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필름 "김기덕 감독, 출연배우 폭행으로 벌금형‥ 강요·강제추행은 무혐의" 강조
  • 김기덕(60·사진) 감독이 대표를 맡았던 영화제작사 '김기덕 필름'이 김 감독 사후 보도된 각종 기사들과 댓글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하며 무분별한 '억측'과 '비난'을 삼가해달라고 호소했다.

    김 감독이 지난 11일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생전 논란이 됐던 '성폭력 의혹'이 다시금 회자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

    특히 김기덕 필름은 3년 전 한 여배우가 강제추행치상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실을 거론하며 김 감독을 마치 '성범죄자'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다.

    김기덕 필름 "영화만을 위한 삶을 살다 간 분‥ 명복 빌어달라


    김기덕 필름은 15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고인은 2017년 형사사건에 휘말린 일이 있다"며 "당시 여배우 A는 2013년 영화촬영과 관련해 고인을 폭행, 강요 및 강제추행치상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있다"고 언급했다.

    김기덕 필름은 "그러나 검찰은 '연기지도'를 위해 A의 뺨을 때린 행위만 폭행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벌금형으로 약식기소를 했을 뿐 정작 세간의 관심이었던 강요 및 강제추행치상 등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 처분을 했으며, 사건은 그대로 종결됐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사실과 다른 억측에 기한 일부 언론보도와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악성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면서 "이러한 글들이 충격적인 비보로 끝 모를 슬픔에 빠진 유가족을 더욱 깊고 어두운 고통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고인의 유가족을 위해 억측과 비난을 삼가주시기 바란다"며 "마지막까지 영화만을 위한 삶을 살다 간 고(故) 김기덕 감독을 위해 명복을 빌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김기덕 "'연기지도' 과정에서 나온 행동‥ A씨에게 미안"


    김기덕 필름이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밝힌 사건은 2013년 개봉한 영화 '뫼비우스(김기덕 연출, 조재현 주연)'에 어머니 역할로 출연했다 중도하차한 여배우 A씨가 2017년 8월 김기덕 감독을 강요·명예훼손·강제추행치상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가리킨다.

    당시 A씨는 "4년 전 '뫼비우스' 촬영장에서 김 감독에게 '감정이입에 필요하다'며 뺨을 맞고, 당초 대본에 없던 베드신 촬영까지 강요 당하는 피해를 입었다"며 김 감독에 대한 형사처벌을 요구했다. A씨는 그동안 영화계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을 두려워해 고소를 망설여왔으나, 2017년 초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영화노조)을 찾아가 자신이 당한 일을 알리면서 김 감독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강구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김 감독은 같은 달 김기덕 필름을 통해 "영화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집중하다 생긴 일"이라며 "상처를 받은 배우에게 미안하고, 자신의 잘못이 맞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그 배우(A씨)는 1996년부터 같이 영화를 시작했고 오랫동안 친구처럼 지내온 사이"라고 밝힌 뒤 "자신에게 수차례 출연을 부탁해 '뫼비우스'에 참여하기로 하고 2회 정도 촬영을 진행했으나 일방적으로 출연을 포기했다"는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김 감독은 "당시 3차 촬영에서 오전 10시까지 기다려도 오지 않고 피디가 집 근처로 수 차례 현장에 나올 것을 요청을 했지만 끝내 현장에 오지 않았다"며 "결국 제작 비용이 없는 관계로 출연 중인 다른 배우를 일인이역으로 섭외, 급하게 시나리오를 수정해 촬영을 마무리 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그 후 4년이 지나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며 "A씨가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부분은 자신이 '실연'을 보이는 과정에서 생긴 일로 보이는데, 약 4년 전이라 정확한 기억은 안난다"고 해명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2017년 12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강요·명예훼손·강제추행치상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다만 뺨을 때렸다는 폭행 혐의에 대해서만 벌금형(500만원) 처분(약식기소)을 내렸다. 또 모욕 혐의의 경우 고소기간 6개월이 지나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대본에 없던 베드신'은 男배우 성기 잡는 신"


    이 같은 수사 결과가 나오자 A씨는 영화노조와 한국성폭력상담소의 도움을 받아 저간의 사정과 심경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2017년 12월 14일, 서울 마포구 이안젤라홀로 기자들을 불러 모은 A씨는 "사건이 발생한지 4년이나 지났는데 이제와서 강제추행치상으로 고소하는 게 타당하느냐고 묻는 분들도 계시지만, 정신과에 다니면 진료 기록이 평생 남을까 두려워 병원에 가질 못했다"며 "그저 4년을 수치심과 억울함 속에 방치된 채 보냈다"고 말문을 밝혔다.

    A씨는 "사건 발생 직후 김기덕 감독의 대리인 역할을 해 온 김기덕 필름 관계자에게, 사전협의 없이 강제로, 남자 배우의 성기를 잡게 한 것과 폭행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을 때, 당시 김기덕 감독은 (관계자를 통해)시나리오에 없는 것을 찍은 것에 대해 '미안하다'는 사과를 건네고, '앞으론 절대 즉석에서 임의로 만들어서 찍지 않겠다. 대본까지 고쳐주겠다'는 말까지 했었다"고 전했다.

    언론에 보도된 '대본에 없던 베드신'이 바로 남자 배우의 성기를 잡는 장면이었음을 폭로한 A씨는 "대본을 고쳐주겠다고 했던 김기덕 필름 관계자가 갑자기 말을 바꿔 '감독님이 저에게 화가 났다. 돈을 조금 줄 테니 이미 찍은 촬영분만 쓰거나 그것도 싫음 촬영을 접을 수밖에 없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그러나 김기덕 필름 측은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당시 담당 피디가 저의 집 근처까지 찾아와 수차례 현장에 나올 것을 요청했지만 제가 끝내 현장에 나오지 않았다면서 제가 일방적으로 출연을 포기하고 연락을 끊은 것이라는 거짓말을 했다"고 A씨는 밝혔다.

    이러한 A씨의 항변과 주장에도 불구, 김 감독에 대한 재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게 논란이 사그러들 무렵 MBC 'PD수첩(유해진·조성현 연출)'이 다시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성관계 제안 거절하자 "믿지 못하겠다"며 해고 통보


    2018년 3월 6일 'PD수첩 -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 편에 출연한 A씨는 "김기덕 감독이 저를 폭행하고 영화에서 하차시킨 진짜 이유는 김 감독이 요구한 '성관계'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폭로했다.

    "2013년 3월 7일, 한 레지던스 건물 식당에서 저를 비롯해 김기덕 감독, 배우 조재현, 다른 여성 영화 관계자 이렇게 세 명이 함께 술자리를 가졌어요. 그 자리에서 정말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김기덕 감독은 이렇게 말했어요. '자X는 권력이다' '보X들이 자X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운다' 너무 기분이 더러웠어요. 그들은 성적인 사생활 자체를 말하고 있었어요."

    A씨는 "새벽 1시가 되자 김 감독이 동석한 여성과 본인의 숙소에 들어가겠다고 일어섰는데, 김 감독은 자기가 여자와 둘이서 올라가면 남들 눈에 띌 수도 있으니, 저보고 동행해달라는 요구를 했었다"고 말했다.

    A씨는 "그런데 방앞에 도착하니 감독의 태도가 달라졌다"며 "갑자기 대본에 대해서 얘기하자면서 들어가서 얘기를 더하자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제가 거부하자 김기덕 감독은 촬영 이틀 남겨두고 이런 식으로 하면 안된다고 화를 냈고, 그 말을 들은 저는 촬영에서 배제될까 두려워 결국 방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A씨는 "그 방에는 김기덕 감독과 저, 여성 영화 관계자 이렇게 3명만 있었는데, 얘기를 나눈 뒤 '저 갈게요'라고 나가려 하자, 김 감독은 저를 잡고 문 앞에 서서 막았다"며 "그리고 '셋이 자자'고, '같이 자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저에게 성관계를 요구했고, 너무 끔찍했습니다. 심장이 너무 뛰었습니다. 결국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나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선 전화상으로 김기덕 감독과 언성을 높이며 싸웠습니다. 손이 다 떨릴 정도로 오열하면서. 김 감독은 나를 믿지 못하는 배우와는 일을 같이 못하겠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저는 감독님 방에서 같이 자면 그게 감독님을 믿는 거냐고 따졌어요. 정말 비참했습니다."

    이외에도 A씨는 "2002년 부산국제영화제 행사장에서 김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에도 수치스러운 일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아는 언니와 함께 숙소에서 김기덕 감독과 차를 마셨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이상한 짓을 했어요. 성관계를 요구하는 말을 하다가 갑자기 김 감독이… (중략) …차 안에서 성추행 같은 걸 당한 적도 있습니다. 김 감독이 저에게 '몸부림 한 번 치시죠'라고 물으면서 불쑥 성적인 행위를 하려하자 저도 모르게 김 감독의 얼굴을 한 번 친 적이 있어요."

    이날 방송에는 A씨 외에도 복수의 여배우들이 직접 출연해 김 감독에게 성적 폭력을 당했다며 촬영장 안팎에서 겪었던 다양한 피해 사례를 증언했다.

    검찰 "'여배우 고소', 'PD수첩 방송'‥ 허위로 볼 증거 없어"


    이 방송으로 여론이 크게 악화되자 김 감독은 2018년 6월 A씨 등 여배우 2명과 MBC 'PD수첩' 제작진을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같은 해 12월 "A씨의 고소가 허위라고 단정할 증거가 없고, 'PD수첩' 역시 허위사실을 방영했다고 볼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김 감독은 형사고소가 무위에 그치자 이번엔 A씨와 MBC를 상대로 10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지난해 3월 냈다.

    이에 사건을 심리한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는 지난 10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도 원고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