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30일 예정' 검찰인사위 돌연 취소, 이유·추후 일정 안 밝혀… '윤석열 패싱'은 기정사실화
  •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법무부가 검찰 인사 단행을 위한 검찰인사위원회를 돌연 취소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행보와 '검찰개혁안'을 향한 비판이 예상보다 거세자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법무부는 당초 30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인사위를 열 예정이었으나, 전날(29일) 일정을 돌연 취소하고 위원들에게 통보했다. 인사위 취소 이유나 추후 일정 등도 밝히지 않으면서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인사위는 검사 인사에 앞서 인사 범위와 원칙 등 중요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다. 법무부는 통상 인사위 개최 직후나 늦어도 이튿날에는 인사 발령을 냈다. 이에 당초 일정대로 이날 인사위가 열리면 30~31일 고위급 검사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인사위가 무기한 연기됨에 따라 검사장급 이상 인사에 이어 차‧부장검사 인사도 순연될 전망이다.

    법무부, 이례적으로 인사위 개최 하루 전 취소

    법무부가 인사위를 하루 전날 돌연 취소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인사위 개최 전 절차로 지난 16일 이미 검사장‧차장검사 승진 대상자들에게 인사검증동의서를 받은 것을 감안하면 인사검증은 이미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인사위 취소 배경과 관련, 각종 추측이 난무한다.

    우선 최근 '검언유착' 의혹 관련 한동훈 검사장을 대상으로 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수사중단 결정과 윤석열 검찰총장과 불화 등으로 추 장관의 입지가 좁아진 탓이라는 게 중론이다. 추 장관은 지난 1월 인사 당시에도 윤 총장을 '패싱'한 채 단독으로 인사를 감행해 도마에 올랐다. 

    최근에는 법무부 자문기구인 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축소' 등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내놓은 것을 두고 법무부의 검찰 장악 수순이라는 거센 비판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KBS 기자에게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공모 의혹 관련 오보를 전달한 배후자로 서울중앙지검 차장급 이상 간부가 지목되면서, 의혹의 화살이 서울중앙지검과 법무부로 향했다. 

    이 같은 잇단 '악재'에 추 장관이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잇단 악재에 부담" 중론… 시간 끌기 관측도

    '2차 독단 인사' 단행을 위한 '시간 끌기'라는 관측도 있다. 

    검찰청법 34조 1항은 검사 인사 시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규정했다. 그런데 추 장관은 당초 인사위 개최가 예정됐던 30일 직전까지도 윤 총장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을 향한 추 장관의 2차 패싱 사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련의 논란들로 여론이 불리하게 기울자 인사 발령을 지연시켰다는 것이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인사에서 윤 총장 측근들을 확실히 밀어내려는 정황이 있었는데, 최근 악재가 겹치다 보니 눈치 보기에 들어간 것 같다"며 "검찰개혁안에 대해 검찰 내부 반발까지 공개적으로 터진 상황에서 독단 인사에 윤 측근 죽이기까지 단행한다면 역풍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추 장관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일각에서는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면서 추 장관이 직접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발탁한 인물인 이성윤 지검장의 승진 또는 유임 여부를 놓고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성윤 승진' 여부 놓고 고심?… 수사권 조정 후 인사?

    이 지검장은 '검언유착' 수사와 관련해 추 장관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면서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웠다.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 이 지검장이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검언유착' 수사에서 서울중앙지검이 잇단 악재를 맞으면서 중앙지검장에 유임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현재 상황으로서는 윤 총장 사람을 쳐내고 추 장관 사람을 앉히기에는 명분도 약할뿐더러 후폭풍이 부담될 것"이라며 "그렇다고 윤 총장과 협의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상황이 잠잠해지면 입맛대로 인사를 강행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법무부가 현재 추진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시행령 제정을 마무리하고 인사 단행에 나설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시행령 제정이 마무리되면 조직개편 및 인사이동이 자연스레 발생하기 때문에 이번 인사도 미뤄졌다는 것이다. 

    이밖에 인사 규모를 더 키우기 위해 인사위 개최를 연기했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김영대 서울고검장과 양부남 부산고검장, 송삼현 서울남부지검장, 이정회 인천지검장 등이 잇달아 사의를 표명하면서 검사장급 공석은 11석으로 늘어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가 다른 검사장들에게도 사직 의사를 타진 중이라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