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MBC 지역사 적자 총계 144억 → 2018년 520억 '3.6배' 늘어나
  •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경영실적 악화와 조직 통할능력 부재 등으로 사장을 교체한 MBC 16개 지역 방송사들의 적자규모가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이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로부터 받은 'MBC 본사·지역사 영업이익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말 최승호 사장이 지역사 사장들을 해임할 당시 16개 지역사 적자액 총계는 144억원이었으나 지난 1년간 520억원으로 약 3.6배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본사와 지역사를 합칠 경우 적자액은 2017년 704억원에서 지난해 1757억원으로 약 2.5배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사 가운데 지난해 가장 많은 적자를 낸 곳은 경남MBC(89억원)였다. 그 다음은 대구(61억원), 부산(52억원), 광주(45억원), 충북(40억원), 울산(37억원), 강원영동(33억4000만원), 대전MBC(32억90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경남MBC를 포함해 총 12개 지역사가 2년 연속 적자구조를 벗어나지 못했고, 강원영동·안동·원주MBC 등 3개 지역사는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대전MBC는 2017년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으나 사장이 교체된 지난해엔 약 33억원의 적자를 냈다.

    본사의 경우 2016년 21억7000만원의 흑자를 냈으나 최승호 사장이 부임한 2017년 적자(-560억)로 돌아섰고, 지난해엔 적자액이 큰폭(-1237억)으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 파행 책임, 본사 언론노조가 져야"

    MBC는 2017년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MBC본부가 주도한 파업이 3개월간 이어지면서 광고 성수기인 9월과 10월 심각한 매출부진을 겪었다. MBC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드라마는 물론 주요 예능 프로그램 시간대마저 재편집 프로그램으로 채워지면서 MBC의 영업손해가 크게 늘어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상황은 지역 방송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본사 언론노조가 이끄는 총파업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던 계열사 노조는 다함께 제작거부에 들어갔고, 이는 연쇄적인 시청률 하락과 매출부진으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 심원택 전 여수MBC 사장은 지난해 본지와 통화에서 "방송 파행은 서울 본사가 파업을 하니 여수MBC도 동조파업을 하면서 자연히 진행된 것"이라면서 "그 책임은 서울 본사 언론노조에 있는 것인데, MBC 측에선 제 경영능력에 문제가 있다면서 취임 10개월 만에 저를 해임했다"고 말한 바 있다. 여수MBC는 당시 타 지역사에 비해 경영실적이 나쁘지 않았으나 심 전 사장은 '조직 통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난해 1월29일 주주총회에서 해임됐다.

    MBC는 최승호 사장 부임 이후 2017년 말부터 지난해 3월까지 지역 방송사 사장 전원을 잔여임기와 상관없이 해임하고 노사(勞使) 동수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인물들을 신임 사장으로 임명했다.

    당시 해임된 지역 방송사 사장들은 MBC를 상대로 잔여임기 급여 및 퇴직금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중 포항·경남·제주MBC 전 사장 등이 1심에서 승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승호 사장·방문진, '경영악화' 책임져야"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처럼 지난해 MBC 경영지표가 하향곡선을 그린 것에 대해 "최승호 사장 취임 이후 직급을 상향조정하고 (복직한 직원들에게 해고기간의 통상임금을 주는) 가산보상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파업 인건비를 보상하는 등 '노조 중심 경영'을 펼친 결과 공영방송이 방만,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박대출 의원은 "최승호 사장이 적자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지역사 전임 사장들을 해임한 것이라면 적자규모가 가장 큰 본사 사장 역시 동일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MBC 대주주로서 MBC 사장 임면권이 있는 방문진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도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11일 "방송사 광고는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코바코)를 통해 접수·배정되는데, 지역 방송사의 경우 여전히 본사에 '끼워팔기' 식으로 배분되기 때문에 본사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자연히 지역사 광고 매출도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타사에 비해 본사 경쟁력이 떨어지는 추세인 지상파 지역사들의 경영실적은 점점 악화될 공산이 크다"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사업 아이템을 늘리고 자체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데,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못한 이들로 사장단이 꾸려지다 보니 적자규모가 폭등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