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곳서 시작하면 다른 곳 따라가… 전국 200여 지자체 수억~수십억 물 쓰듯 '펑펑'
  • ▲ 총선을 앞두고 전국 기초 지자체에서 무분별한 선심성 현금 복지가 확대되고 있다. 이를 두고 사실상 현금을 이용한 매표행위라는 비판이 인다. 금천구는 예산 8억7000만원을 배정해 중고생 3000명에서 교복비 30만원을 일괄 지급하기로 했다. ⓒ금천구 홈페이지 캡쳐
    ▲ 총선을 앞두고 전국 기초 지자체에서 무분별한 선심성 현금 복지가 확대되고 있다. 이를 두고 사실상 현금을 이용한 매표행위라는 비판이 인다. 금천구는 예산 8억7000만원을 배정해 중고생 3000명에서 교복비 30만원을 일괄 지급하기로 했다. ⓒ금천구 홈페이지 캡쳐
    4월 총선을 앞두고 전국 지자체가 앞다퉈 '선심성' 현금복지를 확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기초지자체 202곳은 지난해 7월 과도한 복지 경쟁을 막기 위해 ‘복지대타협특별위원회’까지 만들었지만 혈세를 퍼붓는 '무상복지'를 갈수록 확산하는 모양새다. 사실상 '매표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7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서울 중구는 올해부터 전국 최초로 모든 어린이집에 현장학습비(소풍)를 전액 지원한다. 연간 아동 2100명을 대상으로 28만원씩 지급할 계획이다. 구는 어린이집 특별활동비 반액도 지원한다. 이를 위한 예산은 12억5000만원에 달한다.

    서울 금천구는 대표적 '선심복지'로 꼽히는 '무상교복'사업을 실시한다. 올해 금천구는 예산 8억7000만원을 배정해 중·고등학생 3000명(2020학년도 중·고교 신입생 명부 기준)에게 교복비 30만원을 일괄지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재학생과 서울시 등으로부터 이미 교복비를 지원받은 경우는 제외된다. 금천구 관계자는 "현금복지는 한두 곳에서 시작하면 바로 '왜 우리 구는 안 해주느냐'는 민원이 들어온다"고 토로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서울 중구, 12억5000만원 들여 어린이집 소풍비 지원

    서울 동대문구는 올해 셋째 이상 자녀가 초·중·고교에 입학할 경우 축하금으로 각각 30만, 50만, 100만원을 지급한다. 구는 이를 위해 예산 2억8850만원을 책정했다.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수당도 증가했다. 지난해 서울 중구가 만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하는 공로수당을 신설한 이후 다른 구에서도 이를 도입하는 추세다.

    어르신수당 및 출산축하금도 증가

    서울 마포구는 올해 '효행장려금(예산 800만원)'을 신설해 100세 이상 부모를 부양하는 구민에게 매년 20만원씩 지급한다. 신문에 따르면, 구 관계자는 이 사업에 대해 "효 개념이 약해진 시대에 효행을 장려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광진구는 3세대 이상이 한 집에 모여 살면 '효도수당'으로 매달 3만원씩 준다. 또 종로·성동·광진·노원구 등은 100세가 되는 구민에게 30만~100만원의 '장수축하금'을 지급한다.

    서울의 자치구들은 출산축하금 액수도 경쟁적으로 늘린다. 올해 용산구는 첫째 아이를 낳으면 5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액수로, 용산구의 출산축하금 예산은 전년 2억660만원에서 6억8000만원으로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구도 올해 처음으로 첫아이 출산축하금(30만원)을 도입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현금을 준다 해서 출산율이 오르지 않는 것을 안다"면서도 "25개 구 중 20곳에서 주는데 서초구만 안 줄 수는 없었다"고 이 신문에 밝혔다.

    서울 강남구는 부모의 맞벌이 등의 사유로 양육공백이 발생한 가정의 만 3개월~12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아이돌보미가 찾아가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에 필요한 예산은 10억원이다.

    교통비 지원을 늘리는 지자체도 있다. 경기도는 올해 528억원을 들여 청소년에게 '반값 교통비'를 시행하기로 했다. 만 13~18세 청소년은 연간 최대 8만원, 19~23세에게는 연간 최대 12만원을 지역 회폐로 돌려준다. 경기도 화성시는 청소년 9300명을 대상으로 '공짜 마을버스' 정책을 도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요 예산은 연간 42억원에 달한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무분별한 선심성 복지가 확산하는 것을 두고 정치적 집단화한 세력이 시민들을 돈으로 마비시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집권여당 하부조직으로 선거운동 하는 것”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본지와 통화에서 “2018년 지방권력을 장악한 현 정부에서 사실상 국민 세금을 가지고 생색을 내며 매표행위를 하는 신종 ‘금권선거’”라며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의 경우 서초구 한 곳을 빼고 24곳이 현 정부가 싹쓸이하듯 야당이 거의 궤멸적 참패를 당했는데, 기초단체들이 결국 집권여당의 하부조직같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항 평론가는 “결국 이들이 현금을 풀어 유권자들을 매수해 현 정권을 유지시키려는 시도”라며 “기초단체들이 행정이라 하는데 법률상 이를 처벌할 수는 없지만 시민들이 혈세가 이렇게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