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여신강림'서 엄친아 '주경 동생'으로 열연"드라마 출연 후 인스타 팔로워 100만 증가‥ 인기 실감"
  • "여신(女神)을 보러왔다가 남신(男神)에게 홀려버렸다."

    얼마 전 화제 속에 막을 내린 드라마 '여신강림(女神降臨)'을 본방사수한, 어느 '열혈 시청자'의 말이다. 이 시청자의 말에 빗대지 않더라도 이 드라마에는 유독 '비주얼'이 폭발하는 남자 배우들이 많이 등장했다.

    '얼굴 천재' 차은우(이수호 역)를 필두로 '만찢남' 황인엽(한서준 역), '꽃중년' 정준호(이주헌 역) 등, 신·구세대를 대표하는 얼짱들이 대거 출연했다.

    이처럼 쟁쟁한 스타들 사이를 비집고 환하게 '빛을 발한' 또 한 명의 '조각미남'이 있었으니….

    '여신강림'에서 여주인공 '임주경(문가영 분)'의 남동생, '임주영' 역을 맡은 김민기(20·사진)는 신인답지 않은 능글 맞은 '연기'에, 차은우와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미모'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웹드라마로 데뷔한 김민기는 이번이 첫 정극 연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순발력과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특히 극 중 둘째누나(임주경)를 놀리거나 장난치는 연기를 하면서 현실 같은 '남매 케미'를 선보여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한껏 높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제가 실제로 여동생이 있는데요. 평소에도 동생을 놀리는 장난을 많이 치곤 하거든요. 그래서 티격태격하는 남매 연기를 하기가 좀 더 수월했던 것 같아요."

    김민기가 주영 역을 맡은 것은 일종의 행운이었다. 원래 오디션에서 했던 역할은 누나 반 친구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오디션 현장에서 조감독이 김민기에게 새로운 대본을 보여준 뒤 '이 역할 대사를 한 번 읽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때 받았던 게 주영이의 대본이에요. 다행히도 제가 익숙한 남매 역할이라서 그런지, 대사가 편하게 읽히더라고요. 그래서 제 연기를 보신 감독님께서 진짜 처음 본 대본이 맞느냐고 묻기도 하셨어요."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여신강림'은 제작 초기부터 방송가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따라서 이 드라마에서 비중이 높은 배역을 따낸 것은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김민기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굉장한 행운이자, 엄청난 기회가 저에게 주어진 거죠. 당연히 저도 기뻤지만, 주위 친구들이나 가족·친척들도 마치 제일처럼 기뻐해주셨어요.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신 분은 저희 아버지세요. 방송이 끝나고 팬분들 반응을 보려고 인스타그램을 확인하면, 가장 처음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다 아버지였어요. 이걸 보면서 정말로 아버지께서 많이 좋아하시나 보다라고 생각했죠."
  • 김민기가 연기한 주영은 '전교 1등'도 해본 명석한 두뇌에, 잘 생기기까지 한 '엄친아'다. 철부지 막둥이에 까불까불 장난기 많은 남고생이지만, 학교에서만큼은 까칠한 '인기남' 포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인물.

    그런데 정작 주영을 연기한 김민기는 "학창시절 소심하다 못해 대인기피증이 있었다"고 말해 취재진을 놀라게 했다.

    "어머니가 교사이신데요. 제가 초등학교 때 강원도 양구군의 작은 학교로 발령나셔서 저도 그 학교로 전학을 갔어요. 전교생이 100명도 채 안돼 한 학년에 반이 한개씩밖에 없는 아주 작은 학교였어요. 그러다가 어머니가 다시 춘천으로 발령받으셔서 저도 다시 고향인 춘천으로 돌아왔는데요. 학급이 10개가 넘고 환경이 다 바뀌자, 어린 나이에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학창시절 김민기의 낯가림은 정말 심했다. 친구가 자기네 집에 놀러오라고 말해도 그 친구의 가족을 만나는 게 두려워서 가지 못할 정도였다.

    내성적이었던 김민기는 다른 또래 친구들처럼 밖에서 뛰어놀기보다, 자연스레 집에서 영화보는 걸 좋아했다.

    "일단 집에서 영화를 많이 봤고요. 밤에 영화관도 자주 갔어요. 혼자 갈 때도 있었고, 친구 두 명이랑 같이 간 적도 많아요. 아마도 그때 개봉한 한국 영화는 거의 다 봤을 거예요."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이들과 어울리기 싫어 접했던 영화가 그를 세상밖으로 이끌었다. 아무 생각없이 영화를 보다가 어느 순간부터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속에 싹트기 시작한 것.

    "지금 생각해도 제가 어떻게 그런 말을 했나 싶어요. (웃음) 어머니께 '연기를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말을 불쑥 꺼냈어요. 당시 어머니께서도 제 성격이 많이 소심해진 걸 눈치채신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연기를 하면 성격이 좀 더 밝아질 수도 있겠다 싶어 허락해주셨어요. 그때가 고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였죠."
  • 그렇게 취미삼아 연기학원을 다니던 김민기는 고등학교 2학년 말, 연기가 아닌 미술쪽으로 방향을 틀 뻔 했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던 김민기는 교내 공모전만 나가면 입상할 정도로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

    반면 뒤늦게 시작한 연기는 막연히 뜬구름을 잡는 느낌이었다. 이게 과연 내 길이 맞는지 계속 의문이 들었고,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진지하게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해보니, 이 분야에서 잘 해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안 들더라고요. 그래서 미술학원을 한 달 정도 다녔어요. 이참에 제대로 한 번 그려보려고요. 그러던 어느 날, 연기학원을 다닐 때 오디션 봤던 작품 중 한 곳에서 연락이 왔어요. 배역에 캐스팅됐다고. 그게 웹드라마 '언어의 온도 : 우리의 열아홉'이었어요."

    이 드라마에서 '민경수'라는 단역에 캐스팅 된 김민기는 지금까지 연기에 도전했던 게 아깝기도 했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멋지게 종지부를 찍어보자는 생각에 출연을 결심했다.

    부모님 차를 타고 춘천과 서울을 오가며 연기를 하던 중, 두 분 다 시간이 안 돼 혼자서 촬영 현장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제가 촌놈이다 보니까 지하철 타는 것도 모르고, 환승 같은 건 정말 해본 적도 없었거든요. 게다가 다음 날 새벽 촬영이 잡혀, 전날 근처 모텔에서 혼자 자야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도 지도를 보면서 혼자 꾸역꾸역 모텔까지 찾아갔는데요. 침대에 누웠더니 전화가 오는 거예요. 내일 비가 온다고 해서 새벽 촬영이 취소됐다고. 어쩌겠어요. 좀 상심이 됐지만 이왕 서울까지 올라온 거, 구경이나 실컷 하자는 마음에 친구를 불러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재미있게 놀았어요."

    다음날 오후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오면서 생각해보니, 늘 같은 공간에만 있다가 낯설은 길을 혼자 돌아다닌 게 재미있게 느껴졌다. 앞으로 연기를 하면 이런 경험들을 더 많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꺼져가던 연기 열정이 다시 불타올랐다. 그날의 작은 체험은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었던 그가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가 됐다.

    "때마침 운이 좋게 '언어의 온도' 분장팀분들의 소개로 좋은 분들을 만나, 계속 연기를 이어갈 수 있게 됐어요. 그리고 '여신강림' 오디션을 거쳐 '임주영'이라는 인생 캐릭터를 만나게 된 거죠."
  • 첫 정극 연기 도전인데다가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포진한 촬영 현장은 매일매일이 도전이었다. 부담감을 떨쳐내기 위해 대본을 읽고 또 읽었다.

    촬영 스케줄이 정해지면 며칠 전부터 '이 구절에서는 이런 식으로 이렇게 연기해야지' 하고 혼자서 온갖 구상을 다 했다. 이렇게 완벽히 준비를 끝내고 현장에 도착한 그는 연습한 대로 연기를 펼쳤다.

    "그런데 준비한 것만 펼쳐내다보니, 다른 배우들과 주고받지를 못하고, 혼자서 연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감독님께서도 그렇게 만들어진 연기를 하지 말고, 현장에 와서 직접 느끼면서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해 주셨어요. 그 말씀을 듣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어요. 이전엔 연기가 너무 부담됐었는데, 현장에서 상대방과 호흡을 맞춰가며 연기를 하니 그 자체가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촬영을 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다고 생각해요."

    김민기가 극 중 막내 역할인 데다가 실제로도 촬영장 막내라, 선배 연기자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주경네 가족'으로 출연한 배우들과의 '찰떡 호흡'도 김민기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요소가 됐다.

    "저희 가족 위주로 촬영을 많이 했는데요. 가족끼리 대기하면서 식탁에 둘러앉아 서로 얘기 나누다 보면 친가족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정말 분위기가 따뜻했죠. 아버지, 어머니, 누나들 모두가 저를 진짜 막내처럼 잘 챙겨주셨어요. 가족끼리 '카톡방'도 따로 있는데요. 아버지께서 자장가로 들으라고 노래를 녹음해 올려주실 정도로 사이가 가까워졌죠. 특히 임세미 선배님께서는 소파에 앉아 옛날 얘기도 해 주시고, 여러가지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요. 그때 친누나가 있으면 딱 이 느낌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촬영이 중후반대로 접어들면서 '주경네 가족' 배우들과 감독 등이 "민기야"라고 실명으로 불러줄 때 큰 감동을 받았다는 그는 "캐스팅 과정도 그렇고, 많은 걸 가르쳐주시고 기회를 주신 감독님 이하 모든 스태프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제가 연기를 잘 못해도 끝까지 기회를 주시고, 잘 나올 때까지 가르쳐 주시고 이끌어 주신 점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평생 못 잊을 추억을 저에게 안겨 주셨죠."

    '여신강림' 출연 이후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300명에서 100만명으로 급증하는 등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는 그는 "앞으로 포털사이트에서 '김민기'를 치면, 가장 먼저 검색되는 '김민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처음엔 제 이름을 쳤을 때 제가 나온 동영상들이 타임라인으로 정리돼 있는 것만 봐도 신기했는데요. 이제는 조금씩 다른 욕심도 나네요. '동명이인' 중에 유명하신 분들이 많이 계신데요. 다음 목표는 '김민기'를 검색했을 때 제 이름이 제일 위에 뜨는 겁니다. (웃음) 최근 유튜브 채널도 오픈했는데요. 앞으로 팬분들과 소통도 많이 할테니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연기자 김민기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취재 = 조광형 기자
    사진 = 이기륭 기자
    영상 = 이기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