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붕괴 재개발 공사, 불법 재하도급 의혹… 경찰 '백신도 안맞고 미국 출국' 뒤늦게 파악
  • ▲ 재개발조합 고문으로 활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5·18 구속부상자회 전 회장(빨간 원 안)이 지난 2018년 10월 31일 조합 사무실에서 나오고 있다. ⓒ뉴시스
    ▲ 재개발조합 고문으로 활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5·18 구속부상자회 전 회장(빨간 원 안)이 지난 2018년 10월 31일 조합 사무실에서 나오고 있다. ⓒ뉴시스
    사상자 17명이 발생한 광주시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 해당 재개발사업 공사 수주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인사가 경찰 수사 시작 전 한국을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알려진 그는 재개발 사업조합 고문으로 활동하며 자신의 인맥을 활용, 철거 공사 수주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5일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번 참사가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과 관련해 불법 재하도급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문모 전 5·18 구속부상자회장을 입건했다. 경찰은 문 전 회장의 소재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13일, 딸이 거주하는 미국행 비행기에 그가 탔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2018년 학동4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장 선거 개입 의혹

    문 전 회장은 이번 사고로 해당 재개발 사업지의 불법 하도급 문제가 불거지고, 자신이 개입했다는 소문이 본격적으로 돌자 휴대전화를 꺼둔 채 잠적하다 미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경우 3일 이내 발급받은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면 출국이 가능하다. 문 전 회장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회장은 지난 1999년 폭행·공갈 등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판결문에는 '신양 OB파 행동대장'이라는 내용이 적시됐다. 그는 2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 받았지만, 조폭 생활을 하지 않았다며 조폭 혐의가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그를 조직폭력배 관리대상에 올려놓고 꾸준히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07년 그는 재개발·재건축 대행업 회사와 철거업체를 설립해 많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아내가 대표를 맡고 있다고 한다. 문 전 회장의 아내는 출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회장은 2018년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장 선거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뉴시스에 따르면, 문 전 회장은 2018년 10월 31일 조합장 선거 개표 과정에 허가를 받지 않고 경비 업무를 통솔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당시 조합원들은 선관위 도장이 찍히지 않은 투표 용지, 의결 정족수 미달 등을 주장하며 개표 절차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문씨의 개입으로 현 조합장이 선출됐다고 주장했다.

    5·18 구속부상자회는 지난 12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해임안을 의결, 그의 회장직을 박탈했다.

    경찰은 문 전 회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인터폴 등 국제 범죄 수사기관과 공조해 강제 송환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