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황 전 국장 '국정농단세력' 14명 명단 공개… 법무부 재직 시절 작성한 경우 '블랙리스트'
  • ▲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뉴시스
    ▲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뉴시스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이 포함된 명단을 공개하면서 '검찰 쿠데타 세력'이라고 규정해 논란이 일었다.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인 황 전 국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인권국장과 검찰개혁추진단장을 맡은 대표적 '친문'인사다.

    법조계는 황 전 국장이 공직에 있을 때 이 명단을 작성했다면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같은 '검찰 블랙리스트'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 리스트에 포함된 검사들은 지난 1월 검찰 인사에서 대부분 좌천됐다는 게 그 근거다. 황 전 국장이 퇴직 이후 개인적으로 명단을 작성했다고 주장하더라도 명예훼손과 모욕 소지가 있다는 게 법조계 다수의 의견이다.

    오는 4월 국회의원총선거에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는 황 전 국장은 22일 페이스북에 '전격 공개'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검찰발 국정농단세력, 검찰 쿠데타 세력 명단을 최초 공개한다"며 윤 총장 등이 포함된 검사 리스트를 이미지 파일로 업로드했다.

    황희석, '윤석열 사단' 14명 공개하며 "쿠데타 세력"

    이 리스트에는 윤 총장을 비롯해 여환섭 대구지검장,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 신자용 부산동부지청장, 양석조 대전고검 검사, 김창진 부산동부지청 형사1부장, 고형곤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장,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 송경호 여주지청장, 신봉수 평택지청장, 이두봉 대전지검장, 박찬호 제주지검장,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 등 일명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인사들이 포함됐다.

    황 전 국장은 이 리스트와 관련해 "평소 추적하면서 쌓아온 제 데이터베이스와 경험, 그리고 다른 분들이 제공한 정보에 기초한 것"이라며 "아직도 고위직에 그대로 많이 남아 있다. 2020년에는 기필코"라고 적었다. "국민들이 야차들에게 다치지 않도록 널리 퍼뜨려달라"거나 "벌레들에게 물리지 않도록 알려달라"면서 명단의 검사들을 '야차(夜叉)'와 벌레에 비유하기도 했다.

    문제는 황 전 국장이 불과 2개월 전까지 법무부 인권국장으로 재직했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황 전 국장은 지난 1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법무부에서 퇴직했다.

    황 전 국장이 이 리스트를 법무부 재직 시절 작성한 것이라면 법무부는 '검찰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셈이 된다. 실제로 황 전 국장이 공개한 리스트에 포함된 검사들은 지난 1월과 2월 추미애 법무부장관 취임 직후 이뤄진 검찰 인사에서 대부분 좌천됐다. 

    법무부 측은 일단 "황 전 국장의 입장은 법무부와 관계가 없다"며 선을 그은 상태이지만 논란은 그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황 전 국장이 공개한 리스트가 법무부 인사에 실질적으로 반영됐다면 그가 직권남용 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봤다.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도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 중이다. 대법원은 지난 1월 김 전 실장 등의 사건을 "그가 공공기관 임직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것이 맞는지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며 파기환송한 상태다.

    '블랙리스트=직권남용'… "개인적 리스트라도 명예훼손·모욕"

    한 법조인은 "황 전 국장이 공개한 리스트가 이른바 '검찰 대학살'로 불리는 인사 때 반영된 것이라면 검찰 인사담당자에 대한 직권남용이 된다"면서 "블랙리스트를 반영한 인사조치라는 구체적 의무 없는 일을 지시한 것이기 때문에 최근 대법원 판결에도 부합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황 전 국장이 검찰 인사 이후나 법무부와 상관 없이 개인적으로 리스트를 작성했다고 해도 명예훼손과 모욕 소지는 여전히 남는다는 해석이다. 

    이헌 한반도 인권과 평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은 "총선을 앞두고 같은 법조인인 최강욱에게 밀릴 거 같으니 무리수를 둔 모양인데, 위법 소지가 상당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검사도 공적 인물이고 문재인 정부에 밉보인 것이 불명예스럽다고 할 수도 없기 때문에 다툼의 소지는 있어 보이지만 명예훼손 소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한 부회장은 이어 "'야차'나 '벌레' 등의 표현은 모욕 소지가 충분하다. 다만 모욕죄는 친고죄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전 국장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재직 시절 법무부 인권국장과 검찰개혁추진단장을 지냈다. 조 전 장관과 대학 선후배 사이로 사석에서는 그를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