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 대학원위 "홍진영 학위 취소 절차 착수"
  • ▲ 가수 홍진영이 SNS에 올린 사과문. ⓒ홍진영 인스타그램
    ▲ 가수 홍진영이 SNS에 올린 사과문. ⓒ홍진영 인스타그램
    '박사 출신' 트로트 가수 홍진영(36·사진)의 석사 학위 논문이 '표절 논문'으로 확정됐다.

    조선대학교 대학원위원회는 23일 "검토 결과 홍진영의 무역학과 석사 논문(한류를 통한 문화콘텐츠 산업 동향에 관한 연구)이 표절로 판명났다"며 "이에 학위 취소를 위한 행정조치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선대는 "2011년부터 논문지도 교수에게 부여했던 논문 표절 등 연구 윤리 위반 방지를 위한 지도, 감독 의무를 강화하고 연구 윤리 관리 시스템도 더욱 철저히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조선대가 홍진영의 석사 학위를 취소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박사 학위도 자동으로 취소될 전망이다.

    석사 논문에 '표절 의심 문장' 365개


    2009년 6월 '사랑의 배터리'로 가요계에 데뷔한 홍진영은 같은 해 4월 석사 논문을 제출한 뒤 5월에 심사를 통과해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2년에는 박사 학위까지 취득해 '박사 출신 가수'라는 타이틀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그런데 지난달 국민일보가 "홍진영의 석사 논문 '한류를 통한 문화콘텐츠 산업 동향에 관한 연구'가 표절 심의 프로그램 '카피킬러' 검사 결과 '표절률 74%'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불거졌다.

    '카피킬러'는 대표적인 표절 검사 프로그램으로 2015년부터 각 대학에서 의무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논문은 '카피킬러' 검사 결과, 전체 문장(556개) 가운데 '6개 어절이 일치하는 동일 문장'이 124개, '표절로 의심되는 문장'은 365개로 드러났다.

    이 보도로 온라인에선 홍진영도 '부모 찬스'를 쓴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홍진영의 부친은 조선대에서 경제학과 교수, 경영경제연구소 소장, 교수협의회 회장을 두루 지낸 경제 학자다. 광주은행 상임감사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소속사 "표절 아닌 인용‥ 홍진영 창작물 맞다"


    논란이 커지자 홍진영의 소속사 IMH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5일 해당 논문은 표절이 아니라며 "홍진영은 자신의 조선대 무역학과 석사 논문 '한류를 통한 문화콘텐츠 산업 동향에 관한 연구' 연구 및 작성 과정에 성실하게 참여했다"고 해명했다.

    IMH는 "표절률이 74%를 넘겼다는 의혹에 대해서 당시 홍진영의 석사 학위 논문 심사를 맡았던 교수님의 의견을 전달드린다"며 "홍진영이 석사 논문 심사를 받았던 때는 2009년의 일로, 당시 논문 심사에서는 인용 내용과 참고 문헌 등 주석을 많이 다는 것이 추세였고 많은 인용이 있어야 논문 심사 통과를 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2015년부터 대학에서 의무적으로 사용 중인 '카피킬러' 시스템은 50퍼센트가 넘는 표절을 걸러내기 위해 시작된 제도"라며 "해당 시스템이 없었던 2009년 심사된 논문을 검사 시 표절률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오해가 있을 수 있으나 표절이라고 볼 수 없다는 심사 교수님의 의견을 전달드린다"고 밝힌 IMH는 "해당 논문에서 인용 내용과 참고 문헌 외에 연구적인 내용에서는 홍진영은 전혀 표절하지 않았음을 아티스트 본인에게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해당 검증 방법은 시기적 오류가 있는 검증"이라며 "본 논문은 홍진영의 창작물로서 타 논문을 표절한 일이 전혀 없다"고 관련 의혹을 재차 부인했다.

    표절 의혹 부인한 홍진영, '학위 반납' 의사만 밝혀


    당사자인 홍진영도 반박에 나섰다.

    홍진영은 자신의 SNS를 통해 "시간을 쪼개 지도 교수님과 상의하며 최선을 다해 논문을 만들었는데, 당시 '관례'로 여겨졌던 것들이 지금에 와서 단지 몇 %라는 수치로 판가름되니 제가 어떤 말을 해도 변명으로 보일 수밖에 없어 답답하고 속상할 뿐"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금 생각하니 제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며 "과한 욕심을 부린 것 같다. 석사 및 박사 논문을 반납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번엔 조선대 전직 교수가 반론을 제기했다. A씨는 "부끄럽다. 지금이라도 양심을 걸고 밝히고 싶다"며 "홍진영씨의 석사 논문 표절률이 74%라는 (국민일보) 기사는 틀렸다. 74%가 아니라 99.9%"라고 주장했다.

    과거 조선대 무역학과에서 홍진영을 가르쳤던 A씨는 지난달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홍진영의 학부와 석사, 박사까지 모든 과정의 학점을 준 경험에 비춰봤을 때, 해당 논문들은 모두 거짓이라고 증언할 수 있다"며 "홍진영의 부친이 같은 학교 교수라 입김이 작용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A씨는 "홍진영은 수업에 충실히 참여했다고 밝혔지만, 학교에서 홍진영을 본 기억이 많지 않다"며 "적어도 내 수업은 그랬다. 가수 생활을 병행하는데 광주까지 자주 올 수 있었겠나"라고 의문을 표했다.

    A씨는 "석사 논문보다 박사 논문에 더 큰 문제가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사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컴백 날 표절 논문 기사 나와‥ 너무 두려웠다"


    양측의 치열한 공방전은 지난 15일 조선대학교 대학연구윤리원 산하 연구진실성위원회가 홍진영의 석사 논문을 '표절'이라고 잠정 결론내리면서 사실상 홍진영의 '완패'로 끝났다.

    연구진실성위의 잠정 결론에도 침묵을 지키던 홍진영은 결국 지난 18일 SNS를 통해 표절 사실을 시인하고 팬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홍진영은 "신곡으로 컴백하는 날 표절 논문 기사가 나와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너무 겁이 났고 머릿 속이 하얘졌다"며 "그 때까지도 욕심을 못 버렸던 것 같다. 표절이라고 인정하는 순간 다시는 무대에 오를 수 없을 것 같아 너무 무서웠다"고 실토했다.

    이어 "학위를 반납하면 그냥 넘어가 주시지 않을까. 혹시 그만 용서해 주시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도 했다"며 "어쩌면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홍진영은 "조선대 측의 표절 잠정 결론을 받아들이고 가슴 깊이 뉘우치겠다"며 "그동안 제가 가진 것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아 왔다. 앞으로 조용히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의미 있고 좋은 일들을 해가며 제가 받았던 사랑을 갚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과문에서 "그동안 받았던 사랑을 갚아 나가겠다"고 약속했던 홍진영은 지난 22일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써 달라"며 성금 3000만원을 기부했다.

    다음은 홍진영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사과문 전문.

    안녕하세요, 홍진영입니다.

    이미 많이 늦었고 돌이킬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어 펜을 들었습니다.

    신곡으로 컴백하는 날 논문 표절 기사가 터졌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말 너무 겁이 났고 머릿 속이 하얘졌습니다.

    그 때까지도 저는 욕심을 못 버렸던 것 같습니다.. 표절이라고 인정하는 순간 다시는 무대에 오를 수 없을 것 같아서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수님이 문제 없다고 했는데', '학위로 강의할 것도 아닌데' 하는 식으로 제 자신을 합리화하기 급급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것이 거짓으로 비춰질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제가 학위를 반납하면 그냥 넘어가 주시지 않을까, 혹시 그만 용서해 주시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서 '관례'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어쩌면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잘못하면 제대로 사과하고 혼이 나야하는데... 저는 반성 대신 변명하는 데만 급급했습니다. 성숙하지 못했고 어른답지도 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조선대학교 측의 표절 잠정 결론을 받아들이고 가슴 깊이 뉘우치겠습니다. 지금도 밤낮없이 석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께도 너무 큰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죄송합니다. 모든 걸 인정하고 반성 하겠습니다.

    그동안 제가 가진 것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앞으로 조용히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의미있고 좋은일들을 해가며 제가 받았던 사랑을 갚아 나가겠습니다.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 드립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