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2·3노조, KBS 기자협회, PD연합회, 기자협회 모두 "추천 거부"… 정필모 혼자 '정주행'
  • 정필모(61) 전 KBS 부사장을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추천했던 언론계 현업 단체장들이 지난 3일부로 해당 결정을 전격 철회함에 따라 총선 후보자로 나선 정 전 부사장이 대표성과 정당성을 모두 상실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직 기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단체장들의 추천에 힘입어 범여권 비례연합정당에 합류한 그가 '언론계 대표성'을 잃어버린 이상, 후보 자격과 지지기반이 동시에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정 전 부사장은 "후배들의 비판은 이해하지만 제가 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전히 정주행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KBS노동조합은 "정언유착의 대표적 사례로 언론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 발생했는데, KBS 경영진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며 "사측이 나서서 정 전 부사장의 '후보직 사퇴'를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단체장 추천 철회로 '언론계 대표성' 잃어"


    허성권 KBS노동조합 부위원장은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초 비례대표 명단에도 없던 정필모 전 KBS 부사장이 당선 유력 후보가 된 것은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과 고찬수 한국PD연합회장이 추천했기 때문"이라며 "추천 주체 모두가 추천을 철회해 '정당성'과 '대표성'을 상실했음에도 정 전 부사장은 후보직을 사퇴하지 않고 오히려 정당 대변인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허 부위원장은 "지난 2월 청와대가 강인석 전 중앙일보 부국장을 신임 대변인으로 임명했을 때 중앙일보는 즉각 논평과 입장문을 내 '우려'를 표명했는데, 공영방송사인 KBS는 정 전 부사장이 2월 20일 사표를 쓸 때도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등 오히려 살 길을 터줬다"며 "민간 언론사도 공정성과 신뢰도 훼손을 막으려고 몸부림치는 마당에 KBS 경영진은 왜 침묵을 지키느냐"고 질타했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지난 3일과 5일, '매일신문'과 '펜앤드마이크'에 기고한 글에서 "정필모 전 KBS 부사장을 추천한 김동훈 회장과 고찬수 회장은 도덕적으로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일임을 뒤늦게 자각하고 추천을 철회하는 웃기지도 않는 행동을 했지만, 정필모는 여전히 비례대표 8번인 저질 코미디 같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정필모는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사퇴해야 마땅하고, 사퇴함으로써 그나마 남아있는 마지막 명예라도 지키길 기대한다"고 비판했다.

    김동훈 기자협회장 "의견수렴 소홀했다"… '추천' 철회

    앞서 범여권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지난달 24일 정필모 전 KBS 부사장에게 당선 안정권에 해당하는 비례대표 8번을 부여했다. 당초 후보 명단에도 없던 정 전 부사장이 사표를 쓴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언론개혁' 분야 추천 인사로 발탁되자 KBS 구성원 다수가 반기를 들고 일어섰다.

    KBS 1·2·3노조와 KBS기자협회 모두 정 전 사장의 총선 출마를 규탄하는 성명으로 반발하자, 고찬수 한국PD연합회장은 지난달 27일 "정필모 전 부사장의 비례대표 출마가 언론의 독립과 공정성에 미칠 부정적 영향과 파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며 "해당 결정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고 회장의 추천 철회에도 "명분보다 실리가 우선"이라며 결정을 번복하지 않던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결국 지난 3일 "몹시 무거운 마음으로 정필모 후보에 대한 후보 추천을 철회한다"며 고집을 꺾었다.

    김 회장은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정필모 후보가 언론개혁을 위해 헌신할 적임자로 손색이 없다는 개인적인 생각에는 결코 변함이 없지만, 열린 마음으로 비판을 수용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며 "당초 최종 후보 추천 과정에서 시간이 촉박했다는 이유로 KBS 지회를 비롯한 기자협회 내부 의견수렴에 소홀했던 점도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정필모 "정계입문은 '한계 극복' 위한 현실적 선택"

    반면 언론계 현업 단체장들의 추천 철회에도 정 전 부사장은 "비판을 안고 가겠다"며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 전 부사장은 3일 'PD저널'과의 통화에서 "후배들의 비판은 이해하지만 제가 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만큼 책임감도 무겁다고 느낀다"며 "(국회에 진출한다면) 언론개혁의 소임을 완벽하지는 못해도 기초만이라도 닦아 놓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일조하겠다는 생각으로 부사장직을 맡았으나, 제도나 법의 한계 때문에 여러 난관이 있었다"며 "고심 끝에 이걸 (비례대표 추천을) 받아들인 건 한계 극복을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