대에 대해서 공격을 하더라도 근거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상대방이 상대방이 그 이해할 수 있게끔 해야한다"면서 "시민사회의 건전한 토론 문화와 국가 운영 전반을 위해서 지금 같은 그 억지의 논리를 펴면서 공격하는 것은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