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단과 혼란" 좌우 교육계 공통된 평가… 학생·학부모 얘기 듣는 소통 나서야
  •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신영경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신영경 기자
    2018년 6월. 전국 시도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 성향의 후보들이 압승을 거뒀다. 특히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육감 직선제 도입 후 처음으로 재선에 성공한 교육감이 됐다. 조 교육감은 당시 “더 안정적이고 더 혁신적이며 더 미래지향적인 교육을 위해 노력하라는 당부로 받아들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 번째 임기 1주년이 지난 현재, 조 교육감을 바라보는 교육계의 시선은 어떨까.

    ‘독단’과 ‘혼란’. 조 교육감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이 들려온 단어다. 일방적으로 특정 이념에 경도된 교육정책을 펼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줬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심지어 조 교육감의 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는 “5년간 조 교육감이 펼친 행정은 전부 거꾸로 갔다”며 “진짜 혁신이 필요한 교육은 하지 않은 채 자신만의 이념에 빠져 민심과 동떨어진 엉뚱한 정책을 내세웠다”고 비판했다. 이어 “탁상행정이 반복되면서 앞으로 좋은 교육정책을 이룰 거란 기대를 할 수가 없다”며 “교육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자진 사퇴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도 했다.

    조희연 교육정책, 좌우파 모두 비판… 사퇴 목소리도

    실제 조희연 교육감의 교육정책은 이념 성향을 떠나 좌파와 우파 진영 모두에서 비난과 반발을 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기초학력 진단평가’와 ‘학원 일요일 휴무제’ 등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학력 부진이 심해지자 내년부터 서울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기초학력진단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진보 교육단체들도 사실상 ‘일제고사 부활’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경기도에선 일제고사 형식의 기초학력평가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학생들의 휴식권을 보장한다는 ‘학원 휴무제’는 20일 여론조사를 시작하며 공론화 절차에 돌입했다. 교육계는 일제히 반대하고 있다. 근본 대책이 없는 ‘설익은’ 정책으로, 풍선효과나 학습권 침해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무상교복 정책은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당초 ‘탈(脫)교복’ 정책을 추진 중이던 시교육청은 서울시와 무상교복 정책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난감한 상황이 연출됐다.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교복대신 중고교생에게 3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의견을 내놔 더 큰 혼란을 부추겼다.

    교육학박사 박모 교수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포퓰리즘적 교육정책만 펼치고 있어 학생과 학부모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며 “교육을 하향평준화 시키는 쪽으로 가고 있어서 불안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정상적이고 합당한 절차를 거쳐서 교육 수요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하는데 계속 예측 불가능한 정책만 추진한다”며 “독단적인 서울시교육감의 행보에 크게 실망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기초학력평가·학원휴무제 ‘독단’ 추진… 현장 평가는 더욱 ‘냉랭’

    애석하게도 조 교육감에 대한 교육계의 평가는 냉랭하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교사들의 사기와 학교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져 학교가 무너져가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탁상행정으로 인해 현장에서 겪지 않아도 될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감의 사퇴여론까지 가세한 상황에서 남은 임기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혁신이 없는 한 지금과 같은 혼란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교육계의 요구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학생과 학부모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듣고, 산적한 교육현안을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시켜달라는 것이다.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 교육 수요자가 원하는 정책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이를 할 수 없는 교육감이라면 자격 미달이다. 마지막까지 한 취재원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계속 자신의 무지몽매한 이념과 특정 세력을 위한 정책을 펼친다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