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경찰 사칭했는데 '정직 6개월'… 비민노총 직원들 징계 수위와 너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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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지난 9일 '경찰 사칭' 취재로 형사처벌 위기에 봉착한 자사 기자와 피디에게 각각 정직 6개월과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내린 것을 두고, 앞서 MBC 경영진이 형사처벌 대상조차 되지 않았던 직원 19명을 무더기 해고한 처분과 비교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 ▲ MBC는 지난달 9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기자 신분을 밝히지 않은 취재진 2명을 업무 배제하고 책임을 묻기로 했다"며 "피해를 본 차량 주인과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MBC '뉴스데스크' 방송 화면 캡처
MBC노동조합(위원장 오정환)은 지난 10일 배포한 성명에서 "야권 대선 후보 주변을 취재하면서 경찰을 사칭해 큰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기자에게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린 것은 그동안 MBC가 비민주노총 직원들에게 가했던 중징계 수준과 비교할 때 현저하게 균형을 잃었다"며 최승호 전 MBC 사장이 대선 후보의 반론을 미흡하게 보도했다는 이유와 뉴스 프로그램에 걸그룹 연습생을 출연시켰다는 이유 등으로 직원 19명을 해고한 사례를 들었다.
MBC노조는 "이번 경찰 사칭 기자는 스스로 범법 사실을 인정했고, 앞으로 수사기관에서 적용 법률을 정하는 문제만 남았는 데도 사내 징계가 정직에 그쳤다"며 "그렇다면 형사처벌 대상도 아니었던 직원들의 해고는 이에 맞춰 취소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평등하고 공정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MBC가 경찰 사칭 직원을 정직으로 징계하려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모든 해고 직원들도 복직시켜 그 이하로 징계해야 한다"며 "그것이 MBC의 화합과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외부 전문가'라며 MBC 시청자위원을 진상위 포함시켜"
MBC노조는 형사처벌을 앞둔 기자에게 해고가 아닌 정직처분이 내려진 것은 그가 사내에서 '막강한 배경'을 가진 실력자이기도 하지만, MBC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외부 전문가'라며 MBC 시청자위원을 포함시킨 것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MBC노조는 "민노총의 MBC 경영권 장악에 기여한 '경찰 사칭 기자'는 MBC 안에서 '높은 신분'이기 때문에 감히 인사위원회가 어쩌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는데, 그 예상대로 결정이 내려졌다"며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조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인가"라고 개탄했다.
이어 "박성제 사장이 MBC 시청자위원을 진상조사위원회에 포함시킨 것 역시 진상규명 의지를 의심케 하는 일이었다"고 지적한 MBC노조는 "이 사건을 조사한 시청자위원은 'PD수첩이 저널리즘 관점에서 큰 역사적 의의가 있고 개인적으로 응원하는 프로그램'이라면서 MBC의 적나라한 정치적 편파성에 대해서는 한 번도 비판하지 않았다"며 "박성제 사장이 정말 공정한 진상조사를 원한다면 MBC에 비판적 조언을 해온 외부 전문가에게 의뢰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MBC 진상조사위 "취재진 사규 위반 확인… 관리자 개입은 없어"
앞서 MBC 양윤경 기자와 소OO PD는 지난달 7일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김건희(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씨 박사논문 지도교수의 과거 주소지를 찾아갔다. 두 사람은 주소지 앞에 세워진 차량 주인과 통화하면서 자신들을 파주경찰서 경찰이라고 속였다. 그러면서 차량 주인에게 김씨 지도교수의 거주지 등을 캐물었다.
이 사실을 확인한 윤 전 총장 대선캠프는 지난달 10일 양 기자 등 MBC 취재진 2명과 책임자 1명을 공무원자격사칭·강요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현재 경기북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맡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사실이 불거지자 MBC는 '뉴스데스크'를 통해 공식 사과하는 한편, 내부조사위원(박미나 경영지원국장, 최진훈 법무부장, 이진용 감사1부장)과 외부조사위원(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MBC 시청자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경찰 사칭 취재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그동안 취재진과 관리자를 상대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들의 통화 목록까지 확인한 진상조사위원회는 "최초 본건 취재를 해당 기자가 자원한 점, 취재기자의 경력과 연차를 고려해 기자에게 취재가 일임돼 자세한 보고와 지시의 필요성이 없었던 점, 관련자들의 진술과 증거, 정황을 볼 때 해당 취재가 사전에 계획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취재진이 독자적으로 취재방식을 결정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와 관련, MBC는 지난 9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취업규칙을 위반한 양 기자와 소 PD에게 정직 6개월과 감봉 6개월 처분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