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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해 질문자를 지목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집권 4년차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 인사 관련 논란과 남북관계, 부동산정책 등 국정현안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자들의 질문은 대체로 날카로웠지만, 문 대통령의 답변은 핵심을 피해가거나 변명으로 일관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100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질문자로 나선 한 기자는 ‘추미애 법무장관에 대한 항명 논란과 청와대가 압수수색받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윤 총장을 신뢰하느냐’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한 답변 대신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검찰총장이 앞장서줘야만 수사 관행과 조직문화 변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어제부로 제도적 개혁작업이 끝났지만 여전히 검찰의 권력은 막강하다. 기소권도 공수처는 판·검사에 대한 기소권만 가지고, 여전히 나머지 기소권은 검찰의 손에 있다”며 “검찰개혁 과정과 청와대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맞물리면서 조금 약간 권력투쟁 비슷하게 다뤄지는 경향이 있는데, 아시다시피 검찰개혁은 정부 출범 전부터 진행해온 작업이고, 청와대 수사는 그 이후 끼어든 과정에 불과하다. 두 가지를 결부시켜서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검찰뿐만 아니라 청와대·검찰·국정원·국세청·경찰 이런 모든 권력기관은 끊임없이 개혁을 요구받아온다”면서 “그것은 자칫 잘못하면 이런 기관들이 원래 가지고 있는 법적 권한을 뛰어넘는 초법적인 권력이나 권한 또는 초법적인 지위 그런 것을 누리기가 쉽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최고권력기관인 청와대를 개혁하겠다는 말은 없었다. 감찰무마·하명수사 의혹의 중심에 선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두 달 전 전직 특감반원이 사망해 파문을 일으켰지만, 책임지고 물러난 사람은 현재까지 아무도 없다.서초동집회 '대변', 광화문집회 '외면'
문 대통령은 또 “(검찰로서는)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자꾸 나무라느냐는 점에 대해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수사권이 절제되지 못하거나, 피의사실 공표로 여론몰이 한다거나, 초법적인 권력 또는 권한이 행사되고 있다고 국민들이 느끼기 때문에 검찰의 개혁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초동집회에 나온 목소리를 그대로 대변하면서도 광화문집회의 "검찰 수사를 방해하지 말라"는 목소리는 외면한 셈이다.한 기자는 이른바 ‘윤석열사단 대학살’이라고까지 일컬어진 최근 검찰 고위직 인사에 대한 대통령의 구체적 평가를 물었다. 문 대통령은 이에 “검찰 인사권은 법무장관과 대통령에게 있다”고 잘라 말하며 “검찰 수사권이 존중돼야 하듯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인사 관련 의견을 말해야 할 총장이 법무장관이 와서 말해달라면 그것도 얼마든지 따라야 할 일"이라며 "(윤 총장이) 제3의 장소에서 명단을 가져와야만 할 수 있겠다는 그것도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과거에 그랬다면 그야말로 (검찰이) 초법적인 권한, 지위, 권력을 누린 것"이라면서 "다만 그 한 건으로 저는 윤석열 총장을 평가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논란이 되는) 산재모(母)병원은 제 개인적으로 2012년 대선 때 이미 공약했고, 2016년에 다시 공약한 것"이라며 "지역에서는 논의가 참여정부 또는 그 이전부터 논의돼 왔다. (산재모병원) 사업 추진은 검찰 수사와 무관하게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철호 현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마련해준 공약이 아니란 취지로 해석된다. 이는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국, 고초 겪어… 갈등 이제 끝내자”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해서는 애틋한 마음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어떤 고초, 그것만으로도 아주 큰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법과 검찰개혁 조정법안 통과에 이르기까지 민정수석으로서, 법무장관으로서 기여가 크다”고 추켜세웠다. 또 “조 전 장관은 놓아주고 앞으로 유·무죄는 재판 결과에 맡기자”며 “그분을 지지하는 분이든, 반대하는 분이든, 그분을 둘러싼 갈등은 이제 끝냈으면 좋겠다”고도 당부했다.
현 정국에 대해선 "국회와 정부가 국민통합의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해야지, 정치권이 앞장서서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총선을 통해 달라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제분야와 관련 문 대통령은 "최근 대책으로 부동산시장이 상당히 안정되고있다"고 자화자찬하며, 보유세를 강화하겠다는 정책의지를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대책은 정부의 비중이 크지만, 언론에서도 그 대책이 효과를 보게 긍정적으로 바라봐달라”며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 부정적 언론의 기사는 효과가 반감된다”고 언론의 책임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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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北, 대화 거부 메시지 전혀 없어"
현 상황에서 남북협력 강화가 가능한지 묻는 질문에는 "북한의 메시지를 잘 보더라도 비핵화 대화는 북미 간 문제라는 걸 분명히 하고 있다"면서 "남북관계의 발전이나 남북협력을 위한 대화를 거부하는 메시지는 아직 전혀 없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비핵화는 없다고 선언하며 남쪽은 끼어들지 말라며 면박을 주는 북한을 두고도 이런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물론 대북 국제 제재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남북이 할 수 있는 협력에 여러 제한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제한된 범위 내에서도 남북 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며 "외교는 눈에 보이는 부분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국민들은 그간 임기가 끝난 대통령의 좋지 않은 모습을 봐야 했다’는 질문을 받자 “임기 끝나고 난 후에 좋지 않은 모습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크게 웃었다. 이어 "대통령 이후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대통령으로 끝나고 싶다. 대통령 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끝나고 나면 잊혀진 사람으로 그렇게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당 "정치는 국회 탓, 경제는 언론 탓, 안보는 시간 탓"
야권에서는 이날 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혹평을 쏟아냈다. 이창수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온 정신으로는 차마 끝까지 볼 수 없는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었다. 정치는 국회 탓, 경제는 언론 탓, 안보는 시간 탓도 모자라 심지어 조국사태는 국민 탓으로 돌렸다"며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불리한 사안에는 입을 닫거나 얼버무렸다. 100여 분의 시간이 지나고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정권의 사법장악에 대한 지적에는 동문서답만 하고, 측근 감싸기에 여념이 없었다. 대통령은 추미애 장관을 보내 자행한 검찰학살을 개혁이라 말하는가 하면, 속보이는 작태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박수갈채로 둔갑시켰다"며 "조국의 고초는 마음 아프고 ,경악하고 있는 국민들의 분노는 우스운가"라고 비판했다.
새로운보수당 권성주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있고 한미동맹이 어느 때보다 견고하다는 답에는 대체 달나라에서 언제 돌아올 건가 한숨만 쉬어진다"며 "질문에 즉답을 못할 거면 이런 거짓 국정홍보 쇼는 자제해주기 바란다. 기자회견을 빙자한 거짓 국정홍보는 국민 소화불량만 악화시킬 뿐"이라고 규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