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보회의서 "과감한 재정투입 필요" 태세 전환… "총선용 변질 추경 편성" 野 우려
  •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우한폐렴 사태와 관련 "예비비를 신속하게 활용하는 것에 더해 필요하다면 국회의 협조를 얻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것도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여당이 요구하는 10조원대 규모의 '슈퍼 추경' 필요성을 거론한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 당시 메르스 추경과 관련해서는 "전적으로 정부의 무능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어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기업의 피해 최소화와 국민의 소비 진작, 위축된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과감한 재정투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가재정법(89조)에 따르면 대규모 재해(자연·사회재난에 따른 피해)가 발생한 경우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최근 밝힌 "코로나는 곧 종식될 것"이라는 주장과는 정반대로 상황이 진행된 것을 인정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현장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해야 한다"며 "국민들께서도 우리의 방역 역량과 의료 시스템을 믿고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데 함께 힘을 모아주시길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정부의 추경이 편성되면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금전적 지원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우려' 민주당 강력 요구에 정부 입장 변화

    정부는 당초 추경 투입에 조심스러운 견해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비롯해 기재부는 "추경 편성을 검토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우선 기정 예산과 예비비의 신속한 집행에 집중하겠다"면서 당내 추경 요구와 관련해서는 "여러 옵션을 모두 열어두고 준비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라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추경 검토 발언이 나온 것은 우한폐렴이 총선에 악영형을 미치는 것을 우려하는 여당의 조급함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추경 편성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메르스 추경 당시 제출 18일 만에 국회에서 의결됐는데, 지금 서둘러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월17일 여야가 신속히 심의한다면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메르스 당시 11조원 규모의 추경이 편성된 것을 거론하며 “(이번 추경이) 그것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추경, 국민한테 투명하게 밝혀야"

    정부의 추경 방침에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위기극복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는 자세를 보였다. 다만 추경이 '총선용'으로 변질될 가능성에는 의구심을 보였다. 2015년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메르스로 편성된 추경에 "정부가 제대로 대처했으면 천문학적 국민 세금이 추가될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대정부 공세를 강화하는 용도로 쓴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예비비 사용과 추경 편성에도 협조할 생각이지만 재정의 원칙은 준수되어야 한다"며 "정부는 기존 예산과 예비비를 어떻게 투입하고, 할 것인지, 그리고 추경 편성 경우 어디에 얼마만큼 쓸 것인지 국민한테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광림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추경만큼 중요한 것이 추경이 편성돼도 지원할 근거법이 없다고 집행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에 (우리 당) 코로나특위에서는 추경과 함께 지원할 수 있는 근거법, 특별법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