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대 없으면 5.24조치 사실상 폐기… 강경화 2018년 "해제 검토" 발언 땐 트럼프가 반대
  • ▲ 지난 3월 26일 서해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천안함 폭침 10주기 추념식에 참석한 정경두 국방장관. 한국은 천안함 폭침을 계기로 독자 대북제재 5.24조치를 시행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3월 26일 서해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천안함 폭침 10주기 추념식에 참석한 정경두 국방장관. 한국은 천안함 폭침을 계기로 독자 대북제재 5.24조치를 시행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통일부가 20일 “5·24조치가 실효성이 상당부분 상실됐다”고 밝혔다. “미국의 승인 없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18년 10월 발언이 다시 나올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5·24조치를 폐기하는 셈이 된다. ·

    통일부 “5·24조치 10주년, 실효성 거의 상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5·24조치와 관련해 정부에서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는데, 10주년을 맞이해 정부 견해를 알려달라'는 질문에 “그 조치는 실효성을 상당히 상실했다”고 답했다.

    여 대변인은 “지난 시기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5·24조치에 대한 유연화와 예외조치가 있었다”면서 “그래서 지금은 사실상 그 실효성이 상당부분 상실됐다”고 밝혔다. 

    여 대변인은 이어 “(문재인) 정부는 이에 따라 5·24조치가 남북교류협력을 추진하는 데 더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며 “향후 남북관계의 공간을 확대하고 한반도의 실질적인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일부의 견해는 5·24조치의 폐기로 받아들일 수 있다. 5·24조치는 2010년 3월26일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따른 우리 정부의 독자 제재다.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 중단, 국민의 방북 원칙적 불허, 대북 신규투자 금지, 대북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이 주요 내용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11월 류길재 당시 통일부장관이 5·24조치 완화를 언급했지만, 북한 비핵화와 병행 추진을 밝혔기에 실질적 조치 완화는 아니었다.

    2018년 문 대통령 신년사 “우리 독자적으로 대북제재 완화할 생각 없다”
  • ▲ 2018년 10월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 2018년 10월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그들(한국)은 우리 승인 없이는 그렇게(5.24조치 해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미국 MSNBC의 당시 보도 관련 트윗.
    문재인 대통령 또한 집권 초에는 5·24조치를 완화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2018년 1월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한국이 국제사회 대북제재와 별개로 독자적으로 제재를 완화할 생각은 지금은 없다”며 “5·24조치 중 경제교류 또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등은 유엔 안보리 제재 속에서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그 부분을 해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즉, 2018년 초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대화는 재개됐지만 대북제재는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 나가겠다는 말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5·24조치 완화를 언급한 적이 있기는 하다. 2018년 10월10일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5·24조치를 해제할 용의가 있느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질문에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발언의 후폭풍은 거셌다.

    이튿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그들은 우리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They do nothing without our approval)”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한국 정부와 접촉 중”이라면서 “우리의 승인 없이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독자적으로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한편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통일부에서 5·24조치가 실효성이 없다는 말이 나왔는데 폐기선언 아니냐'는 질문에 “그 부분은 해당 부처가 따로 말한 것으로, 청와대가 말을 보탤 것은 없을 것 같다”고만 답했다. 미국과 협의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