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해수부·서울시·항운노조 등 17곳 '백신 쟁탈전'… 野 "물량부족 불안감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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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정부의 공공기관들이 우한코로나(코로나19) 백신을 서로 먼저 맞겠다며 아우성이다.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 범위 등 세부사항을 담은 계획이 아직 수립되지 않았지만, 백신을 선점하기 위한 공공기관들의 '물밑작업'이 치열한 것으로 13일 드러났다.

    이에 야당에서는 공공기관들마저 정부의 백신 확보와 관련한 불안감이 높다는 방증이라며 '불신'이 고스란히 반영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文정부 공공기관 총 17곳 "우리가 먼저" 백신 요청 쇄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입수한 '코로나 백신 우선접종 대상 요청 현황'에 따르면, 국가보훈처·국민연금공단·대한치과의사협회·법무부·병무청·서울시청·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해양수산부(가나다 순) 등 총 17곳의 기관·협회가 질병관리청에 "우리가 백신을 먼저 맞아야 한다"고 요청했다.

    조 의원은 이들 가운데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곳은 해운 관련 기관 및 노조라고 밝혔다. 조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전국 선원들을 대상으로 한 접종 필요성을 언급하며 "국가경제에 필수적인 수출입 물자를 수송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항만물류협회·한국선주협회·한국해운협회·한국도선사협회 등도 잇달아 질병관리청에 민원을 넣었다. 

    해양수산부 역시 "외국인 선원과 접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며 항만 근로자 6만7560명, 선원 7021명에게 우선접종을 피력했다는 전언이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은 지난해 12월 질병관리청에 "국가 수출입 물자 수송의 필수인력"이라는 이유를 들어 '백신 우선접종'을 요청했다. 노조가 우선접종을 요구한 조합원은 총 2만160명(항만 1만2076명, 창고물류 4019명, 시장물류 3726명, 철도 339명)이다.

    해수부 "외국 선원 접촉"... 한수원 "정전 막아야"

    한수원의 경우 지난 7일 질병관리청에 전국 원자력발전소에 근무하는 운전원·정비원·의료지원팀 근무자 등 최대 약 5000명에게 우선접종을 요구했다.

    한수원은 "이들은 국내 전력 공급을 담당하는 원자력발전소의 필수인력으로, 블랙아웃(blackout·대정전) 등 재난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우선접종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한수원은 또 "원전 내에는 자체 의료진과 부속의원이 있기 때문에 백신 수송을 위한 일명 '콜드체인'(저온수송망) 준비가 돼 있다"며 "정부가 백신만 공급해준다면 한수원이 자체적으로 접종 가능하다"고도 주장했다.

    경찰청 산하 도로교통공단도 같은 날 서울 강남운전면허시험장 등 전국 27곳 시험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총 1165명에게 우선접종을 요구했다. 

    도로교통공단은 지난해에만 총 573만1973건의 대면업무(운전면허시험·면허발급·면허갱신 등)를 처리했다며 "근무자들이 항상 코로나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우선접종 대상자에 포함돼야 한다"고 이유를 들었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의 경우 지난해 12월 "치과에서는 비말(침방울) 발생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치과의사 등은 감염 고위험군"이라며 백신 우선접종을 요구했다.

    조명희 "정부의 백신 물량 충분치 않다는 불안감 때문에"

    이처럼 공공기관들의 백신 우선접종 민원이 쇄도하자 질병관리청은 골머리를 앓는 눈치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백신 우선접종 기준이 아직 세워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각 기관이 저마다 먼저 맞겠다고 주장해 난감하다"며 "우선접종 권장 대상과 관련해서는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칠 예정이고, 민원에 따라 그 결과가 좌지우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공공기관들의 백신 우선접종 신청 현상과 관련해 조 의원은 "정부가 확보 중인 백신 물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불안감 때문에 기관들까지 나서서 물밑경쟁을 하고 있다"며 "정부는 객관적·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국민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우선순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