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비리, 사모펀드 투자 혐의… 정겸심·조범동 이어 조국도 '비공개 소환'
  •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정상윤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정상윤 기자
    조국(54) 전 법무부장관이 14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지만, 그의 모습은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다. 검찰이 그를 '비공개'로 소환했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삼은 법무부의 발 빠른 '공개소환 폐지' 조치도 결국 조 전 장관을 보호하기 위한 것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이 법무부장관 시절 추진한 공개소환 폐지 방안에 대해 "제 가족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후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그의 발언과 달리 결국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6) 씨에 이어 자신까지 모두 공개소환 폐지 혜택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이날 오전 9시35분부터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등 혐의를 받는 조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소환조사는 검찰이 지난 8월27일 조국 일가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한 지 79일, 지난달 14일 그가 법무부장관직에서 사퇴한 지 한 달 만에 이뤄졌다.

    조국, 비공개 출석… '제 논에 물 대기'

    국민적 관심을 받는 전직 법무부장관의 검찰 출석이었지만, 이날 그의 출석 모습은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다. 검찰은 이날 조 전 장관을 비공개로 소환했다. 조 전 장관은 검찰청사 지하주차장에서 청사 내부로 연결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조사실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검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검찰청사에 검사와 검찰청 직원들이 이용하는 지하주차장이 있는데, 사건관계인을 비공개로 소환할 때는 이곳을 열어주거나 하는 방식을 쓴다"고 설명했다. 조 전 장관이 이날 오전 자택에서 나오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던 만큼, 전날 자택이 아닌 다른 곳에 머무르다 출석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검찰이 조 전 장관을 비공개로 소환한 이유는 '피의사실 공표' 개선 여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조 전 장관은 지난 9월9일 장관에 취임한 직후부터 공개소환 폐지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형사사건 공보 개선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조국 일가를 보호하기 위한 수사 방해"라는 지적이 있자 조 전 장관은 같은달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법개혁 및 법무개혁 당정협의'에 나와 "가족에 대한 수사가 끝난 이후부터 (개선 방안을) 적용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검찰에 "자체 검찰개혁"을 주문하자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은 지난달 4일 사건관계인이 검찰에 출석하는 시기와 장소를 언론에 알리는 공개소환 제도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법무부도 지난달 30일 발표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훈령'으로 공개소환과 촬영을 금지하겠다고 공식화했다. 법무부 훈령은 오는 12월1일부터 적용되지만 조 전 장관에 앞서 조사를 받은 정 교수와 그의 아들(24)과 딸(28), 5촌 조카 조씨까지 모두 비공개로 소환돼 조사받았다. 결국 조 전 장관이 재직 시절 추진한 공개소환 폐지 조치의 혜택을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모두 누리게 된 셈이다. 

    검찰개혁안, 조국 일가 보호안으로 변질

    조국 일가는 공개소환 폐지 외에도 조 전 장관이 장관 재직 시절 발족시킨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내놓은 여러 검찰개혁 방안의 혜택을 보았다. 대표적 사례는 △특수부 축소, 파견검사 복귀 △장시간·심야조사 제한 △검찰의 내사·피의사실·수사상황 공개 금지 등이다. 개혁위는 지난 11일까지 특수부 축소와 인권 수사, 피의사실 공표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권고안을 총 일곱 차례 내놨다. 정 교수가 검찰 수사에서 '지연전략'을 쓸 수 있었던 것도 심야조사 등 강압적 수사를 제한하겠다는 개혁위의 권고안 덕분이다. '마라톤 조서 열람'으로 논총을 받았던 정 교수는 지난달 23일 구속 이후에도 20일간 총 여섯 차례만 조사받았다. 정 교수가 건강문제를 호소하며 검찰의 소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이 여섯 차례의 조사마저 "몸이 아프다"며 도중에 중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법무부의 개혁안과 이를 적절히 이용한 정 교수의 지연전략으로 조국 일가는 재판에 나서기 전 변론을 준비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검찰은 지난 11일 정 교수를 구속기소하기 전에 조 전 장관을 소환할 예정이었지만 정 교수 측의 지연전략에 막혀 늦어지게 됐다. 조 전 장관은 그동안 정 교수 측 변호인과 만나 방어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