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의 미래를 위한 정책 제언박영사, 260쪽, 정가 1만7000원
  • ▲ '국가정보원, 존재의 이유' ⓒ박영사 제공
    ▲ '국가정보원, 존재의 이유' ⓒ박영사 제공
    "(해외 정보활동과 해외 채증활동은) 이제 경찰이 해도 불법이고, 국정원이 해도 불법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간첩은 누가 잡나! 입법의 공백이다"

    국가정보원(국정원) 간부·직원 출신들로 구성된 한국행정학회 국가정보연구회가 최근 국가정보의 미래를 위한 정책을 담은 '국가정보원, 존재의 이유'를 출간했다.

    파키스탄 대사를 지낸 신언 국가정보연구회장은 서문에서 "그간에 공개된 국가정보학 관련 서적들의 다수가 외국이론을 소개하거나 요약한 데 그친 측면이 강했다. 따라서 우리 정보환경의 실상을 제대로 기술하는 데는 일종의 한계가 있었다고 본다"며 "국정원이 처한 오늘날의 참담한 현실을 바로잡고 제대로의 위치를 회복하는 데 외곽에서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는 공감대가 작용했다"고 출간 배경을 밝혔다.

    특히 신 회장은 지난해 '국정원 인사 파동'과 '국정원장·1차장·2차장 동시 경질' 사건을 언급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결심이 나오기 이전부터 일부 언론에서 특종인 양 국정원 인사문제를 기사화했다.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정보기관의 내부 사정을 흥밋거리로 기사화하지는 않는다. 왜 이 같은 참담한 사건의 발생이 가능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저는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정보사용자들, 특히 국정원장이 정보에 대한 제대로의 이해와 인식을 가지고 있지 못한 데 기인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 정보조직의 특성과 국정원의 조직문화에 대한 이해는 더더욱 어려웠을 것"이라며 "저는 국정원장이 정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국정원 대공수사처장을 역임한 장석광 국가정보연구회 사무처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2020년 12월 국정원법 개정 이후 "경찰은 3년의 유예기간을 가졌지만 홀로 설 수 있는 준비를 하지 못했다. 아니, 하지 못한 것이 아니고 할 수 없었다"며 "경찰은 법적, 제도적, 현실적으로 해외 연계 간첩 사건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정치권은 그런 경찰에게 대공수사를 전담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여건은 마련해 주지 않은 채 수사권만 덜렁 넘겼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조직법'과 '경찰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그 어디에도 경찰의 해외 정보활동의 법적 근거를 유추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2021년 1월 국가수사본부의 출범과 함께 정비된 경찰의 4개 법규, 즉 법률로서의 '형사소송법', 대통령령으로서의 '수사준칙', 행안부령으로서의 '경찰수사규칙', 경찰청 훈령으로서의 '범죄수사규칙' 그 어디에도 경찰의 해외 채증을 합법화하는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정원의 수사권이 없어지는 2024년 1월 1일부터는 경찰이 해외공작조직 연계 간첩수사를 전담해야 한다. 그런데 경찰은 해외 정보활동을 할 수 없고, 국정원은 해외 채증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경찰은 해외활동의 법적근거가 없고, 국정원은 수사권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해외와 연계된 간첩수사의 공백은 필연적이다"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사권이 없는 국정원이 해외에서 수집한 정보의 증거능력을 확보하려면 국정원법 제4조 제1항 제1호 '정보의 수집·작성·배포'에서 '정보활동'의 법적 의미를 확장 해석하는 방안, 국정원법 제5조 제2항 일부 개정, 대통령령의 제정·보완(안보범죄 등 대응업무규정 제정안 보완)하는 방안 등을 제언했다.

    이 책은 ▲국가정보활동의 개념과 역할(임성재 동국대 객원연구원) ▲국가정보기관의 해외정보활동(신언 전 파키스탄 대사) ▲대북정보의 중요성과 활동 방향(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 ▲국정원 수사권 폐지, 간첩은 누가 잡나?-정보기관이 해외에서 수집한 정보의 증거능력 확보 방안-(장석광 전 국정원 대공수사처장) ▲국가정보활동과 정보수집의 적법성-디지털 정보를 중심으로-(강구민 성신여대 겸임교수) ▲국가정보원 법제 개편 방안(이대희 광운대 명예교수) ▲국가정보기관의 경제안보활동(김서곤 법무법인 로백스 기술보호센터 부센터장) 등 총 7개의 장으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