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정신건강조사… 20~30대 여성 우울감 가장 높아, 20~30대 남성 25%는 '극단적 생각'
  • 보건복지부가 올해 1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다른 연령대에 비해 20대와 30대의 우울 평균 점수, 우울 위험군 비율이 높았다. ⓒ보건복지부
    ▲ 보건복지부가 올해 1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다른 연령대에 비해 20대와 30대의 우울 평균 점수, 우울 위험군 비율이 높았다. ⓒ보건복지부
    우한코로나(코로나19) 장기화로 국민이 느끼는 우울감 지표가 2018년보다 2배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와 30대의 우울감이 높아 10명 가운데 3명은 '우울 위험군'에 속했다.

    보건복지부는 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올해 1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전국 19∼71세 성인 2110명을 대상으로 3월29일부터 지난달 12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신뢰 수준은 95% ± 2.1%p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국민의 정신건강 상태를 파악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심리 지원대책의 하나로 이 조사를 시행한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조사 대상자에게 코로나19로 인한 두려움과 불안, 우울, 감염에 따른 낙인, 일상생활 방해 정도 등과 관련해 물었다. 그 결과 우울함이나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등 정신건강 지표가 전반적으로 악화했다.

    우울 점수는 20대 여성이, 우울 위험군 비율은 30대 여성이 가장 높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우울 평균점수는 총점 27점에 5.7점으로 2018년 '지역사회 건강조사' 결과 2.3점 대비 2.5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울 점수가 10점 이상인 '우울 위험군'의 비율은 22.8%로 2018년 3.8%의 6배 수준이다.

    특히 20대와 30대의 우울 평균점수와 우울 위험군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들의 우울 평균점수는 각각 6.7점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우울 평균점수는 40대 5.5점, 50대 5.2점, 60대 4.3점 순으로 낮아졌다. 

    30대는 지난해 첫 조사에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우울 점수가 높았으나, 당시 우울감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던 20대의 경우 1년간 이 점수가 급등했다. 우울 위험군 비율도 20대와 30대가 각각 30.0%, 30.5%로 60대의 14.4%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성별로는 우울 점수와 우울 위험군 모두 여성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우울 점수는 여성이 6.2점으로 남성의 5.2점보다 1.0점 높았다. 특히 20대 여성은 우울 점수 7.1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우울 위험군 비율도 30대 여성이 31.6%로 가장 높았다.

    '극단적 선택 생각' 비율은 20~30대 남성이 가장 높아
     
    이번 조사에서 '극단적 선택 생각' 비율은 16.3%로 2018년의 4.7%(2020 자살예방백서)에 비해 약 3.5배 높은 수준이었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지난해 3월 9.7%와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치다. 이 지표도 우울분야와 마찬가지로 20대와 30대가 22.5%, 21.9%로 가장 높았다.

    성별에 따른 '극단적 선택 생각' 비율은 남성이 17.4%로 여성 15.1%보다 약간 높았다. 20대 남성과 30대 남성이 똑같이 25.0%로 전 성별‧연령대 중 가장 높았고, 20대 여성(19.9%)과 30대 여성(18.7%)이 뒤를 이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의 현진희 대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2030은 4050보다 사회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만큼 코로나19로 제약받는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로 인한 두려움·불안은 감소… 심리적 지지 제공자는 '가족' 

    우한코로나에 따른 두려움은 3점 기준 1.7점으로 지난해 9월과 12월의 1.8점보다 소폭 감소했다. 불안 정도 또한 21점 중 4.6점으로 지난해 3월 5.5점에 비해 떨어졌다.

    일상생활 방해 정도는 10점 중 4.4점으로 조사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심리적 지지 제공자로 62.6%는 가족을 꼽았으며, 친구와 직장동료가 21.3%를 차지했다. 심리적으로 도움을 받는 사람이 없다고 응답한 경우는 9.6%였다. 우한코로나 심리 지원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로는 감염병 관련 정보, 개인 위생물품, 경제적 지원이 높게 조사됐다.

    염민섭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20대와 30대 청년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이들에 대한 맞춤형 심리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관계 부처, 지자체와 협력해 청년들의 마음건강 회복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조사에서도 청년층 우울 비율 높아… "청년층 지원 방안 필요"

    한편 한국교육개발원이 내놓은 '2021년 4월 이슈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주관해 전국 광역시·도 거주 성인(19∼70세) 206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민 정신건강 실태에 대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조사 결과 27점을 만점으로 측정하는 우울증 선별도구 검사에서 19∼29세 청년층 25.33%가  '우울 위험군'에 해당하는 10점 이상을 받았다. 30대는 24.16%, 40대 18.67%, 50대 18.67%, 60세 이상 13.24% 순이었다. 

    특히 '심한 수준'으로 판단되는 20점 이상이 나온 비율의 경우 19∼29세는 4.58%로 30대 2.31%의 2배에 가까운 수치를 보였다. 40대는 3%, 50대는 1.45%, 60세 이상은 3.38%가 '심한 수준'이었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임후남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6일 "지난해 9월부터 코로나19 심리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시·도 협의체가 운영되고 있으나 청년층의 우울 지원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청년들의 경우 다른 연령보다 우울을 느끼는 비율이 높고 고위험군의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이에 따른 지원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