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협 의장 시절, 이승만 정권을 '괴뢰정권'에 비유… 청문회선 "여러 의견 있다" 즉답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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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통일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친북(親北)성향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 출신으로 사상전향 관련 의심을 받는 이인영 통일부장관후보자의 역사의식이 도마에 올랐다. 이 후보자가 23일 인사청문회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건국 대통령인 것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우리의 국부(國父)는 김구"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이 대통령이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를 세운 건국대통령이자 건국의 아버지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이 대통령의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고 북한과 통일정부 수립을 주장한 김구를 '국부'라고 칭했다."이승만 건국 대통령 동의하나"…이인영 "국부는 김구가 마땅"이 후보자의 이 같은 발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통일부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승만 정권은 괴뢰정권이냐"는 박진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박 의원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전대협 의장 시절인 1987년 9월 '동지여 전진! 동지여 투쟁'이라는 문건에서 이승만 정권을 '괴뢰정권'에 비유하며 미국의 대리통치자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이 후보자의 이 같은 행적을 언급하며 "이승만 정권이 괴뢰정권이냐"고 물었다.이에 이 후보자는 "이승만 정권 자체가 일정 독재정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면서 "이승만 대통령이 독립운동 시절 타협적·비타협적·중간적 측면에서 어떤 노선을 취해는가에 관해서는 평가가 다를 수 있다"고 에둘러 답했다.이 후보자가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않자 박 의원은 "(이승만 정권이) 괴뢰정권이냐. 아니냐"고 재차 물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괴뢰정권이라고 단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그대로 남아 있다"며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박 의원은 이승만 대통령을 건국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 후보자를 향해 "이승만 정부는 괴뢰정권이 아니라 유엔이 인정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며 "이승만 대통령은 단순히 이승만 박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이자 건국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에게 이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그러자 이 후보자는 "이승만 대통령을 우리의 국부다 이렇게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저는 사실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면서 "저는 우리의 국부는 김구 주석이 되는 것이 더 마땅했다. 이렇게 생각했고, 그런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이승만 대통령이 자신의 입장에선 건국대통령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김구, 해방 이후 행적 논란… 역사학계 "대한민국 역사 뭉개는 것"이 후보자가 국부로 생각하는 김구의 1945년 해방 이후의 행적에 관해서는 논란이 많다. 김구는 1948년 5월10일 제헌국회를 구성하기 위해 실시한 남한만의 단독 총선거를 반대했다.김구는 또 5·10선거 무효화운동을 펼치기 위해 1948년 6월7일 민족자주연맹 등의 동조세력을 통합해 통일독립촉성회를 결성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또한, 김구는 대한민국의 건국을 반대했다. 김구는 이승만 대통령과 민족지도자들의 만류에도 1948년 4월19일 평양을 방문해 남북한 연석회의에 참석했다.김구는 이 자리에서 미군 철수 및 북한에 모인 좌파 56개 단체에 의한 임시정부 수립, 남조선 선거 반대와 수립된 정부 불인정을 골자로 하는 4·30성명에 한독당 대표 자격으로 서명했다.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무시한 것은 물론 북측과 합작으로 새로운 임시정부를 수립하기로 한 것이다. 북한에서 공산정권 수립 절차를 목도하고 온 김구가 유엔이 결의한 선거로 세워질 남한의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했을 뿐 아니라 방해하기까지 한 것이다.이러한 김구를 국부라고 주장한 이 후보자 주장에 역사학계는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다.익명을 요구한 한 역사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김구를 국부라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 역사를 뭉개는 계기가 돼버린다"며 "김구가 임시정부를 이끌어가면서 독립운동을 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국부라고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태영호 "주체사상 버렸나"…이인영 "사상 전향 왜 묻나" 난색이밖에도 이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김일성 주체사상을 버렸느냐"는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 탈북자인 태영호 통합당 의원 질문에 "그렇게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면서 "저에게 사상 전향 여부를 물어보는 것은 아직 남쪽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
- ▲ 태영호·지성호 미래통합당 의원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회의를 지켜보고 있다. ⓒ이종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