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자 과거 발언·행적들 재조명… 변창흠 '토지공개념' 헨리조지 학파로 분류, 부동산 개발이익 환수 주장도
  • ▲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사장이 10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에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사장이 10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에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임으로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내정되자 부동산 시장이 더욱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된다. 주택값과 전셋값을 동반 폭등 시킨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시행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변 내정자는 학자 출신 공공주택 전문가로 부동산은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되고 정부가 관리·개발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왔다.

    진인 조은산 "빵집 아주머니 가고 노숙인 쉼터 급식사 온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상소문 '시무7조'를 올려 이름을 올린 진인 조은산은 5일 자신의 블로그에 '김현미를 유임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변 사장이 내정된 것과 관련해 "김현미 장관 파직을 외쳤는데 벌써 그녀가 그립다"며 "최고급 호텔 레스토랑 셰프의 자리에 동네 빵집 아주머니를 데려다 놓더니, 이제는 노숙인 쉼터 급식사를 데려다 놓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김 장관을 빵집 아주머니, 변 내정자를 쉼터 급식사라고 빗댄 것에 대해서는 "고급 코스요리와 단품 메뉴들, 브런치와 런치, 디너 그리고 수십 가지의 칵테일과 음료들, 수 많은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좋은 재료로 맛있고 다양한 요리를 선보여야 할 셰프가 빵을 굽지 못해 죄송하다고 읍소하더니, 이제는 필요 최소한도의 영양소로 공공 급식을 제공해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부동산 대란의 원인으로 주택을 국가가 제공하고 해결해며 규제해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사고방식을 꼽았다. 그는 "절대적 이익과 결과적 최선은 공공의 제약이 아닌, 개인간의 합리적이며 자유로운 거래에서 나오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낙후되고 슬럼화된 지역은 재개발과 재건축을 통해 언제든지 쾌적한 아파트 단지로 변화할 수 있는데도 주차할 공간도 없는 골목길에 벽화나 그려대는 것"이라고 변 내정자가 추진해온 도시재생 사업을 비판했다.

    그는 "집값은 더 오르고 전세는 더욱 씨가 마를 것이다. 그 와중에 월세마저 더 오를 것이다. 집주인이 낼 세금을 일부 대납한다고 보면 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정책이 바뀌어야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고 한 내 발언을 일부 수정한다. 정권이 바뀌어야 집값은 비로소 안정될 것이다. 이 정권은 답이 없다"면서 "'김현미를 파직하라'라는 상소문을 썼던 내가 이제는, '김현미를 유임하라'라는 상소문을 써야 할 판"이라고 한탄했다. 조은산은 "차라리 김현미는 예측이라도 가능하지 않았던가"라며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벌써 그녀가 그리워지기 시작한다"고 탄식했다.

    이혜훈 "김현미가 종범이면 변창흠은 주범"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은 변 사장을 내정한 것에 대해 '정책 전환은 없다는 시그널'이라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김현미는 종범, 변창흠은 주범'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국토부 장관이 개각 명단에 포함됐다는 첩보를 접하고는 단군 이래 최악의 집값·전셋값을 동반 폭등시킨 문 정부의 정책 방향이 바뀔 수도 있겠구나 한가닥 기대를 품었었다"며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그러면 그렇지 기대를 가졌던 사람이 잘못이지 허탈하기만 하다"고 일갈했다.
  • ▲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은
    ▲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은 "국토부 장관이 개각 명단에 포함됐다는 첩보를 접하고는 단군 이래 최악의 집값·전셋값을 동반 폭등시킨 문 정부의 정책 방향이 바뀔 수도 있겠구나 한가닥 기대를 품었었다"며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그러면 그렇지 기대를 가졌던 사람이 잘못이지 허탈하기만 하다"고 일갈했다. ⓒ페이스북 캡쳐
    그는 "변창흠 내정자는 김현미보다 더할 사람"이라며 "김현미는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라 정해주는 대로 따라 했다면, 변창흠은 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이론가요 뒷배였으니 김현미가 종범이라면 변창흠은 주범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허탈함의 근원은 부동산 정책을 바꾸지 않겠다고 천명한 점"이라면서 "잘못은 고치지 않고 전문가로 포장된 새 장관을 내세워 잘못 없다고 우기기만 하려는 모양이다. 점입가경"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비난의 목소리는 국토부 수장이 바뀌지만 규제와 증세를 강화해온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서 비롯된다. 세금 규제가 더 강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변 내정자는 SH공사 사장을 지내며 당시 서울연구원장이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을 주도하며 현 정부의 공약인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두 사람 모두 국내 주거 빈곤 문제를 주로 연구해온 ‘한국도시연구소장’ 출신으로, '변창흠은 김수현 아바타'라는 말이 돌기도 한다.

    변창흠 "헌법에 토지 공개념 규정하고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해야"

    변 내정자는 김 전 실장과 함께 토지 사유를 금지하고 기존 사유지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세금으로 거둬야 한다고 주장한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사상을 따르는 '조지스트(헨리 조지 학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그는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시절 작성한 '불로소득의 환수와 토지개념'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헌법에다 토지 공개념을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논문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결을 같이 하는 그의 생각이 명확히 드러난다. "토지의 공익적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사유재산권 개념을 보완해 이용 중심의 토지이용이 이뤄지도록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소유권 보장을 전제로 한 보유세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변 내정자는 특히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기 위해 주택 공급 시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 적용, 토지임대부 주택 건설 및 공급, 환매조건부 주택 건설 및 공급, 사회적 기업이나 주택협동조합의 소유주택 등의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도 했다.

    변 내정자는 이 같은 본인의 소신을 그간 수차례 밝혀왔다. 그는 지난 8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주택 정책과 비교해 현 정부가 가장 낫다면서 "상중하로 보면 중상은 된다"고 평가했다. 또 2009년 김 전 실장 등과 함께 쓴 저서 '위기의 부동산'을 통해 토지 공개념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2018년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의 내용을 담은 '9·13대책'에 대해서는 "토지 공개념 실현을 위한 작은 발걸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