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AI·벤처 산업 얘기 나눠…손 회장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인공지능"
  • ▲ 문재인 대통령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손정의(孫正義·일본이름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을 접견했다. 한국계 일본인인 손 회장은 일본 최대 IT기업이면서 투자회사인 소프트뱅크 창업자로, 영국의 반도체기업 ARM 등 전 세계 혁신기업에 투자했다. 

    손 회장은 이날 오후 2시 문 대통령을 만나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악수했고, 이에 문 대통령도 밝은 표정으로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소프트뱅크 측 참석자들과도 돌아가며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6월 일본 소프트뱅크 본사를 방문해 손 회장과 대담을 나눈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문 대통령과 손 회장은 이날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 벤처투자 등에 관해 주로 대화를 나눴다.

    이날 문 대통령은 손 회장과 만나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청와대는 대화에서 "일본 경제보복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고민청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2012년 소프트뱅크 본사를 방문해 손 회장의 아시아슈퍼그리드 구상을 듣고 큰 영감을 받았던 것을 언급하며 반가움을 나타냈다"고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고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소프트뱅크 본사 방문으로) 동북아슈퍼그리드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동북아철도공동체가 동북아에너지공동체로, 그리고 동북아경제공동체로, 다자안보공동체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제2 벤처 붐 가속화를 위해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조언을 부탁했다.

    이에 손 회장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 한국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초고속 인터넷에 집중해야 한다고 한 조언을 소개하며 "현재 한국이 초고속 인터넷, 모바일 인터넷 세계 1위 국가로 성장하고, 수많은 IT 우수기업이 배출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어 "지난 20년간 1인당 GDP가 일본이 1.2배, 미국이 1.8배 성장할 동안 한국은 3.7배나 성장한 것은 초고속 인터넷에 대한 과감하고 시의적절한 투자 때문"이라며 "구체적인 정책과 전략은 다른 사람들이 해도 되지만 대통령은 비전을 갖고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손 회장은 "AI는 인류 역사상 최대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다. 젊은 기업가들은 열정과 아이디어가 있지만, 자금이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유니콘이 탄생할 수 있도록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며 교육·정책·투자·예산 등 인공지능 분야의 전폭적 육성을 제안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대기업은 자금력이 있어 스스로 투자가 가능하지만 혁신 벤처 창업가들은 자금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특히 젊은 창업가들에게 투자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한국시장의 규모는 한계가 있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며 "소프트뱅크가 가지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세계시장으로 진출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AI 전문인력 양성분야에도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손 회장은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I will!)"고 대답했다고 고 대변인은 전했다. 

    앞서 손 회장은 문 대통령을 만나기 전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과 영어로 7분여 대화를 나눴다. 이때 김 차장은 양복 주머니에서 명함과 만년필을 꺼내 손 회장에게 건넸고, 손 회장은 무언가 적은 후 만년필과 함께 김 차장에게 건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사회를 맡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오늘은 한국경제, 더 나아가 한국사회 전체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날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자리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세계경제를 선도하는 글로벌 리더 중 한 분이신 손정의 회장님을 모시고 여러 가지 조언을 듣고, 한국정부와의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날 접견 자리에는 소프트뱅크 측에서 카츠노리 사고 부사장, 문규학 고문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와 정부에서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이호승 경제수석,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고민정 대변인, 이진석 정책조정비서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배석했다.  

    손 회장은 문 대통령 접견을 마친 뒤 오후 7시쯤 서울 성북구 성북동 한 박물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과 만나 4차 산업혁명 관련 현안 및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