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 "연설자를 알지 못한 상태로 '보컬 샘플' 삽입… 삭제 후 재발매"
  • ▲ 슈가가 공개한 믹스테이프 'D-2'의 커버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 슈가가 공개한 믹스테이프 'D-2'의 커버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Though you are dead, yet you shall live, and he that liveth and believeth shall never die."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슈가(27·민윤기)가 희대의 살인마로 불리는 짐 존스(James Warren (Jim) Jones)의 육성 파일을 신곡에 삽입해 파문이 일고 있다. 짐 존스는 1978년 '인민사원(Peoples Temple of the Disciples of Christ)'의 집단 자살 사건(일명 '존스타운 대학살')을 일으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사이비 교주다.

    슈는 지난달 22일 공개한 믹스테이프(비정규 무료 음반) 'D-2'에 '어떻게 생각해?(What do you think?)'라는 신곡을 수록했는데, 이 곡의 도입부에 짐 존스의 목소리를 15초가량 삽입했다.

    이 육성은 1977년 짐 존스의 한 연설에서 따온 것으로 "당신이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살 것이다. 믿음이 있는 자는 결코 죽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처럼 신도들에게 '영생'의 확신을 심어준 짐 존스는 이듬해 11월 남미 가이아나 존스타운(Jonestown)에서 918명에 달하는 신도들과 함께 집단 자살했다.

    슈가 짐 존스의 연설을 자신의 신곡에 삽입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일각에선 그가 스타에 대한 광적인 팬덤 현상과 안티팬들을 비판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슈가는 이 곡에서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해 / 어떻게 생각하던지 난 미안한데 시X X도 관심 없네" 같은 훅(hook)을 반복해서 사용하며 자신들에 대한 세상의 관심과 기대, 편견 등에 구애받지 않고 살겠다는 다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900명이 넘는 무고한 사람들을 집단 자살로 이끈 살인마의 연설을 청소년들이 듣는 음악에 삽입한 것은 '경솔한 행동'이라는 비판여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특히 짐 존스의 육성 뒤에 바로 "어떻게 생각해"라는 말이 이어져, 듣는 이로 하여금 '짐 존스의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말로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31일 "해당 샘플링으로 인해 상처받으셨거나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문제점을 확인한 이후 해당 부분을 즉각 삭제해 재발매했다"고 밝혔다.

    빅히트는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의 믹스테이프 'D-2' 수록곡 '어떻게 생각해?(What do you think?)' 중 도입부 연설 보컬 샘플은 해당 곡의 트랙을 작업한 프로듀서가 특별한 의도 없이 연설자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곡 전체의 분위기를 고려해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해당 연설 보컬 샘플을 선정한 이후, 회사는 내부 프로세스에 따라 내용의 적정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했지만, 선정 및 검수 과정에서 내용상 부적절한 샘플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곡에 포함하는 오류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빅히트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검수하는 자체 프로세스를 통해 사회·문화·역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내용들을 확인하고 있으나,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대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이번 경우에는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이와 관련된 역사적·사회적 상황에 대한 이해도 부족으로 발생했다"고 자인했다.

    그러면서 "아티스트 본인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며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한 빅히트는 "이번 사례를 교훈 삼아 모든 제작 과정을 더욱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앨범 소개 문구를 보면 논란이 된 '어떻게 생각해?'는 EL CAPITXN과 GHSTLOOP, Agust D 세 사람이 함께 프로듀싱한 것으로 나온다. EL CAPITXN(엘 캐피탄)은 빅히트 소속 싱어송라이터 장이정의 활동명. Agust D(어거스트 디)는 슈가의 솔로 활동명이다.

    영국 오피셜 차트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전 세계 동시에 공개된 슈가의 믹스테이프 'D-2'는 현지시각으로 29일 '오피셜 앨범 차트 톱 100'에서 7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