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이후 '당대표'로 4년만의 5.18 기념행사 참석
  •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를 마치고 송정역사 안으로 들어서자 광주 좌파단체가 항의하며 한국당 지지자 및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박성원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를 마치고 송정역사 안으로 들어서자 광주 좌파단체가 항의하며 한국당 지지자 및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박성원 기자
    한국당 "계란을 던지든, 망신을 주든 그건 고려할 게 아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열리는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범여권 차원의 공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여야 4당은 연일 황 대표를 향해 "광주에 올 자격이 없다" "이쯤되면 광주시민 스토킹"이라며 집중 포화를 쏟아내고 있다.

    여당세가 비교적 뚜렷한 호남, 그것도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는 광주 5·18 기념행사다. 여야4당에 외면당한 '왕따' 신분으로 참석하는 것이 황 대표로서는 부담감이 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 3일 장외투쟁 일환으로 광주 송정역을 찾았던 황 대표는 일부 과격 단체에 의해 물벼락을 맞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국당 지도부는 "정부가 초청한 행사에 굳이 가지 않을 이유가 있느냐"는 반응이다. 민경욱 대변인은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초청받아 가는데 이유가 있나, 오히려 안가면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1년 앞두고 '좌우 편가르기에 휘말리지 않겠다' '떳떳하다'는 자신감에서 나아가 외연 확장 의지로 보는 해석도 나온다.

    "文정부가 초청해서 간다" 공식 명분

    황교안 대표의 5·18 기념식 참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16년 국무총리 신분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했다. 그러나 '제1야당 한국당 대표'로의 참석은 처음이다. 한국당 대표가 5·18 기념식에 참석하는 건 2015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이후 처음이다. 

    여야4당은 "선 5·18 한국당 의원 징계, 후 방문"을 강요하고 있다. "숙제를 끝내지 않았으니 방문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당 내 5·18 의원 징계 처리 문제와 관련해서는 당 윤리위가 이미 결정을 내린 사안이다. 다만 의총에서 최종 절차가 남아있다. 황 대표는 "이 부분은 원내에서 국민들 의견을 감안해 처리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민주당은 "떳떳하게 광주를 찾아라"고 요구했고, 민주평화당은 "이쯤되면 광주시민에 대한 스토킹이다. 5·18 폄하의 숙주정당은 참석 의사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박지원 민평당 대표는 "광주·전남 시민은 황 대표의 간계에 말려들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황교안 대표는 기념식 참석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국가보훈처에서 오라고 초청했다"고 참석 이유를 간단히 밝혔다. 사실 가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황 대표는 여야4당과 달리 '전야제'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포함한 여야4당 대표는 17일 오후 광주 금남로에서 열리는 5·18 전야제에 일제히 참석한다. 
  •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를 마치고 송정역사 안으로 들어서자 광주 좌파단체가 항의하며 한국당 지지자 및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박성원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를 마치고 송정역사 안으로 들어서자 광주 좌파단체가 항의하며 한국당 지지자 및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박성원 기자
    외연 확장 의식 "5·18 처음 인정한게 한국당 전신"

    단순히 정부 초청의 이유를 넘어 일각에서는 "외연 확장 차원에서 한국당이 광주행을 결정했다"는 관측도 보이고 있다. 실제로 17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내일 당 지도부가 광주 기념식에 참석한다. 대한민국은 2차 세계대전 후 산업화·민주화라는 두 가지 모두를 달성한 유일한 나라인데 그 중심에 5·18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김영상 정부 시절인 1993년 5·13 특별담화를 통해 문민정부는 518 광주운동 연장선상을 잇는 정부라 선언하고 518 민주묘역 조성을 발표한 뒤 4년만에 국립묘지를 완성했다"며 "518 특별법 재정을 결단하고 당시 집권여당이던 민주자유당(민자당)에 법률제정을 지시해 특별법이 제정됐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최초로 인정한 세력이 한국당의 전신'이라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나 원내대표는 "518을 최초로 인정한 것은 한국당 출신인 김영삼 대통령이고, 한국당은 지금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고도 했다.

    한국당 내 한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범여권에서 공격하는 '극우 프레임'을 벗어나겠다는 의지도 피력된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518 징계 절차 마무리도 "사실 광주행 이전에 처리한다는 건 안팎의 부담감이 따른다. 일단 국가기념식에 참석은 하되 그 외는 뒤로 미루는 것이 논란을 피해갈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땅에 못 갈 곳 어디있나"

    당 지도부의 이같은 의견에 소속 의원들의 반응은 "초청했으니 간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고 일제히 선을 그었다. 김태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초청받았으니 가는거겠지. 오라고 초청해놓고 오지말라고 난리치는 것도 웃기는 것 아니냐"며 "하물며 원수지간에도 상가에서 조문하는 예절은 지킨다"고 꼬집었다.

    정용기 의원은 "5·18 막말 논란과 관련해 '막말'이라는 프레임도 아깝다. 좌파들끼리만 막말이니 뭐니 말이 많은 것 아니냐"며 "초청장이 왔는데 안가면 안간다고 또 난리칠 것 아니냐. 초대받아서 간다는데 왜 그리 난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5·18 징계 당사자 중 한 명인 김진태 의원은 "이미 징계 절차는 다 끝났다"고 했다. 야당 대표의 광주행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땅에 못갈 곳이 있어야 하느냐. 나같아도 간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미 징계를 내린 사안에 대해 결과가 마음에 안든다고 오라 오지마라 하는 게 공산주의식 사고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황교안 대표의 광주 참석 소식이 알려지자, '태영호 체포결사대' 는 황 대표의 기념식 참석을 저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당내 한 관계자는 "오히려 좌파단체들의 그런 모습이 여론의 반감을 사서 한국당 지지세 강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며 "지지층의 공고한 결집은 물론, 외연 확장도 가능한 것 아니겠나. 이번 광주행에 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다"고 말했다.