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아이즈원·엑스원 활동재개 지원"… 형평성 논란 계속
  • ▲ 아이돌그룹 엑스원. ⓒ뉴데일리
    ▲ 아이돌그룹 엑스원. ⓒ뉴데일리
    "국민 프로듀서에게 선택을 받겠다"며 아이돌 가수 오디션을 진행한 케이블채널 엠넷(Mnet)이 정작 '밀실'에서 내정한 멤버들을 가수로 데뷔시켰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지 5개월 만에 모 기업 CJ ENM 대표가 사과 표명을 했다.

    지난 30일 서울 상암동 CJ ENM 센터에서 취재진을 상대로 머리를 조아린 허민회 CJ ENM 대표는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은 저희에게 있다"며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고, 일련의 사태로 실망을 안겨드린 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지금에라도 잘못을 바로잡고 피해자들의 상처를 보듬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며 "프로듀스 시리즈 등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관련 순위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연습생에 대해서는 금전적 보상은 물론 향후 활동지원 등 실질적 피해구제를 위해 관계되는 분들과 심도 있게 논의해 필요한 조치들을 시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멤버들이 겪고 있을 심적 고통과 부담감, 그리고 이들의 활동 재개를 지지하는 많은 팬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아이즈원과 엑스원이 빠른 시일 내에 활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며 "아이즈원과 엑스원 멤버들의 활동 재개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지원하는 한편 두 그룹의 향후 활동을 통해 얻는 엠넷의 이익은 모두 포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이즈원·엑스원도 피해자?

    허 대표는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을 △바쁜 시간을 쪼개 문자투표에 참여한 시청자와 △데뷔라는 꿈 하나만 보고 모든 열정을 쏟았으나 투표결과 조작으로 데뷔하지 못한 연습생들 △그리고 관련 의혹이 불거진 후 활동을 중단한 아이즈원과 엑스원 멤버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즈원과 엑스원 멤버들도 피해자"라는 허 대표의 말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투표결과 조작으로 수혜를 입은 연습생이 두 그룹에 각각 한 명 이상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데이터 조작으로 데뷔한 이들까지 활동 재개를 돕겠다는 게 과연 정당하고 공평한 해결책인지는 의문이다.

    워너원 멤버 1차, 4차 투표결과 조작

    검찰이 5일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엠넷의 안준영(40·구속) PD는 2017년 5월 초순경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CJ ENM 센터 회의실에서 '워너원' 1차 선발 대상자를 선정하면서 시청자들의 온라인 투표와 방청객들의 현장 투표결과를 조작해 60위 안에 있던 연습생 E를 60위 밖으로 빼고, 60위 밖에 있던 연습생 F를 60위 안으로 넣은 다음, 조작된 투표결과를 방송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이로 인해 애당초 탈락했어야 하는 F는 이후 방송분까지 출연하는 부당 이득을 얻었다.

    또한 김용범(45·구속) 총괄 프로듀서(CP)는 2017년 6월 16일 인천 부평구 모 체육관에서 진행된 '프로듀스 101' 시즌2 최종 생방송에서 사전 온라인 투표 및 생방송 문자투표결과, 11위 안에 진입했던 연습생 G를 11위 밖으로 빼고, 11위 밖에 있던 연습생 H의 순위를 끌어 올린 다음, 조작된 투표 결과를 방송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이로 인해 조작된 사실을 모르는 CJ ENM 음악사업부 관계자들로 하여금 워너원 멤버들과 계약을 체결하도록 만들었다.

    아이즈원 멤버 최종투표결과 조작


    안 PD와 김 CP는 지난해 8월 29일 CJ ENM 회의실에서 최종선발전까지 진출한 20명의 연습생 중, '아이즈원' 멤버로 데뷔시키고 싶은 연습생 12명과 그 순위를 임의로 정한 다음, 순위에 따라 연습생별 총 투표수 대비 득표 비율도 정해놓고, 생방송날 문자투표가 종료된 후 사전 온라인 투표와 합산한 합계 숫자가 나오면, 이 숫자에 미리 정해놓은 연습생별 비율을 곱해 순위별 득표수를 결정하기로 했다.

    실제로 안 PD와 김 CP는 지난해 8월 31일 인천 부평구에서 진행된 '프로듀스 48' 최종 생방송에서 사전에 정해놓은 연습생들의 순위와 득표 비율에 따라 조작된 투표결과를 방송관계자들에게 건네, 이 결과가 방송되도록 했다. 마찬가지로, 조작된 사실을 모르는 CJ ENM 음악사업부 관계자들로 하여금 아이즈원 멤버들과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엑스원 멤버 투표결과, 1차부터 4차까지 조작

    안 PD와 김 CP는 프로듀스 마지막 시즌까지 투표결과를 조작했는데, 올해 5월 25일 CJ ENM 회의실에서 1차 선발 대상자를 선정하면서 시청자들의 온라인 투표와 방청객들의 현장 투표결과를 조작해 60위 안에 있던 연습생 I를 60위 밖으로 빼고, 60위 밖에 있던 연습생 J를 60위 안으로 끌어 올린 다음, 조작된 투표결과를 방송 관계자들에게 건넸다. 이로 인해 조작된 투표결과가 같은 달 31일 그대로 방송에 나갔고, 애당초 탈락했어야 하는 연습생 J는 이후 진행된 방송분까지 출연했다.

    이어 안 PD 등은 올해 7월 6일 CJ ENM 회의실에서 3차 선발 대상자를 선정하면서 시청자들의 온라인 투표와 방청객들의 현장 투표결과를 조작해 20위 안에 있었던 연습생 K와 연습생 L을 20위 밖으로 밀어내고, 20위 밖이었던 연습생 M과 연습생 K를 20위 안으로 끌어 올렸다. 이후 조작된 투표결과를 방송 관계자에게 건네 같은 달 12일 해당 결과가 방송에 나오도록 했다.

    또한 안 PD 등은 올해 7월 17일 CJ ENM 센터 회의실에서 최종선발전까지 진출한 20명의 연습생 중 '엑스원' 멤버로 데뷔시키고 싶은 연습생 11명과 그 순위를 임의로 정한 다음, 순위에 따라 연습생별 총 투표수 대비 득표 비율도 정해놓고, 생방송날 문자투표가 종료돼 사전 온라인투표와 합산한 합계 숫자가 나오면 이 숫자에 미리 정해놓은 연습생별 비율을 곱해 순위별 득표수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후 안 PD 등은 7월 19일 인천 부평구 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듀스X101' 최종 생방송에서 자신들이 사전에 정해놓은 연습생들의 순위와 득표 비율에 따라 계산한 조작된 투표결과를 방송관계자들에게 건네 방송하도록 하고, 이 사실을 모르는 CJ ENM 음악사업부 관계자들로 하여금 엑스원 멤버들과 전속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수혜자 밝히지 않고 아이즈원·엑스원 활동 재개?


    공소장에 따르면 △'워너원' 1차 선발에 포함됐던 연습생 F와 워너원 최종 멤버로 선발된 연습생 H △'아이즈원' 최종 선발에 뽑힌 12명의 연습생들과 △'엑스원' 1~4차 선발 과정에 합류했던 연습생 J, 연습생 M, 연습생 K, 엑스원 최종 멤버로 선발된 11명의 연습생들이 이른바 'PD픽'으로 뽑힌 연습생들이다.

    이들이 시청자가 아닌 PD의 선택으로 무임승차하는 바람에 연습생 E, 연습생 G, 연습생 I, 연습생 K, 연습생 L, 기타 다수의 연습생들이 '데뷔조'에서 탈락하는 고배를 마셨다.

    이런데도 이들 모두를 피해자로 감싸돈다면 이들 때문에 가수 활동 기회를 잃은 연습생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물론 투표결과 조작과 무관한 멤버들이 '낙하산'으로 들어온 일부 멤버들 때문에 가수 활동을 중단하게 된 점은 대단히 애석한 일이다. 그러나 무고한 피해자가 생기는 걸 막겠다고, 부당한 방법으로 팀에 합류한 이들에게까지 인기와 부를 누릴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만약 팀을 되살리려면 무임승차한 멤버들을 제외하는 게 맞다. 그러나 CJ ENM은 "이번 사건에서 연습생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2차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투표결과가 조작되기 이전의 순위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수사 과정에서 수혜자와 피해자가 확실해지더라도 밝히지 않겠다는 것이다.

    수혜자가 누군지 가려지지 않은 상태로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활동을 재개할 경우 이들은 팬들로부터 끝없는 의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멤버 모두를 끌어안겠다는 CJ ENM의 발상은 조작과 무관한 멤버들까지 심적 고통에 휘말리게 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CJ ENM은 "일부 수혜자들로 인해 '데뷔조'에서 탈락한 연습생들에게 금전적 보상과 더불어 향후 활동 지원을 하겠다"고 밝혀 이들의 가수 데뷔를 돕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는 프로듀스 데뷔조에서 탈락한 연습생 가운데 CJ ENM의 지원을 받아 데뷔하는 가수가 나올 경우, 그가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연습생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피해자가 공개되면 그를 대신해 들어간 수혜자의 신원도 밝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같은 피해구제안은 이미 상처를 받은 연습생들을 또 다시 힘들게 하는 악수(惡手)가 되거나, 말 뿐인 공약(空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